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잇
김영하 지음 / 현대문학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1.
지난 달 병원-집-일-집의 궤적을 반복적으로 돌면서 고독과 우울의 쓰나미 속에서 살겠다고 강남역 한복판을 왔다갔다하는 초인적 일정을 버텨냈다. 병원에서 돌아오다가 보행 연습 및 테스트를 위해 알라딘 중고매장에 들렀다. 목적없이 중고 매장에 막상 가면 살 책이 없다. 눈에 띄는 책들은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 뿐일 때가 많다. 하지만 책방을 그냥 나오다니, 있을 수 없는 일. 무조건 무슨 책이라도 사기 마련이다. 김영하의 초기 산문집 <포스트 잇>을 골랐다. 2005년도 출간된 거니까 무려 12년 전에 글이다. 김영하가 지금보다 훨씬 젊었을 적. 고독하고 우울할 때 <포스트 잇>은 썩 위안이 되는 책은 아니었다.

2.
김영하 소설은 꽤 읽은 편인데 김영하에 대한 팬심은 없는 편이다.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별로 안 생기는데 팬들이 너무 많아 그런가...나 하나쯤 팬덤에서 빠져도 그의 인기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으니. 산문집이라 김영하 작가의 개인적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 예민하고 철두철미할 거 같은데 산문집도 이 느낌에서 많이 벗어나진 않는다. 젊은 김영하를 읽는 느낌이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읽었으면, 지금보다 훨씬 젊은 나는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3.
"모두들 지극히도 평범한 자신을 저주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아무것도 특별할 게 없는 그러나 그렇기에 아주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역시 별로 특별할 게 없는 내가, 내 방식 그대로 쓰기로 했다. 그러다 보면 길이 있겠지. 그러면서도 지금도 쓰고 있다. "-<평범> p.157

"아무런 흔적없이 떨어졌다 별 저항없이 다시 붙는, 포스트잇 같은 관계들. 여태 이루지 못한, 내 은밀한 유토피아즘." -포스트잇, p.215

4.
유려한 문장 속에 예리한 통찰이 묻어나지만 감정적으로 확 기울진 않는 글모음. 내가 늙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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