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손아람 지음 / 들녘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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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 대법원 등의 합의체 재판부에서 판결을 도출하는 다수 법관의 의견에 반하는 법관의 의견.

영화가 우여곡절 끝에 개봉된다는 소식을 듣고 원작소설이 있다는 말에 부랴부랴 찾아 읽어보았다. 2009년 용산 사건을 소재로 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을뿐 작가에 대해서나 소설에 대해서도 전혀 사전 지식이 없었다. 그래선지 처음엔 바로 몰입되지는 않았다. 법정소설인지라 어려운 법률용어들이 있어서 편하게 읽히지도 않았다.
나는 편한 자세로 읽기를 포기하고 책상앞에 앉았다. 메모도 해가며 소설 속 상황에 적극적으로 들어가 보려고 했다. 사실 2009년 용산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외침을 본의아니게 외면하고 말았던 죄책감이 나를 지배하고 있어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경건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용산 사건이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서 왜곡되고은폐될 때, 그때 나는 깨달았다. 내가 눈과 귀를 똑바로 열지 않으면 진실을 볼 수 없겠다고. 그리고 아직까지도 우리는 진실을 보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소설이 직접적으로 용산을 거론하진 않지만 읽는 동안 내내 용산이 오버랩된다. 범죄를 조작하려는 자, 말장난같은 법조문을 가지고 흔들림 없는 견고한 삶을 추구하는 자, 그들 틈에서 약자들의 소수의견은 살아남기 어렵다. 진실은 권력을 쥔 자와 가진 자의 해석에 의해 달라지는 것. 그것을 뒤엎기 위해선 세가지가 필요하다. ˝국민의 법감정에 기반한 강력한 여론의 지지, 유능한 변호사, 시대의 변화˝
이 책에서 사건은 `소설처럼` 어려운 고비마다 의인들이 나타나서 예상보다 쉽게 풀린다. 검사가 당황하고 재판관이 곤란해질때마다 통쾌해지기도 하지만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세상이 쉽게 달라지지는 않을거라고 여전히 가진자들은 견고하고 대다수의 약자들은 세상이 두려워 차라리 외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소설에서도 볼 수있기 때문이다.
˝기척없이 뿌려진 무수히 많은 질문들. 기억은 시간 속으로 제각기 흩어졌지만 질문들의 몸통은 결국 하나였다. 어떻게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고 싶은가의 문제.˝
결국 이 사회를 정의롭게 만드는 것은 국가나 법률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슴에 새기고 진실을 은폐하고 묵인하며 부와 권력을 지키기에만 급급한 자들의 만행을 똑똑히 기억해주는 우리들의 몫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유일하게 감동의 눈물이 터져 나왔던 순간이 법조문으로 무장된 변호사의 통쾌한 변론이 아니라 어려운 순간에도 바른 삶의 태도를 보여준 죽은 경찰관 아버지의 진술에서였다. 법은 차갑지만 정의는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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