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오늘 하루는 상당히 피곤한 하루였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따듯한 말을

6호선 합정역에서 건네주었던 아저씨.....

저에게 행복한 모습이 무엇인지 몸소 느끼게 해준 아저씨....

그 모습 죽는 날까지 잃치 말길..

2

(교정)

박정희는 죽었다.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다.하지만 박정희의 유령은 다시 반복 재생산되어 우리 앞에 드리워져 있다.어째서일까.어느 때보다 경제위기다 실업위기다 뭐다해서 이마에 주름살이 팍 잡힐 때 누군가 파워풀한 리더쉽으로 우리를 저 먼 지옥불에서 극락세계로 데려다 줄거라는 환상에 사로잡힌 것일까.아니면 보릿고개를 넘겨주신 성은을 잊지 못해 그를 기다리는 것일까.모르겠다.어쨌거나 그는 18년동안 독재권력을 무소불위로 휘두루며 무고한 사람들을 자기 멋대로 족쳤다.

박정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아마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줬다는 말일 것이다.하지만 수많은 민중들의 피와 눈물,그리고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이 아니였으면 그것이 가능했을까.박정희가 궁정동 안가에서 여러 여자들 끼고 놀아났을 때 잠자는 시간 빼놓고는 다리가 퉁퉁 붓도록 오로지 일만하다 죽어간 전태일같은 노동자가 서있었다.

올해 정부가 발표한 결식아동 추정치만 해도 30만명을 훌쩍 넘는단다.이많은 아동들이 밥도 제대로 못먹는 작금에 과연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됐다고 그대는 생각하는가.내 대답은 아니다.서민들은 지금도 내 아이가 뒤쳐지지 않기 위해 뼈빠지게 번 돈을 사교육비에 갖다 바치고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에 못가고 있다.지금도 여전히 아스팔트의 차디찬 기운이 감도는 도심 한 복판에서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이렇게 서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우리사회가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됐다고 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먹고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로 들어도 무방하다.

이 책에서는 우리사회가 알게 모르게 싸질러 놓은 박정희 신화을 산산조각낸다.조갑제류에 길들어진 독자들은 상당히 불쾌하겠지만 이건 엄연한 사실관계의 문제다.그는 철저한 일제인으로서 같은 민족인 조선인들을 배신하고 죽였다.왜?조선은 모자란 녀석들 투성이기 때문이다.저자의 말따라 그는 정말 슈퍼 일제인이였다.육군사관학교를 입학하기 위해 생년월일도 조작하고 손가락을 그어 충성 혈서를 쓰고 일제에 대한 충성심으로 말미암아 새벽에 일어나 힘껏 나팔을 부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고 한다.더불어 김재규가 쏜 총탄에 맞아 쓰러지는 순간까지 일제가 선사한 금시계를 금이야 옥이야 차고 있었다.그렇게 그는 죽는순간까지 일본인이였다.

이 책을 보면 확실히 박정희란 인간에 대해 치가 떨릴 정도로 묘사가 되어있다.알몸으로 벗겨진 그의 몰골을 보고 있으니 어째서 이런 하찮은 인간에게 이 나라가 당하고 살았나라는 생각을 해본다.그로 인해 폭력의 질서가 만연한 사회,지역주의가 판치는 사회,반공논리와 국가보안법이 설치는 사회,국민교육헌장 따위나 을퍼대는 지금에 우리가 과연 박정희의 마수에 깨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과거 청산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s.이 책이 그렇다고 완벽한 것만은 아니다.가령 일본인들은 단순하다니 단세포동물과 하등 다를 바 없다니 하는 류들의 논조는 전체적인 내용을 깍아먹은 듯 하다.요런 부분들만 걸러내면 괜찮은 책 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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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벌써 지승호의 인터뷰집이 세번째다.그의 전작 『사회를 바꾸는 아티스트』가 신해철 때문에 샀다면『다시 아웃사이더를 위하여』는 인터넷상에서 가장 활발한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는 진중권씨 때문에 샀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그의 인터뷰가 실렸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대형서점에 가서 그 부분만 봤는데 막상 살 가치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왜? 지난 한 해 동안 이미 진보누리에서 늘상 보아오던 논지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산 이유의 또 다른 이유는 우리사회의 사회적인 의제를 생산해내는 글쟁이들이 다수 포진되었기 때문이리라.여기 인터뷰에 소개되어 있는 사람들의 정치적인 포지션이 다양하다.먼저 홍세화씨와 진중권씨는 민주노동당의 당원이고 김정란과 노혜경 그리고 이 글을 묶고 정리한 지승호씨는 열린우리당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각설하고 홍세화씨는 『악역을 맡은자의 슬픔』에서 지적했듯이 "무료 공교육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지적한다.덧붙여『빨간 신호등』에서도 말했듯이 원래 무료 공교육의 개념은 민족주의 우파에 있었던 것인데 우리사회는 반공이데올로기의 공작과 천민 자본주의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지금 무료 공교육 제도를 반대하고 고교평준화를 반대하는 세력들은 정녕 누구란 말인가?

