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인격 - 우리 안에 숨은 거짓말쟁이, 사기꾼, 죄인에 관한 놀라운 진실
데이비드 데스테노 & 피에르카를로 발데솔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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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예측할 수 없고 때로는 자신도 놀랄 정도로 인격을 벗어난 행동을 자주 하는 것일까? 의외의 사건·사고를 접할 때마다 궁금해 하는 의문이다. 그래서 가끔 인간의 내면 심리를 다루는 책을 읽어보는데, 이번에 읽은 <숨겨진 인격 : 우리 안에 숨은 거짓말쟁이, 사기꾼, 죄인에 관한 놀라운 진실>은 이렇게 느낌 있고 쉽게 와 닿은 책이 언제 또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괜찮았다. 핵심은 간단하고 단순한 이분법 같은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격의 모호한 경계에 대하여 실제 행동 실험을 통해 거침없이 설명해 내는 것이 여간 아니더라. 결론부터 정리하자면 추천할만한 책!!!


우리는 무엇으로 인간을 판단하는가? 그건 '인격'이다. 인격은 단번에 결정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떻게 지금의 우리가 되었는가는 대단히 복잡한 문제인데, 이 책의 전제는 인격이란 것이 개인의 내면에 고정된 특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탄력적 도덕의 역동성이 내재한다는 거지. 이 책은 이러한 인격 판단의 경계가 뚜렷한 듯 모호한 8개의 주제를_성인과 죄인, 위선 대 도덕, Soul Mate냐 Playmate냐, 자부심에서 오만까지, 연민과 잔인함, 공정과 신뢰, 안전과 도박, 포용 대 편협_ 놓고 인간의 이율배반적 아포리아를 풀어내고 있다. 흥미로운 건 그 도구가 이솝 우화의 '개미와 베짱이'라는 거다.

 

인격은 색깔처럼 하나의 연속체를 따라가며 다르게 나타난다. 다만, 이때는 파장으로 이루어진 연속체가 아니라, 개미와 베짱이라는 은유에 담긴 정신 작용을 동반한 심리적 욕구로 이루어진 연속체다. (274쪽)


우화 속 개미의 특성은 어떠한가? 개미는 장기적 상황, 즉 미래를 위해서는 무엇이 최선인가를 중시하는 정신체계의 상징이다. 이에 비해 베짱이는 단기적이고 눈앞의 보상이나 즐거움을 중시하는 정신체계를 나타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베짱이가 늘 악을 추구하는 세력이 아니라는 거다. 둘 모두 최선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시간대가 다를 뿐이다. 우화 속에서는 개미가 '훌륭한 이야기'의 표본일지 몰라도, 현실 세계의 인간에서는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는 거다. 단기 이익과 장기 이익이 충돌하는 것이 다반사인 세상 아닌가.


베짱이의 근시안적 정신체계가 안내하는 욕구에 따라 행동하고 소유하고 소비할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진화의 한 단면이다. 이런 단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충동이 육체적, 재정적, 정신적 행복에 보탬이 된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서 개미의 정신체계_미래에 보상을 얻으려면 지금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걸 인정하는 체계_가 끼어든다. 그런데 전적으로 개미의 목소리만 따르다보면 언뜻 착하게 사는 것 같아도 그게 꼭 최선의 삶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29쪽) 것이 문제꺼리다. 즐거움을 미루기만 하면 정작 훗날에는 늙은 육체와 외로움만 남기 쉽다는 거지…….


그러고 보면 정말 성인과 죄인(Saints and Sinners), 위선 대 도덕(Hypocrisy vs. Morality), 영속적 사랑을 택할 것인가 욕정의 유혹에 따를 것인가 하는 등등의 주제들은 정말 종이 한 장의 차이이다. 그저 개미와 베짱이의 특성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우리의 일시적 상태가 보였을 뿐이다. 가끔 유명인들이 불륜이나 질투로 삐끗하여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고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저자는 슬퍼하지 말라고 토닥토닥……. 그러한 일은 우리가 선천적으로 결함이 있다거나 못됐다는 것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정신이란 게 원래 모순되는 행동과 다양한 속임수를 구사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란다.

