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각으로 불보살문을 새긴 동경-
삼국시대 이래 불교는 백성들의 정신세계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고려시대에 오면 여러 불상과 경전이 봉안되고 부처와 보살 등의 존상(尊像)을 신앙하거나 경상, 호지불, 불교 경전, 경갑 등이 제작되었다. 이러한 신앙생활 용구는 기복적(祈福的) 성격을 띠는 것으로서, 구리 거울의 앞면에 선각(線刻)하거나 먹을 사용하여 불교적 상을 표현한 것을 경상(鏡象)이라고 일컫는다.
경상의 출현은 화장용구로서의 구실이나 마음의 상징이라는 의미를 넘어 신앙적 의궤(儀軌)로서의 성격을 지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신의 조도품(調度品)으로 격을 부여하기도 하면서 동경에 길상어(吉詳語)나 교훈적인 글귀를 새겼는데, 이제 동경의 면에 불보살을 새김으로서 직접적으로 신앙 예배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현재 경상의 숫자는 지극히 적은데 원형이나, 방형, 장방형, 하트형, 배(舟)형 등을 볼 수 있으며 주로 13~14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새겨진 문양은 비로자나삼존불 한 점 외에는 대부분 관음상과 사천왕이며 북방의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과 버들가지를 든 양류관음이나 수월관음도 보인다. 경상의 유형은 전세경(傳世鏡)에 직접 도상(圖像)을 새긴 것은 드물고 대다수는 동경의 형태로 주물한 동판 표면을 연마하고 도석(鍍錫)한 뒤 도상을 새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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