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러브>를 감독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영화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지독한 사랑에 대해 말한다. 사랑은 지독하게 주관적이고 비이성적이며 제도를 거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은 사랑이 없어도 잘 산다. 하지만 사랑이 있다면 사랑 없는 삶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사랑 없는 삶으로 돌아가는 게 옳지도 않으니 사랑하는 이를 만나면 몸과 마음을 던져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감독이다. 사랑에 몸과 마음을 던지는 게 어떤지 감이 안 오고 사랑의 세계는 내가 사는 세계와 다른 세계이고 중독성이 있어보여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에 절대적 지지를 보낸다. 무언가를, 심지어 사랑도 머리로 이해하고 지지하는 태도를 보이는 나란 사람은 사랑의 세계가 무엇인지 죽을 때까지 모를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절망이 찾아오기도 한다. 요즘은 더욱 방황(?) 중이기도 하고.

이 영화는 금기된 사랑과 성장, 성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지만 사랑에 금기란 게 사회적 인식이고 그 사회적 시선을 따르겠다는 전제가 있어야 금기가 성립된다. 여름 휴가에서 만난 미국인 연구원을 보고 알 수 없는 마음의 동요에 괴로워하는 한 소년이 있다. 아버지의 손님에게 몸과 마음이 저절로 반응하는데 낯설어하고, 자신의 감정인데도 정체를 모르고, 느끼는 바를 말하는 게 옳은 지 확신도 없으며, 상대가 자신을 받아줄 지는 더더욱 불확실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어느 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금지된 선을 넘는다. 그 후에는 겉잡을 수 없는 감정 속으로 빠지고 이별은 예정되어 있다. 미국인과 이탈리아인은 휴가가 끝나면 물리적으로 헤어진다. 소년은 자신의 성정체성에 혼동스럽고 사랑이란 감정에 열병을 앓는다. 소년의 감정은 이탈리아 시골을 배경으로 바흐를 재즈풍으로 편곡해서 연주하는 피아노 곡, 뜨거운 볕 아래서 페달을 밟는 움직임, 식탁에서 자신의 감정이 사람들한테 들킬까봐 불안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다 먼저 일어나는 일, 미국인 연구원과 2층에서 같은 화장실을 쓰는데 그가 화장실 출입을 할 때마다 곤두서는 감각들. 소년의 불안과 동요를 일상적 행위에 아주 세심하게 배치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소년의 감정이 전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의 감각과 세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온전히 가 있고, 그 경험을 함께 할 것을 영화는 권한다.

열병 같은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두 사람은 물리적으로 헤어질 수 밖에 없고, 고통은 영원할 거 같지만 일상은 잘도 돌아간다. 사랑의 고통은 고통이고 일상은 일상이니. 사랑하는 이를 보내는 애도 의식은 결국 소년의 서러운 울음으로 나온다. 사랑 때문에 울어본 적이 있다면 그 울음의 끝은 그 사랑을 가슴 한편에 묻고 또 다른 사랑을 기다리는 희망의 방을 만든다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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