 

자부심과 자신감을 겉으로 뽐낼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 능력이 그 거드름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자부심은 돌연 오만으로 보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전혀 다른 신호를 보낸다. (142쪽)


책은 이렇게 전 파트에 걸쳐 우리의 도덕률이 정적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확인시켜주고 있다. 우리가 설령 위선적으로 행동하거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 하더라도, 이것은 우리의 믿음과 도덕을 외면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해서가 아니라 단지 단기적 관심사가 일시적으로 승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관점, 즉 단기 이익(원하는 것을 지금 당장 얻는 것)과 장기 이익(신뢰 받는 높은 명성을 쌓는 것)이 동시에 존재하는 어떤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면 감정싸움에서 확실한 승자 없이 승리가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라 하겠다.


이제 다시 인격의 문제로 되돌아가서 생각해 본다. 인격이 유동적이라면 어떻게 최적화해야 하는 걸까?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중요한 점은 융통성이다. 우리 정신체계가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우리가 헤쳐 나가는 세상이 단순하다면 금언이나 계율이니 하는 것들만 따르면 쉽게 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따라서 상황이 바뀔 때마다 그 순간의 필요와 기대에 맞춰 어떻게 행동할지 새로 따져봐야 한다. 이는 서로 경쟁하는 양자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268쪽)"라고 했다.


융통의 이면을 충족시키는 자기 인격의 황금비율은 결국 '정확한 상황 판단'에 달려 있는 거라 보인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본색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않겠는가. 知人者智, 自知者明이라하여 자신에 대해서 올바로 파악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거라 하신 노자의 말씀이 떠오르네……. 어쨌거나 이 책은, 제시된 일부 심리실험 사례들이 다른 유사 책에서도 인용되는 구닥다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도덕적 일탈에 대해 아주 유용한 변명꺼리(?)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괜찮은 읽을거리라고 생각한다. 일독을 권해 볼만한 책이다.


<기타 흥미로운 부분>
○ 음식과 성관계. 이 둘은 대단히 보편적인 즐거움인 동시에, 위험성을 종종 잘못 판단하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도박과 마찬가지로 음식과 성관계에서도, 케이크를 두 조각째 먹는다거나 소중한 상대를 두고 바람을 피운다거나 하는 의지 부족은 결국 우리 행동의 단기적 보상(식욕이나 성욕 채우기)과 장기적 위험(체중 증가나 관계 파탄)을 정확히 저울질 못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217쪽)


○ 군대에서 교관들은 왜 그토록 열심히 병사들을 훈련해 한 사람처럼 똑같이 움직이게 할까? 이런 의문(?)에 대해 이 책에서 흥미로운 해답을 제시하고 있더라.
다른 사람과 동작을 맞춰 움직이는 행위는 "개인이 확장되는 묘한 기분", 그러니까 주위 사람들과 연결되는 느낌을 준단다.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이 똑같이 움직이다보면 실제로 서로 가깝게 느낄 수도 있단다. 그런 행위는 일종의 사회 접착제처럼 개인을 더 큰 전체에 묶어준다네... 일사불란의 힘을 아주 잘 설명하고 있어 보인다.(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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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린 이펙트 - 지능에 관한 가장 지혜로운 대답
제임스 플린 지음, 이금숙.조선희 옮김 / Mid(엠아이디)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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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궁~ 잘못된 선택... 이 책 <플린 이펙트>는 나의 깜냥을 넘어가는 수준의 책이었다. 기본 내용은 대략 알겠더라만(아니지. 내가 본 것이 숲인지 나무인지 제대로 보기나 했는지 잘 모르겠다는 게 맞겠다), 인지 지능(IQ)이론 분야의 보다 전문가들이 필요성에 의해 읽을 책이지 내 같은 보편적 독자들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영역의 내용이더라. 심리학 책 더러 읽었다고 괜히 책 욕심을 부렸다가 후회막급이다... 게다가 명제(proposition)를 먼저 내세우고 이를 논증해 나가는 전개인지라 뭐 별로 쓸 것도 없다. 독후기 쓰기가 가장 난감한 유형의 책이니 이를 어쩌나...

