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죽음이 무덤덤해진 시대가 되어버렸다. 아니, 그 어느 시대나 그랬을련지도 모르겠다. 죽고 죽이는 전쟁이 그랬을 것이고, 쓰나미 같은 어찌할 수 없는 자연재해 앞에서도 그랬을 것이다. 인의적인 사고와 잔혹한 살인도 밥 먹듯이 일어나는지라 일상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내 자신에 섬칫 놀라지만, 이내 담담해지고 만다. 인간의 DNA에 전해져 온 공격성과 잔혹성은 오늘날에도 그 날카로움을 도처에 남기고 있고, 어쩌면 나의 내면에서도 그 본능이 깨워졌다가 사그라지길 반복하는 것이 아닐까 자문하게 된다.

 

김영하! 내가 이 작가를 제대로 기억한 것은 한 일간신문에 연재되었던 <퀴즈쇼>를 통해서다. 그 전에 나온 <검은 꽃>과 몇 편의 글을 더 읽었지만, 문학가에 그다지 흥미가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작품은 기억할지언정 정작 작가는 잊어버리곤 했다. 그러다가 거의 매일 연재소설을 읽다보니 저절로 알게 된 이가 김영하 작가이다. 지금까지 이 작가에 대한 느낌은 참 감각적인 '젊은 글빨'을 보여준다는 거였다. 그런데 작년에 그 유명했다는 <살인자의 기억법>를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다.

 

살인자의 기억법! 몇 쪽 되지도 않는 이 작품이 참 먹먹하게 한다. 문장의 기교를 크게 부리지 않고도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하였으니, 얼개를 짜는 작가적 능력이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무슨 이런 소설이 있어~'하고 평가하기엔 그 중의적인 의미와 섬세함이 낯설게 다가오고, '정말 대단한 작품이야'라고 하기엔 부담스런 서걱거림이 존재한다. 물론 그래서 한 번 더 생각하게 하고...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이 아닌, 세련되었으나 익숙하지 않은 '날 것'이라고 평가하고 싶은 그런 작품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벌써 25년 전, 아니 26년 전인가, 하여튼 그쯤의 일이다. 그때까지 나를 추동한 힘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살인의 충동, 변태성욕 따위가 아니었다. 아쉬움이었다. 더 완벽한 쾌감이 가능하리라는 희망. 희생자를 묻을 때마다 나는 되뇌곤 했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살인을 멈춘 것은 바로 그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7쪽)

 

책은 위와 같이 시작한다. 주인공은 일흔 살의 연쇄 살인범 '김병수'. 이미 수십 명의 사냥감을 '포착하고 그것을 끝내 살해'해 땅에 묻은 전직 수의사. 그의 첫 살인은 열여섯 살 때. 술만 마시면 엄마와 여동생을 패는 아버지를 베개로 눌러 죽인 후 30년 동안 꾸준히 사람을 죽인 사이코패스. 그에겐 과년한 딸(은희)이 있으나, 그 딸마저 그가 마지막으로 죽인 여인의 딸. 그런 그에게 찾아온 것은 알츠하이머(치매).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자꾸 일어나면서 그는 모든 일을 일기 형태로 기록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다.

 

○시인은 숙련된 킬러처럼 언어를 포착하고 그것을 끝내 살해하는 존재입니다.(8쪽)
아버지가 나의 창세기다. 술만 마시면 엄마와 영숙이를 두들겨 패는 아버지를 내가 베개로 눌러 죽였다... (30쪽)
○나는 처음부터 내가 아버지를 죽인다는 것을, 죽이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후에 잊은 적도 없다. 나머지 살인들은 첫 살인의 그림자를 의식했다. 그러나 인생의 종막에 나는 내가 저지른 모든 악행을 잊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스스로를 용서할 필요도, 능력도 없는 자가 된다. 절름발이 오이디푸스는 늙어서 비로소 깨달은 인간, 성숙한 인간이 되지만 나는 어린아이가 된다. 아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유령으로 남으리라.(129쪽)

 

은희가 사귀는 사람이라고 한 사내를 데리고 오는데, 그 남자는 어디서 본 듯한 최근의 연쇄살인범이 분명하다. 꾼은 꾼을 알아보는 법. 주인공은 은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죽음은 두렵지 않다. 망각도 막을 수 없다. 모든 것을 잊어버린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닐 것이다. 지금의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내세가 있다 한들 그게 어떻게 나일 수 있으랴. 그러므로 상관하지 않는다. 요즘 내가 마음에 두는 것은 딱 하나뿐이다. 은희가 살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내 모든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이 생의 업, 그리고 연.(28쪽)."... 그런데 쭈~욱 이런 내용으로 가면 어쩌면 평범한 소설에 머물고 말았으리라. 치매의 현상인가? 말미로 갈수록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흐릿해 진다. 

