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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출판사를 찾아서
황매출판사 가는 골목길
황매를 처음 알게 된 곳은 지금의 홍대근처의 서교동이 아니라 대학로 부근이었다.
보다 조용하고 비교적 출판사 분위기가 나는 이 곳은 몇 번의 이사끝에 자리를 잡게 되었고 파란 잔디가 있는 정원도 있어 사람냄새가 정겨운 곳이다.
제대로 설명하려면 어떻게 출판사를 하게 됐는지부터 이야기해야 하는데… 원래 하려던 일은 출판사가 아니라 프로덕션이었습니다. 15년 정도 만화 스토리작가('늑대의 유혹'은 황매출판사의 첫 작품이었고, 정정란 대표가 만든 첫 책이었다. 정정란 대표는 1989년부터 만화 스토리작가로 활동해온 베테랑으로 '날아라 슈퍼보드'나 '불청객 시리즈' 등을 집필했지만 출판에는 문외한이었다.) 로 일한 경험이 있으니까 만화사업을 생각했죠. 그냥 만화책을 펴내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직접 팔자는 구상이었어요. 유통마진을 없애면 작가들 몫을 더 챙겨줄 수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몇몇 만화가들을 찾아가 작품을 달라고 했더니 그렇게 하면 기존 만화출판사들이 가만히 있겠느냐, 당신의 대안은 무엇이냐, 인세는 얼마나 주느냐 따지기만 해서 사업이 지지부진했습니다. 귀여니 소설은 일찌감치 인터넷에서 읽고 만화로 만들 것을 약속한 상태였는데 사업이 구상대로 되지 않으니까 만화작업도 지연됐습니다. 귀여니가 상당히 실망했던 모양이에요. 어느 날 전화를 하는데 "어른들은 말만 꺼내놓고 아무런 결과도 보여주지 않는다"고 해요. 안되겠다 싶었죠. 저는 만화에만 관심이 있었고 소설은 다른 출판사를 찾아주겠다고 했거든요. 여러 출판사에 제안을 했죠. 재미있는 소설이 있으니까 검토해서 찍어달라고. 하지만 귀여니 소설을 보고는 한결같이 '이제 그이야기는 그만 하자'고 하는 겁니다. 어이가 없다는 것이죠. 아니면 만화책이 나온 다음에 소설을 내겠다는 곳도 있었죠. 이러다가는 귀여니가 어른들을 불신하게 될 것 같아서 그럼 만화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네 소설부터 내자고 했어요. 그래서 갑자기 출판사 등록을 했죠.
(황매라는 출판명에 대한 질문에 ) 다수확을 의미해요. 제 고향이 경남 합천인데 지리산 자락에 황매산이 있어요. 그런데 왜 매화산이 아니라 황매산이 됐냐면 매화나무가 너무 많아서 봄이 되면 산 전체가 하얗다고 해요. 꽃이 많이 피니 열매도 많이 열려서 보통 청매일 때 다 따는데 황매가 될 때까지 내버려 둘 정도였죠. ‘산 가득 꽃피니 열매 또한 많으리’라는 뜻이에요.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죠. 돈 많이 벌라고.
( 황매 정정란 대표 기획회의 인터뷰 기사중)
2002년 귀여니의 소설 '늑대의 유혹' 을 계기로 출판사를 시작한 황매. 이 소설로 우리나라의 인터넷 작가의 새로운 출판기획을 낳게 되었고 새로운 인터넷 문화와 청소년 소설(인터넷)이라는 뚜렷한 장르가 탄생하였다. 이후에 황매는 '체 게바라' 의 책들을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에 시선을 두며 짧은 시간에 빠른 성장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만화와 아동도서를 포함한 200여 종 가까운 책을 발간하는 중진 출판사이다.
약간은 낡아 삐걱대는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이는 돌계단과 그동안 내린 비때문에 제법 많이 자란 잔디와 나무가 반기 듯 우거져(?) 있다.
입구에 세워져 있는 분홍색 자전거와 건물의 외등이 차분함이 담겨 있다.
투박한 옹기와 길게 자란 풀들이 시골의 정취가 베어져 나오는 착각을 일으킨다.
지난 4,5월쯤에 찍어 둔 황매의 정원
정원에 들어서면 보이는 황매출판사의 모습
(가정집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실제로 2층에는 대표의 개인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녀석(단비) 스타기질이 다분하다. 출판사에 들어서면 손님을 맞는 듯한 그윽한 표정으로 졸졸 따라다닌다 -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만 ^^: (카메라를 들면 어떻게 알고 자세까지 완벽하게 잡는다.)