 

일단 플린이펙트(Flynn effect)가 뭔지 부터 정리해 보자. "플린 효과는 세대가 지날수록 IQ 점수가 높아지는 흥미로운 현상에 붙여진 이름으로 20세기에 관찰된 현상"이란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21세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관점엔 회의적이나, 어쨌든 20세기에는 지배적 현상이라네. 왜 그런지, 또한 배제해야 할 요인(모순)이 뭔지 설명해 나가는 과정이 나에겐 너무 어렵다. 정말 머리 터지는 고통이더라. 기본을 정리하면, 한 세대의 유전적 차이가 피드백 과정에 동력을 제공하고, 환경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IQ 평균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 증식자(사회 주도의 피드백 회로)를 사용한다는 거다. 가변적이라는 거지.

 

하여튼 내가 읽고 어떤 느낌을 전할 수 있는 수준의 책이 아니라는 것 외엔 어떤 생각도 나지 않더라. 그래서인지 내 같은 어중간한 독자를 위한 경고(?)가 떠억~ 책 속에 있더만. 내심 찌릿~했다. "누구도 사회학적 교양 없이 심리학을 해서는 안 된다. 헤겔은 우주의 최소한의 일면을 정말로 이해하기 위하여 우리는 전체를 알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가련한 사회학자들이 참으로 안되었을 뿐이다. 우리는 인간행동에 관하여 무언가를 알기 전에, 인간과학의 모든 것에 관하여 실질적으로 무언가를 알고 있어야만 한다.(165쪽)"... 부끄러움과 함께 자존심도 뭉개지더라...

 