 

이즈음에서 나오는 반야심경. 파멸에서 망각으로, 망각에서 무지로, 순수한 무지의 상태로 이행하는 작가의 내적 암호가 머릿속을 스멀스멀 혼돈으로 이끌어 가는 즈음에 등장한다. 물론 힌트는 있다. "사람들은 모른다. 바로 지금 내가 처벌받고 있다는 것을. 신은 이미 나에게 어떤 벌을 내릴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나는 망각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144쪽)". 이제 혼돈이다. 색즉시공이요 공즉시색? 결국 공(空)인가? "미지근한 물속을 둥둥 부유하고 있다. 고요하고 안온하다. 내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공空속으로 미풍이 불어온다. 나는 거기에서 한없이 헤엄을 친다. 아무리 헤엄을 쳐도 이곳을 벗어날 수가 없다. 소리도 진동도 없는 이 세계가 점점 작아진다. 한없이 작아진다. 그리하여 하나의 점이 된다. 우주의 먼지가 된다. 아니, 그것조차 사라진다. (148쪽)"...

 

책은 이렇게 끝이 났다. 현실인지 꿈인지 인생이 화이트아웃되어버리는 결말... 마음이 한 생각 일으키면 일체 모든 것이 다 생겨나게 되고, 한 마음이 사라지면 일체 모든 것도 다 사라진다고 했던가.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몰라도 나는 여기서 화엄의 삼계유심(三界唯心)이 떠올려지더라. 결국은 무명(無明)을 없앨 때 일심으로 돌아갈 것이요, 그러함마저 없는 것이 인생이요 진리임을 얼핏 느끼게 되더라. 아~ 제행무상(諸行無常)이로다. 반야의 무(無)는 공(空)과 함께 참으로 여의하구나. 김영하 작가의 내면세계를 지레짐작하기엔 모르는게 더 많지만, 앞으로 더욱 깊어질 그 심연의 깨달음이 참으로 기대된다. 여운이 오래 가는 책읽기였다. 

 

○쓰인 모든 글들 가운데서 나는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피로 써라. 그러면 너는 피가 곧 정신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리라. 타인의 피를 이해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책 읽는 게으름뱅이들을 증오한다. 니체 (31쪽)
○혼돈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혼돈이 당신을 쳐다본다. 니체. (62쪽)

니체의 <선악의 저편: 도덕의 계보>에 나오는 "Und wenn du lange in einen Abgrund blickst, blickt der Abgrund auch in dich hinein."인데, 작가는 Abgrund를 혼돈으로 해석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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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7
안치우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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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킬타임용 책이 뭐 없을까 둘러보다가, 제법 찌릿~한 표지와 제목이 눈에 띄었다. <재림>... 촌스럽고 본때 없는 글꼴과는 다르게 그 단어의 무게가 예사롭지 않다. 세상의 마지막 날에 믿는 자를 구원하시기 위해 그리스도께서 다시 이 세상에 나타난다는 의미 아닌가. "인자가 아버지의 영광으로 그 천사들과 함께 오리니 그 때에 각 사람의 행한 대로 갚으리라(마 16:27)" 하셨고, 번개와 뇌성 속에 큰 지진으로 섬도 없어지고 산악도 간데 없더라(계 16:18,20) 하셨으니, 그리스도교인들은 기다림의 날일지 몰라도 그들이 말하는 불신자에겐 진노의 날이 된다는 그 재림. 그런데 표지 또한 검은 십자가가 거꾸로 물에 잠기고 있는 일러스트. 뭔가 섬뜩함이 있다. 뭐지? 종교적 미스터리물? 어쨌거나 그 음습함에 손이 안갈 수 없더라.

 

책을 잡으니 민음사의 장르문학 전문 브랜드 '황금가지' 출판이다. 뒤표지를 보니 "범인 눈에는 장부책에 적힌 사람들이 예수를 배신한 베드로였던 거죠. 감히 기독교의 신성에 도전한 사탄 종자들."이란 카피와 함께 짤막한 줄거리가 소개되어 있었다.
의문의 실종에서 비롯된 연쇄살인의 단서. 신성 모독을 핑계로 종교 개혁을 부르짖는 이들을 무참히 살해한 광기어린 사이코패스와 그 뒤를 쫓는 세 추적자들. 완성된 플롯과 촘촘하게 쌓아올려진 긴장감.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정교한 추리까지. 드디어 만나는 한국형 본격 추리소설!
그렇다면 이 책의 성격은 거의 파악되었고, <다빈치 코드>나 <천사와 악마>같은 종교에 기댄 추리 미스터리를 특히 좋아하는 나의 속성상 이 책을 안 읽을 수 없더라.