하얀 외벽과 푸르름이 어울리는 황매출판사의 입구
왼쪽이 디자인실이고 오른쪽이 편집부와 총무부 (여기까지 안내하는 황매의 마스코트 단비 *^^*)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편집회의 모습
황매의 열정 *^^*
정정란 대표의 집무실
(왼쪽의 연필화는 만화가 박재동 작가가 서류봉투에 즉석으로 그려준 대표의 그림이라고 한다)
잔디깍이와 정원
잔디에 심어져(?) 있는 목각 인형 풀벌레가 이렇게 인사를 하는 듯 *^^*
밖에서 바라 본 출판사의 모습
가끔 이렇게 정원에서 바베큐 파티를 한다고 한다. *^^* (맛있겠당~!)
정원에 놓여져 있는 물화분에 작은 연꽃과 처마 끝에 걸려 있는 모빌
단비 퍼레이드
이렇게 졸린 눈을 하고서도 따라다니며 포즈를 취해주고 있는 단비
이녀석 서당개 처럼 인텔리하다. 아마도 출판사에 있는 견중에서 꽤 분위기를 잡는 녀석인 듯 하다.
(말도 은근히 알아 듣는 것 같기도 하고 ^^:)
자세가 예술이다.(먼 산 쳐다보듯 알아서 시선처리까지 한다 ㅋㅋㅋ)
뽀샤시로 분위기 한 번 띄어본 단비 ^^:
황매출판사의 도서목록
귀여니의 소설
호두나무 왼쪽길로 전 5권 (박흥용 글,그림)
스무 살 청년이 오토바이 한대로 전국을 돌며 세상과 만나는 여행만화.
유쾌한 전국 일주와 한 소년의 성장여행 사이를 거침없이 종횡하며, 지난 날 성장통으로 바다를 찾아야 했던 우리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한국일보에 1년 간 연재된 박흥용 작가의 만화를 단행본으로 펴냈으며, 본편 뒤에는 주인공 상복이의 여정에 등장하는 우리 땅의 여러 명소들에 대한 50페이지 분량의 여행 정보와 사진이 담겨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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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의 책들
단테의 모자이크 살인 (줄리오 레오니 지음/이현경 옮김)
이 작품은 할리우드식 기획소설과는 확실히 격을 달리한 채 풍부한 상상력과 방대한 인문학적인 지식을 담고 있다. 특히 단테의 <신곡>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 대한 지적인 추리력은 가히 이 작가가 에코를 뒤를 밟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역사적 실존 인물 단테가 탐정이 되어 등장하는 이 소설은 그가 그 시대의 엘리트들을 만나면서 살인사건의 단서를 풀어나가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13세기 중세 이탈리아의 사회와 역사, 문학, 예술에 대한 각종 지식들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묘미를 제공한다.
단테의 빛의 살인 (줄리오 레오니 지음/이현경 옮김)
<단테의 모자이크 살인>에서 피렌체 행정위원으로서 첫 관문을 좌충우돌 통과한 단테. 그의 임기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1300년 여름, 몰살된 선원들이 타고 있는 갤리선을 맞이한다. 이윽고 벌어지는 연쇄 살인과 의문의 순례자 행렬. 수많은 음모가 몰려드는 피렌체의 지옥같은 여름. 단테는 여전히 이 꽃의 도시를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몸을 사리지 않는다. 아름다운 사랑시를 적어내려가던 시인이 아닌, 장엄한 '신곡'을 그려야 하는 작가의 숙명처럼 단테 앞에 벌어지는 중세의 비밀. 이 책은 그 진실의 빛을 찾아 나아가는 단테의 힘찬 여정의 끝에 역사와 진실에 대한 용감한 정의를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빛의 살인'은 가장 어두운 시절의 유럽 역사 속 진실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단테는 자신의 험난한 행정위원 임무를 마치고 드디어'신곡'을 쓰게 된다.
몇 번이라도 좋다 이 지독한 삶이여,다시 (도다 세이지 지음/김해용 옮김)
1999년부터 자신의 홈페이지에 만화 작품을 올린 일본 만화가 도다 세이지의 카툰집. 자폐, 연애, 이혼, 아이와의 관계, 사는 것, 죽는 것 등 현대사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고 살아가는 불안과 고민, 사소한 위화감 같은 것들을 일상생활로부터 건져 올려 부드럽게 그려내고 있다.
