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를 잘 읽지 못한다. 감성이 메말라서일까.. 시 자체만 읽고 감동이 오는 경우는 많지 않고 그 시를 잘 해석한 것을 보고는 그제서야 `아!!` 하고 무릎을 치는 때가 많다 ㅠㅠ
시를 읽는 일이 감수성 넘쳐나던 학생때 만큼 그리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얼마전에 시를 읽다가 (아마 김수영의 시가 아니었나 싶은데) 너무 감동을 받아서 내 친구들 카톡 단체방에 그 시를 올린 적이 있었다. 누군가와 그 느낌을 공유하고 싶었고 최소한 한명쯤은 나와 공감해주리라 믿었는데... 그런데 돌아온 반응은 `이게 무슨 말이냐` `아직도 시를 읽고 있냐` `그래서 대체 어쩌라고` 이런 분위기여서 그 후로는 아무에게도 내색하지 못하고 혼자 좋아하고 만다.( 무척 슬픈 일이다)
오늘도 이 책을 읽다가 가슴을 울리는 싯구가 있어서 누군가와 같이 공감하고 싶었지만 또 그런 반응이 올까봐 내색을 하지 못했다. 그나마 나를 받아주는 남편은 멀리 출장 가 있고, 절친의 분위기를 슬쩍 보았더니 뭔가 엄청 바쁜 눈치다.
이럴 때 북플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여기서라면 실컷 떠들어도 괜찮을테니까.

저자 정재찬은 한양대에서 공대생들을 상대로 시 강의를 한다. 애매모호한 감성보다는 정확한 답을 도출 하는 법을 배워온 공대생들을 상대로 매번 기립박수를 받으며 `문화혼융의 시읽기`라는 강의를 했다는데 책을 펼쳐보면 충분히 그럴만 하다고 느껴진다. 그의 텍스트에서 음성지원 시각지원이 되는 듯 유행가, 영화, 사진, 광고등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펼친다. 그의 강의를 현장에서 꼭 한번 들어보고 싶어진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너무나도 많이 읽어왔던 윤동주의 <별헤는 밤>을 읽으면서 나는 또 다른 감상을 더하게 되었다.
시에서 행과 연이 어떻게 그 의미를 더하는지...
어머니라는 이름끝에 봇물처럼 터진 그리움이 그 다음 수다처럼 길게 이어진 연으로, 관념에서 구체적인 그리움으로 표현된 것. 너무 너무 멋있다. 이래서 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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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7-29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하이쿠 시집을 읽은 사람으로서 오로라 님이 받았던 감동에 공감 한 표 살포시 드려봅니다.

2015-07-29 0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초 2015-07-2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을 읽고 공감하고 싶어서 sns에 올렸을 때 저도 저런 반응이어서 .... 씁쓸했던기억이 있어요.
^^; 추리소설을 좋아하지만 가끔 시 한 줄 한 마디의 촌철 살인에 피 한방울처럼 감성이 뭉클 맺힐때가 있긴해도 시집을 돈 주고 사서 읽은 적이 언젠가 싶네요.

살리미 2015-07-29 14:26   좋아요 0 | URL
피 한방울 같은 감성^^ 멋지네요~ 정말 그런 느낌이 팍 꽂힐때가 있죠!! 근데 저도 시집을 사서 보진 않게 되더라고요. 지난번에도 함민복 시인의 시집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고민하다가 역시나 그냥 두고 나온적이 있었는데.. ㅠㅠ 예전 학생때는 무조건 시집을 손에 들고 다니고 편지마다 꼭 한편씩 써 보내고 했던거 같은데요~^^

무해한모리군 2015-07-29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읽기 좋은 날입니다. 제 주변에서는 아직도 `책`을 읽냐는 반응입니다 ㅎㅎㅎ

살리미 2015-07-29 16:46   좋아요 0 | URL
맞아요 ㅎㅎ 아직도 시를 읽냐는 반응은 차라리 양호하죠. 제 주변에서도 아직도 `책`을 `사는` 저를 보고도 너무 놀란답니다 ㅎㅎ

cyrus 2015-07-29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집을 읽으면 마음에 드는 시가 있고, 몇 번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시가 있어요.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 시를 몇 달 후에 다시 읽으면 정말 좋은 내용이라는 걸 알게 되요.

살리미 2015-07-29 22:46   좋아요 1 | URL
네~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와닿는 시가 있는 것 같고요~ 전에는 몰랐던 느낌이 올 때가 있죠. 시를 접하기 어려운 세상인 듯한데 그래도 자주 찾아 읽어 보려고 애써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