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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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도전해 본 미미여사의 책. 항상 엄청난 분량에 압도되어 감히 도전해보기가 어려웠던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이다. 왜 사람들이 그렇게 칭찬을 하는지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지만 엄두를 못내다가 이번에 신작이 나왔다기에, 북스피어 창간 10주년 기념 르지라시 특대호도 서비스로 준다길래 (사실 이게 더 탐나서) 과감하게 질렀다.
소문대로 미미여사의 책은 가독성이 좋아서 팬이라면 어마어마한 두께에도 불구하고 책장이 술술 넘어가겠으나 애초에 다른 사심이 있어 구입한 내게는 분량이 좀 버거웠다.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꿈마저 앗아가는 다단계 사기를 소재로 한 이야기라서 최근 다단계 사업에 심취해있는 언니의 이야기와 겹쳐지며 은근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다시 한번 읽어보며 어디가 복선이었는지 확인하고 싶지만 역시나 엄두가 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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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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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의 독특한 문체의 매력에 빠져들며 읽었다. 그녀의 소설은 소리내어 읽기에 참 좋다. 그녀만의 독특한 의성어와 그녀만의 호흡이 소설에 푹 빠져들게 한다.
소라 나나 나기가 내게 이야기를 들려 주는 듯한 착각에 빠져서 그들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고 빠져들다보면 인간이란 참 덧없고 하찮고 , 인생의 본질은 허망하고, 그러므로 무엇에도 애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때문에 사랑스럽다고, 그래서 계속해보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어차피 큰 기대가 없다면 더 나빠질 것도 없을테니까. 세상엔 좋은 것이 많지는 않지만 (좋은 것이란 것은 어차피 귀한것, 귀해서 좋은것이므로) 계속 되는 삶에서 나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인연들을 만나고 그 사랑으로 또 하루 살아갈 힘을 얻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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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손아람 지음 / 들녘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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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 대법원 등의 합의체 재판부에서 판결을 도출하는 다수 법관의 의견에 반하는 법관의 의견.

영화가 우여곡절 끝에 개봉된다는 소식을 듣고 원작소설이 있다는 말에 부랴부랴 찾아 읽어보았다. 2009년 용산 사건을 소재로 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을뿐 작가에 대해서나 소설에 대해서도 전혀 사전 지식이 없었다. 그래선지 처음엔 바로 몰입되지는 않았다. 법정소설인지라 어려운 법률용어들이 있어서 편하게 읽히지도 않았다.
나는 편한 자세로 읽기를 포기하고 책상앞에 앉았다. 메모도 해가며 소설 속 상황에 적극적으로 들어가 보려고 했다. 사실 2009년 용산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외침을 본의아니게 외면하고 말았던 죄책감이 나를 지배하고 있어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경건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용산 사건이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서 왜곡되고은폐될 때, 그때 나는 깨달았다. 내가 눈과 귀를 똑바로 열지 않으면 진실을 볼 수 없겠다고. 그리고 아직까지도 우리는 진실을 보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소설이 직접적으로 용산을 거론하진 않지만 읽는 동안 내내 용산이 오버랩된다. 범죄를 조작하려는 자, 말장난같은 법조문을 가지고 흔들림 없는 견고한 삶을 추구하는 자, 그들 틈에서 약자들의 소수의견은 살아남기 어렵다. 진실은 권력을 쥔 자와 가진 자의 해석에 의해 달라지는 것. 그것을 뒤엎기 위해선 세가지가 필요하다. ˝국민의 법감정에 기반한 강력한 여론의 지지, 유능한 변호사, 시대의 변화˝
이 책에서 사건은 `소설처럼` 어려운 고비마다 의인들이 나타나서 예상보다 쉽게 풀린다. 검사가 당황하고 재판관이 곤란해질때마다 통쾌해지기도 하지만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세상이 쉽게 달라지지는 않을거라고 여전히 가진자들은 견고하고 대다수의 약자들은 세상이 두려워 차라리 외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소설에서도 볼 수있기 때문이다.
˝기척없이 뿌려진 무수히 많은 질문들. 기억은 시간 속으로 제각기 흩어졌지만 질문들의 몸통은 결국 하나였다. 어떻게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의 문제.˝
결국 이 사회를 정의롭게 만드는 것은 국가나 법률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슴에 새기고 진실을 은폐하고 묵인하며 부와 권력을 지키기에만 급급한 자들의 만행을 똑똑히 기억해주는 우리들의 몫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유일하게 감동의 눈물이 터져 나왔던 순간이 법조문으로 무장된 변호사의 통쾌한 변론이 아니라 어려운 순간에도 바른 삶의 태도를 보여준 죽은 경찰관 아버지의 진술에서였다. 법은 차갑지만 정의는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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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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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녀 주인공이 이메일을 서로 주고 받는 형식의 독특한 소설이다. 편지글이라는 특성상 읽기가 쉽고 남의 편지를 은밀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주인공 에미와 레오는 우연한 실수로 이메일을 주고 받다가 점점 `당신의 글`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 <Her>에서 인공지능의 os 에이미와 사랑에 빠지는 테오도르처럼 실제 만남이 아닌 가상공간에서의 환상을 쫓게 되는 것이다.
그들의 관계는 철저히 `바깥`이다. 가끔씩 나를 숨기고 역할에 충실해야만 하는 실제 생활과는 다른, `빈틈없고 정복당할리 없고, 침입자 하나 허용하지 않는 굳게 닫힌 요새`로 기능하는 메일 속에서 그들이 글로 사랑을 나누는 것으로 소설을 끝까지 밀고간다.
책을 읽다보니 예전에 pc 통신이 시작되고나서 채팅 붐이 일었을때가 생각났다.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오면 두근두근 하면서도 떨리기도 하고 호기심도 생기던 시절. 나는 에미처럼 당차게 인연을 만들어가지 못했지만 현실과는 다른 나만의 `바깥`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공감이 갔다.
들뜬 마음으로 보냈던 삶의 한 시기를 이들은 품위 있게 마무리 했을까? 결말은 의외였으나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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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i 2015-06-19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죠!! 책도 얇고 소히 둘의 케미가 마구마구 전달되는 소설이었어요 ~속편도 있는데 그건 별로였어요 ~~