 

기독교 전승에 따르면요, 베드로가 네로 황제 때 붙잡혀서 십자가형을 당했다더군요. 이때 베드로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내 어찌 감히 예수님이 짊어지신 신성한 십자가 형틀에 이내 미천한 몸을 맡기리오. (중략) 베드로가 원하는 대로 십자가를 거꾸로 해줬겠지요. 그래서 베드로는 '역 십자가형'을 받게 된 거예요.(129쪽)"

 

<재림>은 2개의 장으로 나눠진 탐정 소설_본격 추리소설은 아니지_인데, 1장 <재림>은 한 미술가의 실종을 종교적 갈등에 기대어 추적해 나가는 작품이고, 2장 < 만남, 그리고 시작>은 일종의 프리퀄(prequel)로 한 여대생의 실종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탐정 3총사가 어떻게 만나고 맺어지는지  알려주고 있다. 주요 탐정 캐릭터는 변호사 독고잉걸, 탐정 권민, 시간강사 강승주. 리더인 독 소장은 우연히(?) 공부를 잘해 변호사가 되고 평탄한 삶을 살고 있지만 탐정의 꿈이 마음속 불덩어리라는 걸 알고서 변호업에 탐정업을 겸하게 된다. 강승주는 중3 때 한 여성의 납치실종을 목격하고 외면해 버린 겁쟁이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다. 그러다가 자기 대신 지방대학 강의 대타를 가줬던 친구가 골목길에서 뻑치기를 당해 목숨을 잃은 후 그 죄책감에 탐정이 된다. 권민은 셋 중에서도 가장 핵심인물이다. 독 소장이 영국에서 일어난 사건을 해결하려 갔을 때 만나 스카우트한 인물로, 180㎝의 서늘한 눈매를 가진 강인하면서도 이지적인 여성이다. 어릴 적 태권도를 배운 후 계속 무예수업을 취미로 삼았는데, 탐정 친구를 도우다가 탐정 일이란 것이 두뇌끼리 겨루는 새로운 형태의 무예라고 느끼고 자연스레 탐정의 길로 들어선다. _이름만 놓고 볼 때, 귄민이 남성 같고 강승주가 여성 같은데 내만 그렇게 느낀걸까? 이것도 강한 여성에 대한 일련의 장치일까?_

 

1장은 사실 조심스럽다. 작금의 일부 한국 교회가 보여주고 있는 불관용과 배타성, 그리고 물신주의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소재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해 온 스승이 오히려 예수라는 명분에 의해 파문당하고 비참하게 죽었다는 설정이나, 종교적 망상과 개인적 망상이 결합된 광신도의 정체성이 보여주는 행위는 드러내기 쉽지 않은 주제이다._왠지 개신교에서 딴지를 걸 것만 같다_ 가벼움이 특징인 이런 장르소설에서 침묵하는 신을 보며 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와 울분으로 절망하는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제법 신선하더라. 그래서인지 이 <재림>을 읽으면서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에 나오는 민요섭과 조동팔의 모습이 오버랩 되더만. 그들이 추구한 신성(神聖)과 기독교적 신념이 이 소설에서 언뜻 겹쳐지는 느낌을 받았다. 인간의 하나님에 대한 서운함(?)을 비신도인 내가 어떻게 언급하긴 그렇고... 민요섭을 죽인 조동팔이 이렇게 말했지, "우리 인간은 신 안에 남아 있었어야 했다. 불합리 하더라도 구원과 용서는 끝까지 하늘에 맡겨두어야 했다."고……. 인간의 그릇으로 어떻게 그 분의 전체를 담을 수 있으리. 어쨌거나 베드로의 역십자가를 소재로 삼아 풀어나가는 전개가 제법 흥미로웠다.

 

"작금의 한국교회는 우상숭배 투성입니다. 교회도 목사도 우상숭배입니다. 개신교가 탄생하며 주창했던 건 교회와 목회자를 부정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것인지 목사를 믿는 것인지 자문해 보세요. 항상 깨어 있으십시오. 하나님이 주신 가장 귀한 선물, 바로 이성입니다. (중략) 제가 말하는 이성은 깨달음의 동력을 뜻합니다. 이성은 배움이고 철학이고 각성입니다. 믿음은 각성의 산물이고요. 어찌 믿음이 자각에 앞설 수 있겠습니까. 거짓된 목회자들이 외치는 건 믿음이 아니라 맹신일 뿐입니다. 우매와 어리석음을 세뇌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행하신 정신과 정반대인 겁니다. 예수님은 혁명가셨습니다. 부패한 기득권에 대한 반항에서부터 시작하셨습니다. 우리가 영접해야 하는 것은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정신이어야 합니다. (중략) 십일조보다 더 중한 건 정의와 긍휼과 믿음이라는 말씀입니다."(155~157쪽)

 

