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몹시 고파서 여행 기분을 느껴보려고 파리가 배경인 영화를 봤다. 두 감독이 주인공인 영화인데 색감이 텁텁한 입안을 화하게 해주는 민트처럼, 안구정화를 해준다. 여주인공 피오나는 쨍한 그린 스웨터와 역시 그린 계열의 치마를 입고 빨간 배낭을 메고 파리에 입성한다. 이런 색감마저도 귀엽고 스토리도 귀엽다. 양로원에 가기 싫은 과거 무용수였던 이모나 조카한테 SOS를 보낸다. 피오나는 이모를 지켜주러 파리에 오지만 첫날부터 자신도 못 지키는 소동이 벌어진다. 노숙자 돔은 피오나가 곤경을 겪었던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고, 피오나가 물속에 빠지면서 잃어버린 배낭을 건지면서 피오나의 삶에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결론은 정말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러브 스토리이다.
러브 스토리는 한 여자가 한 남자를 만난다는 결론은 이미 정해져있지만 그 과정을 묘사하는 방식에 따라 흥행이 갈린다. 이 영화가 러브 스토리를 전개하는 묘사 방식은 동화적이고 슬랩스틱 코미디다. 고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보면 재밌다.
오프닝에서 완전 뿜었고 영화 전개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된다. 이모와 어린 피오나는 남극과 비슷한 눈보라 속에 서 있고 이모는 피오나한테 파리로 간다고 말한다. 피오나는 이렇게 추운 곳에서 살고 있다. 성인이 된 피오나는 작은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자락이 오른쪽에서 들어오며 사무실에 앉아있는 인물들이 모두 팔을 허공으로 들고 흔든다. 이 장면을 본 순간 뭘 말하는지 몰랐다. 잠시 후 동료 한 명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면서 이들의 팔이 내려간다. 아...이런 슬랩스틱이라니. 눈보라의 세기를 팔의 움직으로 표현하다니. 너무 웃겼다. 또 하나 재밌는 장면은 피오나와 돔이 서로 각자의 집에서 자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꿈을 꾸는 장면을 한 화면에 배치했고 둘을 분명이 다른 곳에 두었지만 음악에 맞춰 서로의 꿈을 꾸면서 자그마한 춤(?)을 추는데 따로 또같이 느낌을 주는데 엄청 구엽다.
<아멜리에>서 아멜리에가 영화 분위기 전반을 지배했듯이 피오나 고든이 갖는 톡특한 이미지도 영화에서 한 몫한다. 일단 영화보고 여행 욕구는 최대한 좀 눌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