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종류의 책은 기본적으로 작가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읽기 힘들다. 미셸 투르니에에 대한 어떤 애정도 없는 상태에서 첫 책으로는 좋지 않다. 산문집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메모록에 가깝기 때문에 짧은 단상에서 오는 느낌만으로는 그의 다음 책을 선택하는 데 주저하게 된다. 자신감이 넘치는 건 좋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오만함을 발견하는 건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가령, 이탈리아 방송 출연에서 일어난 에피소드)
투르니에의 인기는 쉬운 글쓰기 방식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단 한 권을 읽고 이렇게 단정하긴 뭐하지만 그의 문장은 비어 보이지않고 품위가 있어서 다른 수필이나 산문과 차별화 된다. 이런 그의 글쓰기 방식이 독서 후에 충족감을 주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이 책이 형편없는 건 아니지만 또 열광할만한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군데군데 재치 넘치는 시각들은 분명 존재하고 독자로서 나는, 당연히 밑줄을 긋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리고는 잠시 한숨도 쉬어본다. 투르니에는 위고의 문장을 이따금씩 언급한다. 그의 영향력으로 위고의 문장들이 읽힐 수 있다. 우리 작가들이 쓴 산문집에서 어떤 고전을 언급할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책 덕분에 외면일기를 쓰기 시작했을까(중간에 그만두더라도 말이다). 뭐 이런 잡다한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단상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