석인상들이 내뿜는 매력과 친근감은 아마 원초적인 감성과 타고난 건강성에 단순한 미감과 소박한 마음의 표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한다. 실로 꾸밈없는 심성과 순박한 얼굴과 천연덕스런 웃음이 무의식 중에 은근히 묻어나는 것이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색다른 얼굴이면서 시대나 지역적으로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부리부리한 왕방울눈이나 주먹코에 헤벌어진 입이나 큰 귀 하고 어느 것 하나 여느 보통 사람들 하고 닮지 않았다. 그러나 근엄한 얼굴이거나 장난스레 헤식은 웃음을 짓거나 놀란듯한 모습이거나 너그럽고 마음씨 좋은 표정이거나 모두가 다 우리 이웃의 그렇고 그런 잘아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익숙한 몸짓이거나 농익은 목소리처럼 친근감이 들더라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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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돌조각품들은 알게 모르게 주위에서 참 많이 사라져 버렸다. 무관심이든 지역개발이든 현대화나 해외 밀반출의 이유든 소중한 우리네 그 무엇을 잃고 살아온 세월은 아니었던가 하는 물음을 떠올려보게 된다. 모르긴 해도 세중돌박물관의 수많은 석인상들도 너무 쉽고 대수롭잖게 버려지고 사라져가는 우리 돌조각품들에 대한 애틋한 정과 안타까운 마음에서 수집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하기에 수집품 가운데는 일본으로 밀반출 되었다가 애써 어렵게 이 땅에 다시 돌아온 문인석들도 백여점 가까이 진열되어 있었다. |
![](http://www.bakgabun.co.kr/img/board/ibagu/stone_doll_06.jpg) |
세중돌박물관에서 만난 돌조각품들은 장승,문인석,무인석,동자석,석탑,부도,돌호랑이,돌로 된 솟대,얼굴이 새겨진 향탁자,기자석,남근석,맷돌,절구,다듬이돌 등 돌로 만들 수 있는 온갖 석물들이었는데 나는 아무래도 얼굴을 새긴 석인상에 더욱 관심이 가고는 했다.
흔히 나무로 만든 장승에 새겨지곤 하던 천하대장군이나 지하여장군이란 글귀 말고도 해학적이면서 여유와 웃음과 간절한 기원과 속내 같은 것을 은연중에 드러낸 다정다감한 모습의 조각품들이 많았다.
석인상들 중 장승이나 문인석들은 궁궐 조례시 조복을 입고 손에 쥐던 물건인 홀을 들고 있었는데 개중에는 전혀 다른 형태로 몸을 표현한 것도 많았다. 어떤 장승은 기자석처럼 아이를 안고 있거나 풍요와 다산의 의미인가 성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도 있고 한바탕 흥겨운 놀음이라도 벌이려는듯 윷을 들거나 심지어 연꽃이나 물고기를 새긴 특이한 것들도 있었다. |
![](http://www.bakgabun.co.kr/img/board/ibagu/stone_doll_07.jpg) |
그외 제주도 동자석들은 다양한 손모양이 재미있었는데 신랑 신부의 모습으로 꼬꼬재배를 하거나 머리를 땋거나 벙거지를 쓰는 등 원초적인 소망과 풍요와 다산의 의미를 가지는 것 등 우리네 민초들의 상상과 꿈의 여러 표현들이 거기 오롯이 깃들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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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옛 사람들은 돌의 혼을 불러내고 돌의 몸을 빌어 그 위에 따스한 인간의 숨결과 소망과 꿈과 생명을 나타내었나 보다. 오천평이나 된다는 돌박물관을 거닐며 왼갖 기대와 설레임 속 내 상상력은, 돌에도 피가 돈다는 말이 무색하게 말로 다 이를 수 없는 인간들의 염원과 꿈을 엿본 기분이었다. |
![](http://www.bakgabun.co.kr/img/board/ibagu/stone_doll_08.jpg) |
너무 많은 종류의 다양하고 풍부하게 수집된 석인상들을 본 탓인지 하마터면 나는 지금껏 다른 곳에서 만난 석인상들에 대한 감동을 일상적인 흔하고 단순한 만남 정도로 간단히 여기고 말 뻔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 생각은 점차 바뀌었는데 돌박물관의 석인상들도 좋지만 원래 있던 자리 그대로 오랜 세월을 버텨온 석인상들의 가치가 훨씬 더 크고 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