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일기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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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책은 기본적으로 작가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읽기 힘들다. 미셸 투르니에에 대한 어떤 애정도 없는 상태에서 첫 책으로는 좋지 않다. 산문집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메모록에 가깝기 때문에 짧은 단상에서 오는 느낌만으로는 그의 다음 책을 선택하는 데 주저하게 된다. 자신감이 넘치는 건 좋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오만함을 발견하는 건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가령, 이탈리아 방송 출연에서 일어난 에피소드) 

투르니에의 인기는 쉬운 글쓰기 방식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단 한 권을 읽고 이렇게 단정하긴 뭐하지만 그의 문장은 비어 보이지않고 품위가 있어서 다른 수필이나 산문과 차별화 된다. 이런 그의 글쓰기 방식이 독서 후에 충족감을 주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이 책이 형편없는 건 아니지만 또 열광할만한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군데군데 재치 넘치는 시각들은 분명 존재하고 독자로서 나는, 당연히 밑줄을 긋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리고는 잠시 한숨도 쉬어본다. 투르니에는 위고의 문장을 이따금씩 언급한다. 그의 영향력으로 위고의 문장들이 읽힐 수 있다. 우리 작가들이 쓴 산문집에서 어떤 고전을 언급할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책 덕분에 외면일기를 쓰기 시작했을까(중간에 그만두더라도 말이다). 뭐 이런 잡다한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단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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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대숙청 - 드골의 나치협력 반역자 처단 진상
주섭일 / 중심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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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한 시기에 중부지방인 비쉬(Vichy)에서  페탱을 중심으로 비쉬정부가 형성된다. 페탱은 프랑스를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나치에게 협력했다고 주장하지만 히틀러가 몰락한 후에 나치의 꼭두각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권을 잡은 드골은 당시의 친독일 인물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하기 시작한다. 이때 제기되는 것이 사형제도의 논란이고 유명한 사르트르와 까뮈의 논쟁도 이루어졌으리라!

저자는 기본적으로 드골에 대해 호의적이다. 

 "드골의 큰 정치에는 사익을 배척하고 공익을 존중하는 공정성의 정신이 언제나 바탕에 깔려 있었다. 누구도 감히 드골의 대숙청과 국유화 조치 등 경제개혁에 비판의 화살을 날릴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드골의 공정성 때문이었다. "라고 쓰고 있다.

드골의 숙청은 단계적 계획을 갖고 이루어졌다.  내무장관이었던 퓌슈를 시작으로 언론인들을 1차 숙청대상으로 삼았다. 언론인들을 처형함으로써 언론을 잠재우고 신속하고 쉽게 숙청을 이루어갔고, 드골의 지지기반 역시 공고하게 굳어져 간다.

저자의 친드골 성향과 별개로 드골주의에 염증이 난 프랑스는 미테랑을 택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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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사람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5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병철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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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록을 정리하다가 더블린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던 J가 생각났다. J를 만난 건 마드리드 역에서 였고, 똘레도 여행을 하루 함께 했다. 나랑 동갑이었고, 의사라는 객관적으로 번듯한 직업을 갖고 있었지만 현실계에서 모호한 갈증을 느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서울에 와서도 이따금씩 연락해서 만나곤 했었다. 서먹함이 익숙해질 무렵 헤어졌기 때문에 만날 때마다 서먹했지만 그 서먹함 속에서도 둘은 모호한 교감을 나누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더블린으로 어학연수를 간다는 연락을 받았고, 예의 송별 차 만났었고, 그리고는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주소록에 남아있는 그녀의 메일 주소를 보고 근황이 궁금해졌고, 더블린이 떠올랐고, 더블린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인 더블린 사람들을 찾았다.

더블린 사람들, 아니 아일랜드 사람들은 술 마시는 습관이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거나하다는 것이 내가 아일랜드 사람들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다. 아주 짧은 단편들이어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 음울한 분위기 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문장은 여러번 읽게 만든다. 사실, 제임스 조이스의 글은 보편성은 없는 것 같다. 종교 분파와 잉글랜드와의 관계 등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않다면 이 이야기들은 지루할 수도 있다. 나 역시 그러한 문제들에 대한 머리로만 어렴풋하게 알고 있어 아일랜드 사람들이 갖는 정서를 깊숙이 느낄 수 없다. 금욕적 도덕관에 대한 강박이 흥미로운 하나의 의문쯤으로 남는 내 무지함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향한, 그리고 죽음에 대한 묘사는 서늘할정도로 아름답다. 특히 <사자>들에서 엿보이는 우리와 비슷한 정서나 내면 심리 묘사는 누구나 한번쯤 고민했을 법한 구석이 있다. "어떤 정열이 한창 불타는 영광 속에서 저 세상으로 대담하게 가버리는 것이 차라리 늙고 시들어 쓸슬히 사라지기보다는 낫지 않을까?"란 말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문득문득 찾아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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