이 책은 MID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읽었다(나는 이 출판사의 책에 상당히 호의적이다). 그런데 출판사에게 정말 미안하게도, 시간의 경과에 따른 거대한(여기서 '거대한', '막대한'이란 번역이 적절한지도 모르겠다만...) IQ의 증가에 대해 저자가 논리적으로 해석하였다고 받아들이기엔 어려운, 나로서는 판단불가의 책이었다. 나름 정독했으나, IQ의 증가가 지능의 증가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매력과 저자의 위트? 명쾌함? 적절한 암시? 솔직히 난 그런거 못느끼겠더라(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그저 부끄럽구만). 오로지 이 분야 관련자들이 읽었을 때만 공정한 평가와 느낌 전달이 가능한 책이라 생각되므로 나는 평가를 유보하고자 한다. 그래서 별 ★★★의 중간 평점으로 마무리를 하고 만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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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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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물이든 탐정물이든 짜릿한 추리소설을 읽고 나면 그 뒤처리(?)가 고역이다. 이런 장르의 특성이 읽는 이가 그 내용을 몰라야 묘미가 뛰어나다는 건데, 리뷰랍시고 어중간하게 떠벌리다간 아차~ 하는 순간에 헤살꾼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다보니 짜임이 괜찮고 흥미로운 작품일수록 더더욱 조심스럽다. 하지만 내공 얕고 글 짧은 나로서는 조심하면서 맛깔스럽게 풀어낸다는 것이 무지무지 어려운 일이다. 솔직히 스포일러 없이 어떻게 부분부분의 느낌을 풀어낼 수 있담! '안 쓰면 그만이지' 싶지만 그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 않은가.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이 책을 보는 순간 눈길이 멈추더라. 내가 셜로키언(Sherlockian)이나 홈지언(Holmesian)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셜록 홈즈 나오는 책 좀 읽은 편에 속한다고 생각하는지라 마음이 안 갈 수 없더만. 어찌어찌하여 읽어보니... 이 책은 코난 도일이 쓴 책이 아니라 아서 코난 도일 재단의 공식 인정작가라는 앤터니 호로비츠(Anthony Horowitz)가 셜록 홈즈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담아 쓴 패스티시(Pastiche, 혼성모방)물이라고 보면 되겠더라. 소감부터 간단하게 한 마디 하자면, 아주 흥미롭게 잘 읽었다는 느낌...  "여러분도 읽어보시라~"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은 셜록 홈즈가 아니다. 그렇다고 알려진 것처럼 홈즈의 숙적이라는 모리어티 교수라고도 할 수 없다.(여기서부터 참 조심스럽다. 이렇게 적을 수밖에 없는 사정은 책을 다 읽은 독자들은 안다.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마시라. 이건 순전히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를 위한 말이다.) 코난 도일의 단편집 <셜록 홈즈의 회상록>에 수록된 <마지막 사건 The Final Problem>을 모티브로 전개해 나가는 일종의 속편(續篇)이랄 수도 있고, 주인공이 홈즈가 아니라는 점에서 본편의 이해와 완성도를 높이는 일종의 외전(外傳)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마지막 사건>이 어떤 작품이었는가? 코난 도일이 여러 이유로 셜록 홈즈 이야기를 더 이상 안 쓸려고 홈즈를 죽여 버리는, 말 그대로 홈즈의 마지막을 다루는 작품이다. 홈즈를 죽일만한 인물로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이 모리어티 교수인데, 홈즈는 그를 '천재이고 철학자이며 추상적 사고의 대가'로 평가하면서 '범죄 세계의 나폴레옹'으로 극찬(?)하고 있다. 아무렴 그 정도는 되어야 홈즈의 적수라 할 수 있지... 홈즈는 추적하는 그를 피해 스위스 마이링겐으로 갔다가 거기에 있는 라이헨바흐 폭포(Reichenbach Falls. 실제로 존재하는 폭포로, 이 지역 사람들은 이곳을 유명하게 해 준 코난 도일과 홈즈에게 고마워한단다.)에서 모리어티와 함께 추락사한 걸로 마무리된다.

 

<셜록 홈즈 전집 6(황금가지), 셜록 홈즈의 회상록 : 마지막 사건. 352~353쪽>

 

이 <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은 셜록 홈즈와 모리어티 교수가 폭포에서 "서로를 부둥켜앉은 채 비틀거리다가 밑으로 떨어"져 죽지 않았을 거란 의심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부터는 출판사의 공개 줄거리 내용을 인용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핑커턴 탐정 사무소 소속인 프레더릭 체이스는 런던 경찰인 애설니 존스와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조우한다. 체이스는 미국에서 잔혹한 범죄들을 배후에서 조종해 온 클래런스 데버루라는 인물이 모리어티와 관련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머나먼 유럽까지 오게 되었다는 경위를 이야기한다. 두 사람은 모리어티로 추정되는 시체에서 왓슨 박사가 연재했던 칼럼 내용이 암호화되어 실린 쪽지를 발견하는데……."

 

솔직히 이 책은 코난 도일의 정전(Canon of Sherlock Holmes)보다 더 흥미롭더라. 홈즈 마니아들의 분노가 들리는 듯도 하지만, 탄탄한 플롯과 정신이 번쩍~드는 반전엔 오금이 지리던데 어찌 칭찬하지 않겠는가. 상상력이 대단한 작품이다. 처음엔 "혹시나 경감이 홈즈인가?" 뭐 이런 의심과 함께 약간 어색하다는 느낌도 잠시 들었으나, 읽어나갈수록 고전적 추리의 틀 속에서 기대 이상의 스토리 전개가 나를 기쁘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단편 <세 명의 여왕 The Three Monarchs>이 소개되고 있는데('셜록 홈즈의 귀환 : 여섯 점의 나폴레옹 상'에 나오는 에버네티 가족 사건을 차용했다고 한다), 애설니 존스 경감이 왜 홈즈를 롤모델로 삼아 본받고 싶었는지를 알려주는 또다른 의미의 외전이라고 보면 되겠다.