마지막으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것이 두어 가지 있다.
무엇보다 '한국형 본격 추리소설'이란 말이 좀 걸리더라. 무엇이 '한국형'이란 말인가? 사실 난 잘 모르겠다. 추리문학은 알다시피 일본과 유럽이 우리 출판계를 휩쓸고 있다. 일본의 추리문학은 주로 미스터리하고 기발한 살인이 있고, 이를 논리적으로 추리해 나가며, 허를 찌르는 반전이 기다리는 정통추리소설의 기본 틀을 유지하고 있다. 다양성과 재미라는 측면에선 탁월하며, 사회파 추리로 영역을 다변화 하는 것도 그들의 능력이다. 단점으론 특유의 쪼잔한 스케일과 함께 작품들의 전개가 서로 비슷하다보니 그러려니~하는 무감각, 무감동이 자리 잡기도 한다는 거다. 이에 비해 유럽형 추리는 일단 스케일이 대륙적이고, 일견 구성이 느슨한 듯하면서도 묘한 긴박감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특성이 있더라. 주인공과 악역이 뭔가 불분명하고 모호한 캐릭터 속에서 어떤 스타일로 연결되는 매력이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럼 한국형은? 솔직히 장르문학이 대접받지 못하다보니 그 수준 또한 뻔한 게 현실 아닌가? 많이 나아졌다지만 '한국형'이란 이름으로 특화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 <재림>의 경우를 보자.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가는 지적 대결인 '추리'에 방점을 찍을 수도 없고, 사건의 연속성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스릴러'에 무게를 더할 수도 없는 애매함이 있다. 한국 개신교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담다보니 베드로의 역십자가를 소재로 한 종교적 신비로움도 어느 수준에서 멈추고 있고, 연쇄살인 사건을 추격하고 있음에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는 그저 그랬다. 한국의 사회·종교적 문제를 담았다고 한국형 사회파 추리라 하기에도 그렇고, 얕은 수준의 암호가 있다하여 본격추리라 하기에도 애매함이 넘쳐난다. 사건을 추적하는 주된 흐름과 그 배경의 장치적 배치를 어떻게, 어느 것을 앞에 둘 것인가하는 문제에서 배경의 꾸밈에 공을 너무 들이고 말았다는 느낌이다. 그러니 사건 속으로 빠져들기도 어렵고, '본격추리'와는 그 성격이 어긋나고 있는 모양새다. 그 배경 또한 너무 날 것이고... 그런 점에서 섣부른 '한국형'이란 정의보다는 좀 더 장르문학이 무르익어 독자들이 스스로 찬사를 보낼 수 있도록 토대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책에 또다른 특이성을 꼽자면 작가의 문학적 어휘력이다. 이것이 '한국형'의 전형이 될 수 있을까? 애움길, 칩떠보다, 일떠서다, 검질긴, 뒤보깨다, 팃검불, 명주바람, 허핍하다, 방담, 묵새기다, 피륙 등등 장르소설에서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어휘에 정말 놀랐다. 이건 작가의 뛰어난 능력이기도 하겠지만, 역설적으로  이것이 이 소설의 약점이기도 하더라. 전가의 보도는 아니지만,  S. S. 밴 다인의 '탐정 소설을 쓰기 위한 스무 가지 규칙'에 의하면 "탐정 소설에는 장황한 문장이나 부차적인 논쟁거리에 관한 문학적인 묘사, 섬세하기 그지없는 성격 분석, '분위기'에 대한 경도 따위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 그런 일들은 범죄와 추리의 기록에서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 않다. 그런 것들은 줄거리의 흐름을 막고 소설의 주요 목적과는 무관한 문제들을 끌어들일 뿐이다."고 하였다. 또한 "탐정 소설은 냉철한 것이며, 독자가 그것을 찾아 읽는 것은 문학적 장식이나 문체나 아름다운 서술이나 분위기 묘사 따위가 아니라 정신의 자극 및 지적 활동을 원하기 때문이다."고 하였다. 참으로 옳은 지적이다. 빠르게 읽어가면서 몰입해야 하는데, 이런 미사여구가 이를 막아 재미를 반감하는 면이 있더라. 추리소설이라 하여 문학적 요소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도 내적인 심리 흐름의 증폭에 있는 것이지 어휘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결론적으로 <재림>은 '본격 추리'란 타이틀을 달기엔 지적 추리나 긴박한 스릴러의 면에서 다소 부족한, 나름의 색깔을 가진 탐정소설이라고 하겠다. 그래도 이러한 것들은 그저 한 개인 독서가의 소소한 불평일 뿐,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다. 어쨌거나 우리나라에도 전문 추리소설가들이 지속적으로 등단하고 글을 발표할 수 있는 장이 활성화되어 독자들에게 더욱 사랑 받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네가 어둠을 들여다보면 어둠도 너를 들여다본다. 니체 45쪽
냉정을 잃어버린 희망적 상상은 무능력자의 환각일 뿐이다. 214쪽
인생은 상황과 의지가 씨줄날줄로 교직된 옷감이었다. 눈앞에 닥친 상황을 어떤 의지로 반응할 것인가에 따라 인생이라는 피륙의 결이 결정된다. 3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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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월드의 건설자들 래리 니븐 컬렉션 2
레리 니븐 지음, 김창규 옮김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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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년이 지났다……. <링월드 2 :  링월드의 건설자들>은 일종의 <링월드>의 시퀄_Sequel, 속편_이라 보면 되겠다. 작가 래리 니븐의 말에 의하면 "후속작을 쓸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는데, 전작이 워낙 인기 있었다보니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이런저런 과학적 오류를 잡아가면서 보다 세밀한 링월드의 세상을 그려내게 되었단다. <링월드2>의 출발은 1권의 대탐험이 있은 지 20년 후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후 2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주인공 루이스 우는 전기 자극 중독자로 황폐화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와 함께 인간의 우주로 온 링월드 여인 프릴_지구에 도착하자 빠르게 노화하여  1년 5개월 뒤에 죽고 만다_을 국제연합에 연구용(?)으로 빼앗기는데, 그 자책감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중이다. 고양이를 닮은 크진인_키 240㎝쯤, 어깨너비 90㎝정도의 덩치_은 1.25초 만에 1광년을 갈 수 있는 우주선을 대가로 받아 고향에 간 덕분에 '크미'란 이름과 영지를 받아 결혼도 하고 잘나가고 있다. 그런 어느 날, 루이스와 크미는 또다른 퍼페티어에게 강제 징집(납치) 당한다. 납치자는 퍼페티어 세계의 최후자이며 네서스의 배우자. 보수당에게 밀려 권력에서 밀려난 이 녀석은 링월드에서 보물_마법의 변환장치_을 찾아 권토중래를 꿈꾸며, 한 번 더 링월드를 탐사하자고 한다…….

