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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일기 ㅣ 읻다 프로젝트 괄호시리즈 1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지음, 박술 옮김 / 읻다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작년 독립출판마켓인 세종예술시장소소에서 출간된 줄 알게 된 책. 이 인기없는 번역서를 출판한 '읻다'청년들을 좀 소개하면 이렇다. "노동 공유를 기반으로 기획된 출판 프로젝트 "읻다"는 20-30대 출판인들이며 아직 알려지지 않는 고전 또는 재조명할 가치가 있는 텍스트를 직접 번역해 출간하고 있습니다."
'괄호 시리즈'로 책을 낼 있는데 눈이 반짝이게 할 고전들, 하지만 아무도 손 안대는 고전들. 로베르 데스노스의 <애도를 위한 애도/자유 또는 사랑>이 출판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2.
비트겐슈타인이 1차세계대전에 참전 중에 쓴 일기모음집이다. 편집상 특이한 건 왼쪽 페이지는 사적 일기고 오른쪽 페이지는 사유 일기다. 책을 펼치면 사적 일기와 사유 일기를 동시에 읽게 되는데 사유 일기를 읽는데 사적 일기가 은근히 힘이 된다.
3.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논리성으로 현상의 본질을 꿰뚫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게 어디 가능한 일인가. 그럼 비트겐슈타인은 이걸 몰랐나...그럴리가. 그는 현상의 본질에 접근하는 법으로 언어 논리란 수단을 택했고 그 수단의 모순과 불완전성을 통해 본질에 다가가는 방법을 취했다.
"언어는 세계와 내적 관계들을 맺고 있으며, 그러기에 언어와 이 관계들이 사실들의 논리적 가능성을 결정한다. 우리에게 유의미한 기호가 있다면, 그것은 어떤 구조물과 특정한 내적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한다. 기호와 관계는 지칭 대상의 논리 형식을 일의적으로 결정한다. "(15.4.25. 243쪽)
어떤 현상(이 책에서는 영상이란 단어를 사용)을 문장으로 표현하면 문장으로 재현하면 현상의 본질에 다가간다고 보지 않는다. 그래서 참인 문장과 부정인 문장에 대한 가치 판단도 무의미해진다. 부정 혹은 거짓 문장이 되려면 참이란 전제가 필요한데 이 전제 자체가 참인가에 대한 끝없는 고민. 머리 아팠겠어..;; 사적 일기를 보면 전시 중이라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 하에 놓여있고, 초반에는 정신에 의지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신을 찾는 변화가 있다. 결국 인간의 나약함은 초인적 혹은 상상에 기댈 수 밖에 없게 만드나...
4.
언어 자체가 하나의 확고한 철학적 준거틀이 되는데, 깊은 회의를 느끼면서도 언어에 집착해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양가성. 비트겐슈타인은 함수와 변수만을 그 자체로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했다. 언어의 유한성을 인정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어는 무척 매력적이다. 모사한 문장 자체를 해부하면 거대한 심연이 펼쳐지기 때문에. 비트겐슈타인이 언어가 아니라 수학적 기호를 사유 수단으로 택했다면 어땠을까. 명쾌한 답을 얻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