 

자~ 이제 추리소설의 평가 잣대로 많이 활용되는 엘러리 퀸의 10가지 관점에서 이 소설을 정리해 보자. 구성(플롯 좋고...), 긴장감(후반으로 갈수록 고조되는 서스펜스, 스릴 짱~), 의외의 결말(한 방 제대로 맞았다), 성격묘사(캐릭터들의 선이 뚜렷), 무대(종횡무진), 단서(복선과 암시가 도처에 있었건만 몰랐다), 독자와의 대결(독자에게 들려주는 해설 부분에 어~? 뒤통수 맞고 한 번 더 앞을 읽게 된다.)에서 별 다섯★★★★★. 해결방법의 합리성, 문장(그냥 이건 번역의 매끄러움이라 하자)은 별 넷★★★★, 살인의 방법(그저 잔인할 뿐~ 특별하지 않다.)에선 별 셋★★★...... 전체적으로 패스티시물이란 한계에도 불구하고, 완전 우수한 추리소설이라 하겠다.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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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의 힘
제임스 알투처 & 클라우디아 알투처 지음, 김정한 옮김 / 홍익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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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향 집
이번엔 꼭 "안됩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이번엔 정말 양보할 수 없다. 정말 이번엔...
마음을 다잡지만 결국 물러서고 말았다.
몇 십 년 동안 거절 한번 못했으니 마음속에서만 'No!"라고 외칠 뿐, 고뇌 속에 또 다시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말해 버렸다.
나는 절실했다.
하지만 한 때 가족이었다는 인연에서 여전히 나는 허우적거리고 있다.
질기고 질긴 이 일방적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으나 항상 헛방에 그치고 만다.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아니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알고 있을 거다.
그러나 실행하기엔 너무 어렵다.

 

#2. 직장
의욕이 넘치는 신임 부장으로부터 새 프로젝트에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고민하다가 No! 라고 하고 말았다. (솔직히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날 이용해 먹는다는 느낌 밖에 없었으므로...)
한번 쯤 No!라고 외치고픈 바램을 엉뚱한(?) 곳에서 실천하고 만 것이다.
처음엔 어색하더니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니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이 가라앉는다.

 

#3. 책 속에 길이 있을까?
마음을 붙일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한 때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읽고 싶더라. (이 책의 제목처럼 '거절의 힘'이 절실했을까? 어쩌면 위안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그래서 읽었다. (솔직히 책의 내용은 참 허접~)
두 부부의 경험으로 풀어가는 내용은 공감하기 힘들더만.  (실망이라고 까진 말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 제목 하나하나는 나에게 아주 힘이 되었다. 아니 그러고 싶었다.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면 거절하라. 강요당하는 일을 거절하라. 그냥 이런 말 한마디가 와 닿았다.
실제로, 내 마음 속에 원래부터 자리 잡고 있던 '거절의 힘'에 약간의 힘이 더해졌음을 느낀다. (아마도 그런 조언이 그리웠기 때문이겠지...)
이 책에서 얻은 단 한 가지는 "당신이 원하지 않는 일은 억지로 하지 마라."는 거다.

 

#4. 에필로그
결국 거부하는 용기는 내면 깊숙한 곳에서 나온다. 그것을 어떻게 끄집어내느냐 하는 문제는 자신의 힘을 키우는 일 밖엔...
어떻게? 바로 이 How?의 조언을 위해 이런 책을 읽는거 아니겠는가.