 

상상불허의 링월드! 폭 160만㎞, 길이 10억㎞, 반지름 1억 5천만㎞의 링 모양의 구조물로, 그 중앙에는 항성이 있다. 지구 면적의 300만 배나 되는 면적이며, 링의 안쪽 면에 토양과 바다와 대기를 마련해 두고 공기를 가두기 위해 링의 양쪽 테두리에 1500m가 넘는 벽을 세운 인공 건축물이다. 링과 항성 사이에 스무 개의 사각형 차광판이 고리처럼 달려 있어 링월드에 30시간짜리 낮과 밤을 제공해 준다. 정말 어마어마하다. 한 항성을 중심으로 존재하는 행성 모두를 건설자재로 삼아 만들었다는 상상에서 시작한 건데, 이런 고도의 변환기술을 가진 문명이 사라지고 인간과 비슷한 원주민이 남은 이유는 뭘까? 그런데 다시 방문한 링월드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다. 궤도가 불안정한지 중심이 되는 항성으로부터 한참 벗어나 있는 것이 아닌가. 이대로 두면 1년 5개월 뒤 항성과 충돌하여 분해될 판이다.

 

 
어쨌거나 루이스와 크미는 퍼페티어가 탐내는 변환장치를 찾아 본격적인 탐험에 나선다. 물론 이를 통해 전작에서 미흡했던 링월드의 디테일을 보여줌으로써 그 참모습을 알게 해 준다. 일단 링월드의 지리적 환경이 지구나, 화성, 크진 행성 등을 극투영법을 사용해 1:1 축척으로 만든 실제 크기의 지형이란 걸 확인한다. 그리고 다양한 원주민들과의 조우에서 재밌는 생활상도 소개되고 있는데, '리샤스라_타종족과의 섹스_'를 화해의 행위로 이용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어떤 종족은 이를 통해 상호간의 인구를 조절하거나 거래 계약 성립의 상징으로 삼기도 하네. 이 리샤스라는 일종의 양념이라 하겠다.^^ _이 책은 1980년에 나왔다. 그렇다면 보노보노에 대한 2차 연구자료들이 나오던 시점, 작가는 이를 참조했을 가능성이 있겠구나. 보노보노는 섹스를 공격성이 없다는 사교적 행위로 이용한다고 알려져 있다..._

 

링월드의 건설자는 과연 누굴까? 여기서 은하계 중심에 있는 행성에 살았던 '팩 종족'이 새롭게 등장한다(214쪽). 그리고 왜 원시인들이 존재하는 이유도 설명되어진다(215쪽). 루이스 및 링월드에 존재하는 인간형 생물의 공통된 선조로 '팩 양육자'를 설정했으며, 링월드의 건설과 몰락 이유도 조심스레 제시한다(220쪽~). 정확한 몰락 이유는 초전도체를 먹어 치울 수 있는 박테리아 때문인데(273쪽), 이런 장르소설은 더 이상 언급하는 건 그렇고…….


