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하나, 처음 요리 - 요리 초보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요리 수업
김현숙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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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왜 배워야 할까? 꼭 배워야만 하는 것일까? 무슨 이런 고민이 있냐~ 싶겠지만 나에겐 정말 곤혹스런 화두(?)이다. 내무부 장관, 아니 이제 여통령 같은 아내의 '요리 좀 배워오라'는 협박 아닌 협박을 처음엔 무시해 버렸으나, 어느새 압박감이 상당한 무게로 자리 잡는다. 처음엔 그저 맞벌이 생활의 고달픈 푸념이라 생각했었지.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미생'의 선지영 차장 정도의 커리어 우먼_능력과 경력은 유사하나 미모는 절대 선차장 아니다_이다보니 집안일과 육아, 직장 일을 해내기엔 정말 슈퍼우먼이라도 힘들 수밖에 없었으리라. 나름 설거지나 아침밥 하기, 청소 등 도운다고 하지만 그게 어디 마음에 흡족하겠는가. 언젠가부터 요리를 배워오라더니 이젠 자주 요리에 동참하게 한다. 이게 나에겐 엄청 스트레스고 왕짜증이다. 칼 한번 제대로 잡아본 적도 없으니 뭐가 잘 되겠는가. _그냥 한 판하고 확 혼자 살아? 이런 생각도 든다_
우리 시대의 어머니는 아들을 부엌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하셨다. 부엌은 어머니만의 온전한 자리였다. 그런데 딸아이를 키워보니 그게 아니더라. 웬만한 사내아이들보다 더 능력 있는 아이가 여성이란 이유로 부엌데기로 전락한다는 건 아버지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더라. 아들을 부엌에 들이지 않는 것은 여성 스스로 비극의 족쇄를 채우는 일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늙으면 밥 못해 줄 수도 있으니 요리 좀 배워두라는 안방마님의 엄포는 무섭다. 자기도 남편이 해주는 식사 한번 하고 싶다는 말엔 소름이 돋곤 한다. 어쨌거나 먼 미래(?)를 위해서도 요리를 좀 배워둬야겠다 싶어 최근 이리저리 관심을 가지긴 한다. 초보 레시피 책도 두서너 권 손에 잡기도 했다. 드라마도 잘 안보는 내가 모 케이블TV의 '한식대첩'은 본방 사수!!! 그런데 정말 시작하기 어려운 게 요리더라. 우리 식사의 기본이 밥, 국, 찬인데도 불구하고 How? 무슨 요리를 어떻게? 이 부분에서 도무지 개념이 안잡힌다. 그냥 백지다. '요리의 시작'으로 구글링하면 대부분 학원 다니라고 하는데 그건 좀 어렵다. 직장인이, 그것도 완전 다른 취미를_난 등산과 여행이 즐겁다. 자유인이고 싶을 뿐... 하긴 누군 안그러고 싶을까만_ 가진 이에겐 곤혹 그 자체이다. 서투른 칼질, 허접한 미각, 덜떨어진 후각...  노력하면 안되는 게 없다지만 어려운 분야인건 어쩔 수 없다.

그러다가 이번에 나온 <재료 하나, 처음 요리>란 책에 눈이 꽂혔다. 특별하다기 보다는 '처음'이란 단어에 홀린 거다. 전에 손에 잡아 본 다른 요리책들도 아주 훌륭했으나, 그런 책들은 그래도 '평균 주부' 정도는 돼야 할 수 있는 레벨이더라. 때론 스타일까지 강조하는 책은 아직 내겐 넘사벽. 그러니 학원 안가고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처음'이란 단어에 확 끌린 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에고~

 

 
이 <재료 하나, 처음 요리>는 내가 손에 잡아본 몇 권의 요리책 중에서 가장 활용도 높은 최고의 레시피 지침서라고 하겠다. 주절주절 설명형 편집이 아니고 간단한 레시피의 나열_재료, 양념, 만드는 방법 등_ 같은데도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하는 느낌을 가지게 하더라.  내 같은 관심초보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아마도 고수의 내공이 이 책에 제대로 담겼기 때문이 아닐까. '요리하기 전, 알아두어야 할 것'_주방 살림 장만하기, 식재료 바로 알기, 맛국물 내기_도 좋았고, '밥 짓기' 부터 시작하는 <Part 01. 한식의 기본>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유익(?)한 도움이 되는 부분은 <Part 03. 채소>편과 <Part 04. 늘 집에 있는 시판 식재료>이다. 콩나물, 시금치, 양배추 등을 이용한 된장국 끓이는 레시피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  두부, 어묵, 참치 통조림, 달걀을 활용한 덮밥도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겨 구미가 땅겼다.
요즘 중고생의 기술・가정교과엔 남녀구분 없는 요리실습 시간이 있다고 하더만. 좋은 시절이다. 요즘 드라마에선 남자들이 요리해서 여친과 같이 음미하는 장면도 자주 나오는데, 어디 드라마의 주인공이 따로 있으랴. 마음 한번 새로 내면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데, 가만 생각해 보면 내가 요리를 해서 우리 가족의 마음이 행복해 진다면? 그거 못할 일도 아닌 듯하다. 그러고 보면 배워두면 정말 좋은 게 요리인가 보다... 이 책,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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