살리미 2015-06-19 13:26   좋아요 0 | URL
대화가 아주 찰지더만요~^^ 이메일로만 소설 한편이 충분히 나올 정도로요 ㅎㅎ 둘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는데 속편은 별로라고 저도 들어서 읽을까 말까 살짝 고민중이에요.
 
국경시장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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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상하게 단편 소설이 잘 읽히지 않는다. 한 소설집 안의 여러 단편을 다 읽는 경우도 드물다. 내가 건성건성 독서를 하는 편이라 그런지 여러 사건이 쉴새없이 얽히고 설키는 장편소설은 그나마 쭉 따라가는 편인데 단편소설들은 대부분 찰나를 놓쳐도 재미를 잃어버리기 일쑤라 읽고나도 별 남는게 없는 느낌이다.
그런 이유인지 나는 이 작가를 몰랐다. 한국 소설계에 내가 별 관심이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등단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이번이 두번째 소설집이라 하니까.

그런데 이 소설집이 워낙 재밌다는 추천을 듣고 희안하게 별 고민없이 클릭질을 해서 덜컥 이 책을 사버렸다.(잘 알지도 못하는 작가의 단편소설집을 사는 것은 내겐 정말 희안한 일이다.) 이름만 듣고는 남자인줄 알았는데 소설집을 펴보니 작가사진이 야무진 여자 얼굴이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일은 첫번째 단편 <국경시장>을 읽고 나서 벌어졌다.
정말 너무 재밌는거다!! 다음 단편도 단숨에.. 또 다음 단편도 단숨에..
실로 오랜만에 단편소설집 한권을 단숨에 읽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작가는 워낙 상상력도 뛰어나지만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다. 여덟편의 소설이 모두 다 장편소설같은 서사를 가지고 환상과 관념, 욕망과 현실의 세계를 오락가락 한다. 특히나 <국경시장>과 <쿠문> 같은 작품은 정말 소름이 돋을만큼 새로웠고 작가의 자전소설이라는 <한방울의 죄>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고백이었다. 지금 손가락이 아파 다 쓸수는 없지만 여덟편의 단편 모두 소중하다.
책을 읽는 동안 완전히 작가에게 매료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또다시 반하게 되었다. 두번째 책을 묶으면서 소설쓰는 일이 볼리비아 해군과 같지 않은가 생각해본다고. 패전 후 영토를 뺏기고 남미 최빈국으로 전락한 볼리비아는 자신들의 지도에서 바다가 사라진 후에도 해군을 해체하지 않았다. 오늘날 볼리비아 해군은 해발 삼천팔백십 미터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에서 하얀 제복을 입고 열심히 훈련을 한다고 한다.
위대한 작가들이 탄생할 수 있는 바다의 시대는 지나가버리지 않았나 하는 시기에도 항상 스케일이 큰 문학을 동경하는 김성중 작가는 쓰는 일과 사는 일이 다 같이 복잡해지면 볼리비아의 해군을 떠올린단다.
언젠가 하얀 제복을 입고 호수 아닌 바다로 나갈 때가 있으리라. 그때까지 뱃멀미를 참으며 훈련을 거듭하는 수밖에. 그럴 수밖에.
그렇게 훈련하는 작가를 나는 열렬히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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