하여튼 전작 <링월드>를 읽은 독자는 예의상(?) 읽어줘야하는 책이다. 전작에 비해 어떤 특별한 감동은 없지만, 흡혈귀에 쫒기던 기계인의 여인_발라버질린_을 만나는 섬씽도 있고, 공중도시의 도서관에서 만난 여성 사서_하르카비파롤린_와의 얽힘이나 광속여행의 시간왜곡, 다양한 링월드 군상들의 모습, 끝부분에 등장하는 전편의 지구 여인 틸라 등등은 여전히 흥미롭다.
과연 궤도를 이탈하는 링월드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안정성을 회복할 것인가? 난 이것이 궁금해 끝까지 읽었는데... 에필로그에 이르렀어야 그 결말을 알 수 있었다. 때론 황당무계·허무맹랑하다고 느껴지기도 했으나, 최근 NASA에서 금성에 비행선 띄워 '하늘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하복(High Altitude Venus Operational Concept·HAVOC)프로그램을 공개하기도 했으니, 상상을 덧없다고 무시할 일은 아니다. 무릇 과학의 진보는 이런 상상으로 부터 한 걸음 내딛는게 아니겠는가... 여하간 링월드의 세계에 빠져들었던 뭐~ 그런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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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하나, 처음 요리 - 요리 초보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요리 수업
김현숙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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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왜 배워야 할까? 꼭 배워야만 하는 것일까? 무슨 이런 고민이 있냐~ 싶겠지만 나에겐 정말 곤혹스런 화두(?)이다. 내무부 장관, 아니 이제 여통령 같은 아내의 '요리 좀 배워오라'는 협박 아닌 협박을 처음엔 무시해 버렸으나, 어느새 압박감이 상당한 무게로 자리 잡는다. 처음엔 그저 맞벌이 생활의 고달픈 푸념이라 생각했었지.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미생'의 선지영 차장 정도의 커리어 우먼_능력과 경력은 유사하나 미모는 절대 선차장 아니다_이다보니 집안일과 육아, 직장 일을 해내기엔 정말 슈퍼우먼이라도 힘들 수밖에 없었으리라. 나름 설거지나 아침밥 하기, 청소 등 도운다고 하지만 그게 어디 마음에 흡족하겠는가. 언젠가부터 요리를 배워오라더니 이젠 자주 요리에 동참하게 한다. 이게 나에겐 엄청 스트레스고 왕짜증이다. 칼 한번 제대로 잡아본 적도 없으니 뭐가 잘 되겠는가. _그냥 한 판하고 확 혼자 살아? 이런 생각도 든다_
우리 시대의 어머니는 아들을 부엌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하셨다. 부엌은 어머니만의 온전한 자리였다. 그런데 딸아이를 키워보니 그게 아니더라. 웬만한 사내아이들보다 더 능력 있는 아이가 여성이란 이유로 부엌데기로 전락한다는 건 아버지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더라. 아들을 부엌에 들이지 않는 것은 여성 스스로 비극의 족쇄를 채우는 일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늙으면 밥 못해 줄 수도 있으니 요리 좀 배워두라는 안방마님의 엄포는 무섭다. 자기도 남편이 해주는 식사 한번 하고 싶다는 말엔 소름이 돋곤 한다. 어쨌거나 먼 미래(?)를 위해서도 요리를 좀 배워둬야겠다 싶어 최근 이리저리 관심을 가지긴 한다. 초보 레시피 책도 두서너 권 손에 잡기도 했다. 드라마도 잘 안보는 내가 모 케이블TV의 '한식대첩'은 본방 사수!!! 그런데 정말 시작하기 어려운 게 요리더라. 우리 식사의 기본이 밥, 국, 찬인데도 불구하고 How? 무슨 요리를 어떻게? 이 부분에서 도무지 개념이 안잡힌다. 그냥 백지다. '요리의 시작'으로 구글링하면 대부분 학원 다니라고 하는데 그건 좀 어렵다. 직장인이, 그것도 완전 다른 취미를_난 등산과 여행이 즐겁다. 자유인이고 싶을 뿐... 하긴 누군 안그러고 싶을까만_ 가진 이에겐 곤혹 그 자체이다. 서투른 칼질, 허접한 미각, 덜떨어진 후각...  노력하면 안되는 게 없다지만 어려운 분야인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다가 이번에 나온 <재료 하나, 처음 요리>란 책에 눈이 꽂혔다. 특별하다기 보다는 '처음'이란 단어에 홀린 거다. 전에 손에 잡아 본 다른 요리책들도 아주 훌륭했으나, 그런 책들은 그래도 '평균 주부' 정도는 돼야 할 수 있는 레벨이더라. 때론 스타일까지 강조하는 책은 아직 내겐 넘사벽. 그러니 학원 안가고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처음'이란 단어에 확 끌린 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에고~

 

