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경순의 영화잡담에 나온 추상미가 <생활의 발견>을
찍었을 때 배우로서 곤란함을 토로하더군요.
홍상수의 영화를 찍는 배우들은 홍상수와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 친구는 뭐냐.거칠게 얘기하자면 '술' 친구죠.ㅋㅋㅋ
<극장전>을 찍었던 배우 이기우도 홍상수와 술친구가
되어야 했습니다.술 잘 못하는 배우가 술로 인해 고생했던
에피소드가 잘 말해줍니다.한마디로 홍상수와 영화 작업을 할라면
술도 마시러 다닐 줄 알아야 하고 많은 시간을 감독이 띠껍더라도
많은 이야기들을 감독과 배우가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박혀있는 감독이에요.
이것은 마치 한국의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담배를 펴야 진.정.한 친구로
인정해주는 괴상한 문화를 이어받은 표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작업을 하기 전에 배우들과 감독이 많은 이야기들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사람은 '술단지를 끌어 당기며' 사는 감독입니다.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야
솔직담백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미신을 믿고 있는 감독입니다.
영화에도 시시때때로 술 쳐먹는 장면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시나리오도 즉석에서 엉성하게 엮여서 만듭니다.
지가 무슨 우연의 아버지 디오게네스입니까?ㅋㅋ
이 사람은 그걸로 영화자체를 만드는 사람이에요.이 분 참 알로먹죠?ㅋㅋㅋ
추상미에 따르면 홍상수는 배우라는 유리가면 즉 페르소나를 거세시킨
혹은 껍떼기들을 벗겨버리고 배우 추상미가 아니라
인간 추상미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는 홍상수의
영화 스타일로 인해 배우로서의 데미지가 크답니다.
왜 아니겠어요.배우로선 이건 '자살행위'입니다.
연기는 사기이고 거짓입니다.
왜?영화 자체가 커다란 판타지고 허구이기 때문이죠.
연기는 배우가 캐릭터에 몸을 담그는 거지
배우의 몸에서 캐릭터가 빠져나와 유체이탈을 하는 게 아닙니다.
시나리오가 텅 비워있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 프로 아직 초기단계인데 시간이
더 지나면 괜찮은 인터뷰 프로그램이 될 것 같아요.
특히 영화라는 장르를 가지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 뿐만 아니라 당대의 걸출한 감독들까지
끌어오는 연출가의 역량이 돋보이네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저는 케이블에서 우연치 않게 공형진 편부터
봤는데 이니셜 토크도 말이 이니셜이지 정말 다 까발리고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서로 가식없이 방송하는 게
신선하더군요.그 동안 이런 비슷한 프로는 이니셜만 밝히고
궁금증만 유발시키고 엿이나 먹이면서 끝나고
다음 날 스포츠 찌라시같은 곳에 추측성 보도글이
난무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곳에 속아넘어가는
얼빵이 시청자들은 없다는 것이죠.그만큼
시대가 달라지고 패러다임이 달라졌어요.
얼마 전에는 류승완 감독이 나와 영화를 계속 찍기 위해
봉준호와 제과제빵 학원에 등록했다는 이야기들도
깨소금처럼 뿌려져 있어 개인적으로 흥미로웠습니다.
제가 봉준호의 영화를 좋아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감독들의 세계를 자주 접했으면 좋겠군요.
다음 주는 무술감독 정두홍 씨가 나온답니다.
하여간에 추상미는 아마 <미소>같은 영화는 무일푼으로
다시 찍어도 홍상수와는 다신 작업하진 않을 것 같아요.
뭐,배우의 취향에 따라 홍상수 좋아하는 성현아같은
애기들도 많이 있겠지만.항간에는 이제 벗는 영화는
안한다고 하더군요.ㅋㅋ
그런 의미에서 보면 성현아같은
배우는 육체적으로 벗고 정신적으로 완전히
빨개벗고 영화에 나왔으니 정말 쪽팔릴 것 같아요.
부끄부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