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사람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5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병철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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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록을 정리하다가 더블린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던 J가 생각났다. J를 만난 건 마드리드 역에서 였고, 똘레도 여행을 하루 함께 했다. 나랑 동갑이었고, 의사라는 객관적으로 번듯한 직업을 갖고 있었지만 현실계에서 모호한 갈증을 느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서울에 와서도 이따금씩 연락해서 만나곤 했었다. 서먹함이 익숙해질 무렵 헤어졌기 때문에 만날 때마다 서먹했지만 그 서먹함 속에서도 둘은 모호한 교감을 나누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더블린으로 어학연수를 간다는 연락을 받았고, 예의 송별 차 만났었고, 그리고는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주소록에 남아있는 그녀의 메일 주소를 보고 근황이 궁금해졌고, 더블린이 떠올랐고, 더블린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인 더블린 사람들을 찾았다.

더블린 사람들, 아니 아일랜드 사람들은 술 마시는 습관이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거나하다는 것이 내가 아일랜드 사람들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다. 아주 짧은 단편들이어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 음울한 분위기 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문장은 여러번 읽게 만든다. 사실, 제임스 조이스의 글은 보편성은 없는 것 같다. 종교 분파와 잉글랜드와의 관계 등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않다면 이 이야기들은 지루할 수도 있다. 나 역시 그러한 문제들에 대한 머리로만 어렴풋하게 알고 있어 아일랜드 사람들이 갖는 정서를 깊숙이 느낄 수 없다. 금욕적 도덕관에 대한 강박이 흥미로운 하나의 의문쯤으로 남는 내 무지함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향한, 그리고 죽음에 대한 묘사는 서늘할정도로 아름답다. 특히 <사자>들에서 엿보이는 우리와 비슷한 정서나 내면 심리 묘사는 누구나 한번쯤 고민했을 법한 구석이 있다. "어떤 정열이 한창 불타는 영광 속에서 저 세상으로 대담하게 가버리는 것이 차라리 늙고 시들어 쓸슬히 사라지기보다는 낫지 않을까?"란 말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문득문득 찾아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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