 
이 <재료 하나, 처음 요리>는 내가 손에 잡아본 몇 권의 요리책 중에서 가장 활용도 높은 최고의 레시피 지침서라고 하겠다. 주절주절 설명형 편집이 아니고 간단한 레시피의 나열_재료, 양념, 만드는 방법 등_ 같은데도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하는 느낌을 가지게 하더라.  내 같은 관심초보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아마도 고수의 내공이 이 책에 제대로 담겼기 때문이 아닐까. '요리하기 전, 알아두어야 할 것'_주방 살림 장만하기, 식재료 바로 알기, 맛국물 내기_도 좋았고, '밥 짓기' 부터 시작하는 <Part 01. 한식의 기본>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유익(?)한 도움이 되는 부분은 <Part 03. 채소>편과 <Part 04. 늘 집에 있는 시판 식재료>이다. 콩나물, 시금치, 양배추 등을 이용한 된장국 끓이는 레시피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  두부, 어묵, 참치 통조림, 달걀을 활용한 덮밥도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겨 구미가 땅겼다.
요즘 중고생의 기술・가정교과엔 남녀구분 없는 요리실습 시간이 있다고 하더만. 좋은 시절이다. 요즘 드라마에선 남자들이 요리해서 여친과 같이 음미하는 장면도 자주 나오는데, 어디 드라마의 주인공이 따로 있으랴. 마음 한번 새로 내면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데, 가만 생각해 보면 내가 요리를 해서 우리 가족의 마음이 행복해 진다면? 그거 못할 일도 아닌 듯하다. 그러고 보면 배워두면 정말 좋은 게 요리인가 보다... 이 책,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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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월드 래리 니븐 컬렉션 2
레리 니븐 지음, 고호관 옮김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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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자주 보려가진 않으나, 음악관련 영화나 괜찮다고 입소문 나는 SF영화는 안 빼고 보는 편이다. 당연히 국내에서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인터스텔라>를 보려갔었다. 미국 영화시장에서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혹평으로 흥행 재미가 별로였다는데, 나의 경우엔 최근에 이런 난이도의 흥미로운 SF영화는 없었다고 평가하고픈 수작이라 느꼈다. 과학영화 치곤 조금 과도한 감정 표현이 별스럽긴 했지만 과학적으로 이해 못했거나 이런 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영화 속에서 장자의 제물론齊物論이나 불교의 색즉시공色卽是空의 의미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더러 있어 꽤 동양적 사상이 접목된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놀란 감독의 전작 <인셉션>도 그러한 면이 없잖았다.
각설하고... 인터스텔라의 후반부, 웜홀을 통과하면서 의식을 잃은 주인공 쿠퍼! 그는 구조되어 어느 병원의 침대에서 깨어나게 되는데, 이 때 멀리 보이는 경치가 둥그스름하게 휘어져 올라가고 있다. '쿠퍼'의 이름을 붙인_주인공 '쿠퍼'가 아닌 딸 '머피 쿠퍼'의 이름에서 따왔다_ 실린더형 스페이스 콜로니이자 우주정거장인데, 나는 바로 여기서 래리 니븐의 <링월드 Ringworld>가 오버랩 되더라.

 

<이미지 : http://www.larryniven.net/media/ringworld800x600.jpg>

 

링월드! 래리 니븐 Larry Niven의 이 책은 SF 장르에서는 정말 대단한 책이다. SF 소설에 주어지는 양대 상이라 일컫는 휴고상(Hugo Award, 매년 SF 팬들이 뽑음. 흥행성 척도, 1970년 수상)과 네뷸러상(Nebula Award, SF작가·편집자·비평가 등 전문가들이 선정, 작품성 척도, 1971년 수상)을 연이어 받았을 뿐만 아니라, 디트머상(Ditmar : Australian Science Fiction Achievement Award, 1972년 수상), 로커스상(Locus Award, 1971년 수상)까지 휩쓸었다. 한마디로 기본 이상은 한다는 건데, 이 소설은 유명 비디오 게임 시리즈인 <헤일로 halo>의 원전이기도 하니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작품이라 하겠다._SF책은 휴고, 네뷸러 이 두 상을 다 받은 책을 고르면 적어도 후회는 안 한다. 아마도 18권정도 될 거야_
이 소설의 시점은 서기 2850년대, 이백 살_돼지풀의 유전자를 조작한 부스터스파이스 덕분임_의 지구인 '루이스 우'에게 머리 두 개 달린 외계인 '퍼페티어'가_이 종족은 2만년 후에 일어날 일을 걱정하여 알려진 우주(known space, 지구를 중심으로 인간이 진출한 은하계의 일분에 해당하는 영역)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짐. 이름 Puppeteer 속에 의미가 숨어있다._ 찾아온다. 그러고선 총 네 명으로 이뤄진 탐사대에_소마젤란 방향으로 200광년 떨어진 곳 탐험_ 끼라네... 보상으로 1광년을 1분 15초에 주파할 수 있는 양자Ⅱ 하이퍼드라이브 전환기 우주선 설계도를 주겠다고 하니 안갈 수 있남._이때 지구의 과학 수준은 1광년 가는데 3~4일 걸림_ 그래서 지구인 2명(주인공과 행운의 상징인 '틸라 브라운')과 크진인(고양이 닮은 키 240㎝ 몸무게 250㎏의 지성 있는 육식동물, 지구와의 6번 전쟁을 벌임, 지구 완승, 싸움의 원인은 나중에 밝혀짐 280쪽), 겁쟁이 퍼페티어인 '네서스'가 미지의 행성으로 고고씽~~~ 