내용이 허접하다고 했는데... (이런 말 쓰면 출판사들은 긴장(?)하더라.)
아무리 허접하다한들 어찌 좋은 문장들이 없겠는가. 
몇 가지만 적어두자.

 

○ 이 책의 제목은 <거절의 힘>이지만 최종 목표는 받아들이고 끌어안는 긍정의 답을 하는 것이다. '아니요'라고 말하는 용기, 거부하고 거절하는 용기를 통해 더 없이 행복한 긍정의 답을 제공하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다. 더 많은 기회를 만나고, 더 따뜻한 사랑 속에 살고, 그럼으로써 풍요로워지기 위해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 거절의 권리장전 11조 (프롤로그에서...)
자신의 삶을 방어할 권리,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고 진실한 사랑을 나눌 권리, 재능을 발휘해 삶을 살찌울 권리, 자신이 바라는 것을 주장할 권리, 자신이 믿는 것을 선택할 권리,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할 권리, 스스로에게 정직할 권리, 풍요롭고 충만한 삶을 살 권리, 지금 이 시간을 살아갈 권리, 침묵할 권리, 더 큰 힘에 자신을 내맡길 권리

 

○ 스트레스 거절연습 (39쪽)
1. 겉으로 중요해 보일지라도 당신이 매일 하는 일을 못 하도록 방해하는 것에 '아니요'라고 말하라.
2. 당신이 매일 고요 속에 쉴 수 있는 시간을 방해하는 것에 '아니요'라고 말하라.
3. TV나 인터넷에서 떠드는 뉴스에 파묻히지 마라.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듯이, 당신의 정신이 받아들이는 것도 곧 당신이다.
4. 당신에게 무례하게 대하거나 당신을 깎아내리는 사람을 상대하지 마라.
5. 주위 사람들과 언쟁하지 마라.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면 "네 말이 맞아."하며 넘어가도 좋다.

 

○ '아니요'라고 말할 때 따라야 할 핵심 절차 (ABC절차, 128쪽)
1. 인정하기 Acknowledge
2. 경계선 긋기 Boundary
3. 종료하기 Close

 

○ 위험을 피하지 않고 돌파하면 특별한 사람이 된다. 거절도 일종의 위험이다. 그러나 당신이 새로운 힘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면, 거절에 따르는 위험을 이겨내고 값진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두 발로 힘차게 걸어나가 하늘을 올려다봐야 별도 보는 법이다.(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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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 우리 삶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14가지 길
필립 코틀러 지음, 박준형 옮김 / 더난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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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 우리 삶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14가지 길>, 참 괜찮네. 근래에 읽은 경제·경영 관련 책 중에서 논리 전개의 수준, 종합적 통찰력, 편집기획 면에서 단연 손꼽을 만한 책이다. 자본주의의 민낯을 이 정도로 종합적으로 잘 갈무리할 수 있는 학자는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에겐 분명 그렇지만, 냉철하게 생각해 보면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읽고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의 내공을 가진 독자들은 그렇게 평가하지 않으리란 느낌도 든다. 자본주의의 특정 분야를 깊이 파고든 논문 같은 책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내포하고 있는 구조적이고 잠재적인 문제와 그 문제의 원인을 간략하게 들여다보고 그 해법을 제시하는 일종의 다이제스트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서문을 보면 "많은 독자들이 자본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두껍지 않은 책을 원했다."라고 출간 의미를 밝히고 있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 이슈에 대해 보편적으로 알고 싶은 독자나 대학 2년차 정도의 교양과정에서 읽는다면 아주 좋은 밑바탕 공부가 되리라 확신한다.