우리나라 사교육비를 한번 봐라.해외토픽 감 수준이다.물질적으로 부유한 자의 자식과 없는 자의 자식은 결국 계급재생산으로 치닫아 악순환의 연결고리로 이어진다.바로 여기서 우리는 연대의식보다는 "경쟁" 의식을 어릴 적부터 모르게 소비하며 나와 다른 타자에 대한 배려없이 자라난다.그러니깐 파업을 하면 노동자들 때문에 나라가 거덜난다느니 시민들의 발을 볼모로 잡느냐니 하는 레토릭이 여과없이 흘러나온다.아울러 "사회 구성원들 하나하나가 자신의 정체성을 배반하는 의식을 교육과정에서 형성하는 것만은 피해야"한다고 지적한다.이 말은 곧 자신의 계급적인 처지를 가장 실천적으로 반영하는 정당에게 합리적인 투표권을 행사하는 일이다.바로 올해 총선에 이러한 의지가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 대한민국史』를 지은 한홍구씨의 인터뷰에서는 한국의 수구파와 보수파의 분리작업을 해야한다는 말에 십분 동감한다. 지금봐라. 국가보안법도 다른 나라 같으면 우파들이 적극 나서서 철폐주장을 떠들어야 되는데 제대로 된 보수주의자가 없기 때문에 좌파들은 이런 지점에서 정력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유의미한 토론과 대화가 막혀 있는 딱한 실정이다.결국 진보와 보수가 서로 사는 길은 ‘수구와의 결별’을 얼마나 밀도있게 해내는가 하는 작업에 달려있다.

고등학교 끝자락 때『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읽고 우리나라 곳곳에 내장된 폭력의 기제들에 대해 나름대로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준 박노자씨의 인터뷰에서는 지난 월드컵 때,시청 한 복판에서 모두가 빨간 티셔츠 입고 응원해대는 모습은 전체주의적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파시즘에 가까웠다고 말한다.아울러 여기에는 국가의 어떤 필요에 의해 언론에 의해 자기가 동원되었다는 느낌도 모른 채 "자발적"인 움직임이라 믿는 ‘착각’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여기에 나는 동의하고 지지한다.하지만 '인물과 사상' 같은 허접한 월간지에다가 글을 싣는 꼴은 도저히 못 봐주겠다.

내게 있어 진중권씨는 사회비평격 도서 『폭력과 상스러움』으로 처음 접하게 됐다.한마디로 놀라움이였다.군더더기 없는 글이며 곳곳에 살아 숨쉬는 위트넘치는 글쓰기는 읽는이로 하여금 미소를 머금게 만든다.작년 한 해 파병문제로 시끄러웠을 때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앞장서서 유의미한 글을 정치사이트에 올렸고 사회 주요 쟁점에 대해 발빠르게 움직인 논객이였다.1년 가까이 지켜봤지만 정말 양심있는 지식인이라고 생각한다.이러면 누군가 진빠라고 비아냥거리겠지……

나는 한편으로 실망스럽다.『말의 귀환』을 보고 감명받았던 김정란씨의 정치적인 포지션이 노무현이란 한 개인에 매몰되서 말이다.아울러 노혜경씨도 이제 지식인이 아니라 정치인으로 거듭날려 한다.그리고 강준만씨의 대중에게 향한 글쓰기는 높이 평가하나 파병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울 때 한가하게 골프장 타령이나 하고 자빠졌던 기회주의적인 면모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또한 호남소외니 차별이니 철지난 앙갚음에 대한 책을 굴비엮듯 줄줄 꿰어내는 그의 "오바하는 글쓰기"는 대체 누구을 위한 글쓰기인가?또 배신은 누가 했단 말인가?노무현을 죽였다 살렸다 엿가락처럼 늘려가며 일관성없이 널뛰는 글쓰기는 대체 누구를 위한 글쓰기인가?호남민중들인가?아니면 거기서 지역주의 조장해가며 장사질하는 호남엘리트들인가?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