들돼지를 퓨로듀스 (시라이와 겐 지음/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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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신세대 작가 시라이와 겐의 첫 장편소설. 반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지만 사실은 다정한 척 연기를 하고 있던 주인공이 징그럽다는 이야기를 듣는 뚱뚱한 남자 전학생을 인기인으로 만드는 내용으로, 2004년 제41회 문예상 수상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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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다나다군 (후지타니 오사무 지음/이은주 옮김)
사랑에 빠진 평범한 남자의 특별한 구애기. 첫눈에 반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을 획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꺽다리에 방향치인 어수룩한 주인공, '다나다 군'은 '파오'라는 애칭의 차로 드라이브하던 중 어떤 여성의 뒷모습을 보고, 마른하늘에 번개가 치듯 한눈에 반하고 만다. 호테이 호텔에서 그는 첫눈에 반한 여성인 마바 씨를 다시 만나게 되고, 그 사랑을 획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정유리 옮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법한 청춘 시절의 일상과 고뇌를 생생하게 그린 소설. 좋아하는 건지 미워하는 건지, 사랑스러운 건지 괴롭히고 싶은 건지, 자신도 파악하지 못하는 나나가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하츠는 '발로 차주고 싶다'라고 표현한다. 타인과의 소통의 가능성을 부정하려 애쓰던 '하츠'의 고독한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껍질'은 얇게 쓸려나간다. 젊은 세대의 리얼리티를 그린 소녀의 숨 막힐 듯한 감각이, 마음 한 구석을 나이프처럼 찌르고 들어오는 성장 소설. 제130회 아쿠타가와상 공동 수상 작품이다.
인형 옷 마을로 오세요 (D 지음/이윤원 옮김)
만화와 소설의 형식이 결합된 '노블 코믹'을 선보이는 일본 작가 D[di:]의 대표작. 소설과 만화, 일러스트 등 다양한 장르에서 우울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가난하고 못생긴 사람들을 내세워 개인의 아픔을 사회적 화두로 이끌어내며,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일러스트를 제공하였다.
'귀여움'이 절대의 가치를 갖는 인형옷 마을에서 태어난 소년 도시. 귀엽게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형옷에 온몸을 감싼 채 자란 주인공은 급기야 디즈니랜드처럼 청결하고 즐겁기 만한 이 마을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희망의 땅인 '밖'에서 도시를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친구인 마망으로부터 배신 당하고, 의문의 여인인 가쓰코를 만난다. 도시가 꿈꿨던 모든 것이 하나씩 하나씩 철저히 붕괴되어 가는데 부합하듯 마음의 어둠을 이용하는 붉은 집단 'G지구'의 그림자가 인형옷 마을로 소리 없이 다가선다.
플라터너스 나무 위의 줄리 (윈델린 드라닌 지음/이지선 옮김)
사랑에 눈뜨기 시작한 소녀와 소년의 미묘한 심리가 유쾌하게 그려진 청소년 도서. 중학교 2학년인 두 주인공의 같은 이야기를 서로 다른 시각으로 풀어냄으로써 첫사랑의 설레임을 독특하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줄리는 첫 눈에 브라이스에게 반했고 브라이스는 7년이 지나서야 자신이 줄리에게 갖게 된 그 마음을 깨닫게 된다. 두 가족 구성원들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학교에서의 흥미진진한 일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사랑에 눈뜨는 과정을 작가는 서로의 이웃에 사는 줄리와 브라이스 두 소년 소녀의 7년 간에 걸친 우정과 사랑을 독특한 구성으로 풀어낸다
인재 (쉬옌 지음/김택규,유예진 옮김)
72명의 중국 역사 속 인물들이 제시하는 72가지 인재관리술
제갈공명부터 조조, 당태종에 이르기까지 그들만의 리더십 노하우. 이를테면 조조 같은 이는 간웅이라고 불린 만큼 자신의 수하들에 대한 관리를 잘했다. 하후돈이나 조인 등 무수히 많은 갈등 요인을 가지고 있는 부하들을 모두 자신에게 집중시킬 수 있었던 것은 능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면 버선발로 뛰어나가 맞이할 정도로 지극했던 그 마음가짐에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간웅 조조의 인재관리술이다.
그런가 하면 원나라 때의 세조는 적재적소의 인재라고 생각하면 나이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기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승상으로 임명한 안동은 나이 18살 때 파격적으로 기용된 인물이었다. 이미 더 어린 나이 때부터 안동을 눈여겨보고 있던 세조가 18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승상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리라 판단해 많은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기용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발탁이 성공적이었음을 역사는 증명한다.