자본주의는 정말 악(Capitalism is Evil)일까? 1980년대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의 성격을 띤 미국식 자본주의는(나오미 클레인 Naomi Klein은 이를 '카우보이 자본주의', 수전 스트레인지 Susan Strange는 '카지노 자본주의"라고 하였다)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로 큰 위기에 빠져들면서 자본주의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자본주의의 생명력이 다했다고(Demise of capitalism) 진단하면서 "자본주의란 노동자와 빈곤층에게는 도움을 주지 않을 의도로 정부와 기업, 금융권, 군부가 함께 운영하는 시스템(클레인)"이라고 하였겠는가. 이후 많은 학자들이 따뜻한 자본주의, 깨어 있는 자본주의 등 더욱 강력한 자본주의로 변화해야 한다고 개혁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2010년을 전후로 회복·재건 국면에 들어간 미국식 자본주의는 그런 위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변한 것 같지가 않다. 미국인의 삶에 대한 질을 높이는 부분에서 실패했다는 의견이나 자본주의가 가난한 사람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은 여전히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저자 필립 코틀러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자본주의가 많은 모순을 가지고 있기는 하나, "경제성장, 혁신, 번영을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경제시스템"이란 시각을 보이고 있다. 즉, 공산주의나 파시즘 같은 다른 어떤 시스템보다 더 나은 경제적 성과와 혁신을 만들고 가치를 창조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자본주의가 내포하고 있는 맹점을 검토하여 원인을 밝혀 개선함으로써 '더 나은 자본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견해이다. 그는 자본주의의 큰 불만 요소인 빈곤, 소득 불평등, 최저임금, 실업, 복지, 사회적 비용, 환경과 성장 등 14개의 분야에 대해 근본적 큰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 세계적인 마케팅의 대가답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있다.(하지만 상당히 보편적이다. 잘 알려진 다른 학자들의 핵심적 주장을 잘 정리한 느낌이지 저자 자신만의 특별한 견해는 별로 없어 보인다. 이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 자본주의의 맹점 14가지(32~33쪽)

1. 지속적인 빈곤에 대해서 해결책을 거의 또는 아예 제공하지 못한다.
2.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진다.
3. 수십억 명의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지 못한다.
4. 자동화 때문에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5. 기업들이 사업을 하면서 사회에 초래한 비용 전체를 부담하지 않는다.
6. 규제가 없을 때, 환경과 천연자원은 남용된다.
7. 경기순환과 경제 불안정을 유발한다.
8. 지역사회와 공익을 희생시키고, 대신 개인주의와 사리사욕을 강조한다.
9. 개인들이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도록 조장하고, 생산 중심의 경제가 아니라 금융 중심의 경제구조를 이끌어낸다.
10. 정치인과 기업의 이익단체가 결탁해 시민 대다수의 경제적 이익을 막는다.
11. 장기적인 투자계획보다 단기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계획을 선호한다.
12. 상품의 품질과 안전성 문제, 과대광고, 불공정 경쟁행위가 만연하다.
13. GDP 성장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14. 시장에 적용되는 공식에 사회적 가치와 행복이 빠져 있다.

 

에필로그를 보면 "자본주의의 14개 단점은 각각 독립적이지 않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데, 별거 아닌 듯하지만 의외로 기본적인 밑바탕이 되는 사고이다. 옮겨보면 "빈곤은 소득 불평등 문제의 일부이고, 이는 다시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높은 실업률 문제가 이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2가지 해결책인 긴축재정과 부양책이 충돌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 정치적 로비가 끼어들면서 정치인들이 금융규제와 환경보호 같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 권력 유지를 위해 표를 행사하게 만드는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다른 문제들이 끼어든다. 예를 들어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기업이 문을 닫고 일자리가 줄어들어서 실업이 늘고, 기업들은 해외로부터 수입을 늘려서 자국 내의 일자리는 더 줄어든다(335-6쪽)." 결국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통합적 관점에서 유기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거다.

