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짐 자무쉬의 영화는 느끼는 영화다. 짐 자무쉬는 시, 시심에 대한 열정을 종종 영화에서 표현한다. 여러 영화에서 싯구  하나로 영화를 이끌어가곤한다. 감각에 호소하는 이미지와 음악, 사운드를 사용하는데 그의 영화를 보고 나면 혼자 전시회에 다녀온 것처럼, 약간 쓸쓸하면서도 무언가 가슴을 채우면서 차분해진다. 더불에 영화에 나온 음악을 막 찾아보게 되고.

2. 패터슨이란 종점역을 운행하는 패터슨이란 이름의 버스 운전사의 평범한 일주일이다. 월요일부터 다음 월요일까지. 아침 풍경은 늘 비슷하다. 침대 위에서 부부가 자는 모습을 사진처럼 보여주고 다음에 패터슨은 출근하기 위해 비슷한 시간대, 대략 아침 6시10분에서 6시30분에 알람없이 일어난다. 알람없이 비슷한 시간대에 일어난다는 말은 패터슨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준다. 같은 일을 오래했고, 성실하고, 별 변동사항이 없었던 삶이란 걸 짐작할 수 있다. 패터슨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미세하게 다른 지점들을 포착하는데 바로 이런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마음이 시를 쓸 수 있는 마음이다.

3. 는 시를 읽지 않는다. 아니, 시를 잘 못 읽겠다. 행과 행사이를 읽는 능력이 심하게 없어서 압축된 시에서, 불행하게도 상상력을 발휘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시를 좋아하고, 시를 짓는 일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출렁이는 감정을 언어화하는 것이다. 시를 향한 자무쉬의 애정을 담은 영화를 보고 내게 결여된 시심이 어떤가를 살짝 짐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4. 패터슨의 일주일을 들여다보면 스쳐지나가는 인물들 속에서, 혹은 늘 보는 동료와의 대화 속에서 패터슨한테는 시가 일상적 지루함에 대한 불평이고, 탈출구이다. 누군가는 불평을 쏟아낸다면 패터슨은 시를 쏟아낸다. 매일 한 두줄씩 쓰는 비밀노트를 키우는 개가 모두 찢는 재난이 발생한다. 이때 패터슨은 담담한 태도로 상황을 받아들인다. 시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을 느끼면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시어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시처럼 사는 게 아닐까, 패터슨 커플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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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4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넙치 2018-01-13 19:21   좋아요 0 | URL
재밌게 보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