일상 속의 깨달음 (예셰 초드론 지음/이은희 옮김)
이 책은 불교의 전통과는 동떨어진 한 서양소녀가 어떤 과정을 통해 동양의, 그리고 불교의 정신적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는가를 보여준다. 그래서 얼핏 불교, 특히 티베트불교의 개론서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총 4개의 장, <길을 찾아서> <기본적 가르침> <자비의 정신-보살의 길> <생활 속의 영적 전사>를 더듬어 가다보면 그녀가 생활을 하며, 또 그녀가 괴로움을 겪으며 느끼고 극복했던 모든 것들이 불교의 그 원리들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오아시스 (이쿠타 사요 지음/김난주 옮김)
집안일에 손을 뗀 엄마와 그런 엄마 때문에 독립도 못하는 언니와 함께 사는 21세의 프리터(정식 직장을 구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일본의 신세대를 일컫는 말) 이가라시 메이코의 일상을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게 묘사한 이 소설은, 주인공 이가라시 메이코가 아끼던 자전거를 잃어버리면서 시작된다. 그녀는 무거운 쓰레기 같은 아무 일도 안 하고 집에만 처박혀 있는 엄마와의 일상이 늘 버겁다.'엄마의 패배 에너지'와 싸우며, 한편으로는 잃어버린 파란 자전거에 집착해'자전거 찾아 삼만리'를 펼치는 소녀의 우울할 법한 하루하루이지만, 작가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발랄한 글쓰기로 시종일관 입가에 웃음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코 ICO - 안개의 성 (미야베 미유키 지음/김현주 옮김)
게임 ICO는 플레이스테이션2 초기 밀리언셀러로, 미려한 그래픽과?감동적 스토리, 뛰어난 조작성과 몰입도를 자랑하는 비디오게임이다. ICO를 원작으로 한 소설은 2004년 여름 3년간의 연재 끝에 출간되어 일본에서 한달만에 30만부가 팔리는 빅히트를 기록했다. 소설의 제목은<이코-안개의 성>.
태어날때부터 머리에 뿔이 난, 제물로 바쳐져야 하는 소년 이코는 신관의 호송으로 안개의 성에 끌려가게 된다. 끌려가기 전 이코는 친구 토토가 목숨을 걸고 구해온 '광휘의 서'의 증표를 가슴에 숨기고 있었다. 안개의 성에서 증표로 인해 제물로 봉인되지 않고 살아난 이코는 그곳에서 거대한 철새장에 갇힌 신비의 소녀 요르다를 구한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손을 잡고 함께 안개의 성을 탈출하는 두 사람. 그들의 앞을 막는 마물들과, 안개의 성주인인 마신의 후계자 여왕. 그리고 서서히 밝혀지는 요르다의 과거, 요르다는 여왕의 딸이었으며 그녀를 구하려던 이방의 뿔달린 기사 오즈마는 이코의 선조였던 것이다. 하나의 살아있는 미로이자 요새로 변한 안개의 성에서 이코와 요르다의 신비한 탈출기가 벌어진다.
스킵 SKIP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오유아 옮김)
쇼와 40년(1965년) 나, 이치노세 마리코는 열일곱 살, 지바현의 바닷가 마을에 사는 여고 2학년이다. 그해 9월, 호우로 인해 체육대회 후반이 중지된 저녁, 나는 우리 집 세 평짜리 방에서 혼자 레코드를 틀어놓고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때, 나는 사쿠라기 마리코, 마흔두 살이었다. 남편과 열일곱 살짜리 딸을 둔 고등학교 국어교사. 도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외톨이. 그러나 나는 앞으로 나아간다. 마음이 몸을 걸어가도록 밀어준다. 고개를 들고 '나'를 살아간다.
<스킵>은 시간과 사람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말, 그 말의 구성체인 이야기에 대한 본질을 펼쳐내는 아주 독특하고 뜻깊은 소설이다. 그러면서도 장르문학(미스터리, SF)의 대가답게 읽는 즐거움을 결코 잃지 않게 만드는 작가의 내공이 돋보이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톰 행크스의 히트작으로 역시 시간을 거스른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 <빅>에서 주인공은 결국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여러 에피소드를 회상할 뿐이다. 하지만 <스킵>에서는 돌아갈 수 없다. 돌아가지 않는다.
파일럿 피쉬 (오사키 요시오 지음/김해용 옮김)
월간 <발기>라는 포르노잡지의 편집장인 주인공 야마자키는 새벽, 자신의 집 거실 열대어들이 헤엄치는 투명한 수조 앞에서 19년 만에 걸려온 옛 애인 유키코의 전화를 받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단숨에 그녀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자신에게 놀라는 주인공.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전화를 계기로 야마자키는 잘 조성된 인공의 수조 같은 현재의 자신에게 담겨진 소중했던 사람들의 기억과 사랑, 그리고 상실에 관해 끊임없이 반추하게 된다. 젊은 날의 감정과 지난 현재의 기억을 되새기며 그는 19년 만에 옛 애인을 만나게 된다. 3년 간의 사귐, 19년 간의 공백, 그리고 잠시의 재회. 야마자키의 기억과 사랑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고 반응하는 수조 속 미생물 같은 것이었다. 그것이 그를 살게 만들었고, 깨닫게 되었을때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버린, 현존하는 기억 속 모두의 사랑이야기.
출처 : http://paper.cyworld.com/dam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