 

14개 분야를 다 요약할 수는 없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소득 불평등이 해소돼야 행복이 찾아온다(329쪽)."는 마지막 즈음의 멘트였다. 코틀러는 이런 소득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득 재분배'와 '부의 격차'를 별개의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94쪽). 부의 집중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민주사회의 구성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 부의 지나친 집중을 막기 위해 상속유산에 대해 더 과중한 세금을 매겨야 한단다. 슈퍼리치들의 항의와 로비가 눈에 선하다. 기업들이 정한 최고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임금 체계도 부의 불평등한 편중을 악화시킨다고 하네. 토마 피케티가 그랬지. 부의 불평등이 심각해지는 이유는 "돈이 돈을 버는 속도(자본수익률)가 경제성장률보다 더 높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재산에 대해서 글로벌 자본세를 부과하고 동시에 고소득에 대해서도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어쨌거나 일단 부유층을 대상으로 공정한 세금체계(엄격한 세금제도)를 만드는 것이 모든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훌륭한 출발점이긴 한가보다.

 

그 다음으로 빈곤의 문제가 눈에 들어왔는데, 마치 우리나라를 두고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MB정권 때부터 신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성장 우선' 정책을 내세웠는데, 일명 '트리클다운 trickle-down'이라 하여 파이를 키우면 서민(중산층과 빈곤층)에게 떨어지는 떡고물도 많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이게 이상하게도 규모는 커져 성공한 듯한데 실상 가계나 개인 소득이 줄어든 거 같다는 거다. 가진 자들은 더욱 잘 살게 되었는데 서민들의 살림은 더욱 팍팍해진 거 같았으니… 여기에 대해 항상 궁금해 했는데, 이런 현상을 요즘은 '트리클업 trickle-up'이라고 한다는 설명이 이 책에 있었다. 즉, 중산층과 빈곤층이 혜택을 보기는커녕 각종 부담만 아래쪽으로 넘겨지고 실질적 이득은 부유층이 독식한다는… 이제는 고소득자 1%만의 승자독식 자본주의는 Out!  Out!  Out!!! 이런 맹점에 한마디만 더 밑줄을 긋는다면 "GDP의 증가는 더 이상 빈곤의 감소를 의미하지 않는다(58쪽)."는 거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겠다. 필립 코틀러가 무얼 말하고자 했는지 돌이켜보면 결국 "더 나은 자본주의는 가능하다"는 거다. 그래서 더 나아진 따뜻한 자본주의가 전 세계 사람들의 물질적, 정신적 삶의 질을 효과적으로 끌어올려 더 나은 삶으로 이끌기를 바라면서 끝맺음을 하고 있다. 하긴~ 자본주의의 역사는 항상 위기를 새로운 혁신과 변화로 이뤄낸 과정 아니겠는가. 이런 면에서 코들러는 '자본주의의 생명력'을 강조하는 여타 전문가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각을 보여주었다. 아무튼 코틀러의 진단과 해법에 의해 삶의 질과 행복이 함께하는 세상이 온다면 나는 대환영이다. 그러면 정말 좋겠다.
전체적으로 코틀러가 인용한 뛰어난 학자들의 주옥같은 지적 통찰력이 곳곳에서 넘쳐나는 가운데, 노학자의 경륜과 혜안이 아주 잘 묻어나는 읽을 만한 책이라 평가한다. 강추!!!

 

○ 짧은 덧붙임
1. 이 책의 원제는 <Confronting Capitalism : Real Solution for a Troubled Economic System by Philip Kotler>이다. 직역하여 제목으로 달기엔 좀 어색어색~ 출판사에서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리게(싼마이 티 나지 않게) 제목을 뽑았네.
2. 추천사가 이렇게 느낌 있게 와 닿기는 참 오랜만이다. 주례사적 추천의 범주를 넘어 공감의 경지에 오른 추천사! 마음에 든다.^^
3. 나는 생각한다. 탐욕과 부패, 실업, 빈부 격차와 불평등으로 상징되는 작금의 자본주의 단점을  해결하는 핵심은 '소득 재분배'에 있다고...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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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5 13: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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