 

<이미지 : http://www.larryniven.net/gallery_ks.shtml#images 에서...>


중앙에 빛을 발하는 항성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반지 모양의 인공 구조물, 링월드! 정체를 알 수 없는 건설자에 의해 만들어진 이것은 반지름이 1억 5천만㎞_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와 비슷_, 둘레 9억㎞, 폭 160만㎞, 링 벽의 높이만 해도 1600㎞에 이르고 있다. 링의 안쪽 면은 토양과 바다 및 대기가 있어 멀리서보면 연한 푸른색을 띄며, 거주가능 면적은 지구 면적의 300만 배이니 지구가 300만개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또한 중심별과 링월드 사이에 밤낮을 만들고 전력을 공급하는 직사각형 차광판이 20개 있는데, 하나의 크기만 하더라도 폭이 수백만㎞로 거의 중심별의 지름만 했고, 길이는 두 배 반 정도로 훨씬 더 길었으니... 누가 무슨 이유로 만들었을까? 지금까지의 모든 소설 속에서 이보다 더한 스케일을 본 적이 없다. 이런 스케일에서 나는 장자의 소요유逍遙遊에 등장하는 곤과 붕을 생각했다. 곤과 붕의 엄청난 크기는 삶의 무한성을 얼핏 보여주는 건데, 이 작품도 쫀쫀한 인류의 그릇을 무한으로 지향하게 한다.
스펙터클한 SF소설이니만큼 미래의 이기들도 흥미꺼리이다. 초광속 등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우주 관련 전문적 용어도 그렇지만, 세계 어디든 순식간에 여행할 수 있는 '이동부스', 뇌의 쾌락중추를 자극하는 무선장치인 '타스프', 요술장화처럼 세 걸음이면 한 블록을 갈 수 있는 개방형 이동수단인 '도약원반', 가느다란 빔이 닿는 곳은 모든 분자가 원자로 바뀌어 먼지로 변해버리는 '슬레이브 분해기', 300미터 높이에 떠 있는 '공중부양건물', 뭐든지 잘라버리는 '검은 실', 오목거울 모양의 해바라기 군락, 향유고래와 캐터필러 달린 트랙터를 섞어놓은 동물 '밴더스내치', 하늘에 떠있는 인간의 눈동자 폭풍 등 책 속으로 끌어당기는 캐릭터들이 너무나 많아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누구나 신이 되고 싶어 하지." 책임은 지지 않고 권력을 원하는 거야. 502쪽

 

어쨌거나 이들의 우주선은 링월드를 탐험 중 운석 방어 장치 엑스선 레이저를 한 방 맞고 위기를 맞이한다. 지구를 닮은 링월드, 지금의 퍼페티어 문명보다도 앞선 걸로 보이는 고대 첨단 과학문명세계로의 탐험에 대한 본격적인 전개 언급은 앞으로 읽을 독자들을 위해 남겨두고... 나는 이제 링월드2 <링월드의 건설자들>을 펼쳐든다._솔직히 말하면 이 링월드2에 대한 리뷰를 쓰기 위해 이 책을 다시 찾아읽고 리뷰를 썼다. 음~_ 인문학적 감동은 당연히 별로지만, SF장르적으론 너무 재미있다. 괜히 머리 식히고 싶을 때, 그래도 좀 수준 있는 재밋거리를 찾을 때 딱! 맞는 책이다. 어떤 휜님께서 만들어 올린 동영상 하나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감해야겠다. ^^


http://youtu.be/j6Uc4Hlj2kQ

 


 

사족  ▒

 

<이해를 못 한 부분>
1. 36쪽을 보면 크진인은 인류를 여섯 번 공격하여 모두 패배했다고 나오는데, 이 책의 후반부를 보더라도 크진-인류의 전쟁은 4차까지만 나온다. 링월드2 <링월드의 건설자들> 72쪽에도 인류와 네 차례 전쟁한 것으로 나오는데... 이거 어떻게 된 거지? 큰 전쟁 후에 조그만 전쟁이 2번 더 있었다는 건가? 프리퀄에 혹시 더 자세하게 언급되어 있을까? 

2. 510쪽에서 통역자가 말하길 ‘삼 주 전에 자기가 전쟁을 막은 일 기억하나?’고 묻는데 어떤 장면이었는지 모르겠다.

 

<오타>
141 한 명만 자원하는 →자원하면
129 반지름이 1억 5천만㎞, 그런데 163쪽엔 링의 지름이 1억 6천만㎞...? → 반지름이겠지
392 다시 일서설 수  → 일어설 수
457 고향해 → 고향에
465 내키지 앉았다→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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