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사는 일이 이슈가 되는 건 그만큼 주관대로 살기 힘들다는 말이 되겠다. 21세기에도 여전히. <프란시스 하>는 자신의 삶을 살려는 이야기인데 나이 불문하고 비혼이라면 공감 백만 개 누르고 싶은 주제를 다룬다.
프란스시는 영화 속에서 (남자친구가) "안 생기는undatable" 캐릭터다. 극 중에서 부부 관계를 정의하는 말이 나온다. 하우스 메이트인 남자가 우리는 부부같아. 섹스는 안 하고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 레즈비언 커플 같기도 하고.(뭐 대충 이런 내용) 프란시스의 고민 지점은 남자가 아니다. 일과 우정이다. 오프닝에서 프란시스는 동거하자는 남친의 제안을 거절하고 나온다. 그녀는 이성애 보다는 동료로서의 우정에 더 가치를 둔다.
오랜 친구 소피가 남자친구와 약혼을 해서 도쿄로 떠날 거란 말에 히스테리를 부린다.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인생의 중대사에 개입할 수는 없는 노릇. 섭섭한 마음 한가득이고 소피와 순식간에 소원해진다. 이러저런 허전한 마음에 파티에서 만나 파리에 오면 자신의 집을 사용하라는 말에 카드 값 걱정하며 파리로 1박2일 날아간다. 나는 이 심정을 너무나 이해하겠단 말이지. 정작 파리에 오면 연락하라던 사람은 하루 종일 연락이 안 되고 밤에 소피한테 송별파티가 있다고 연락이 온다. 하지만 프란시스는 파리에 왔다는 말을 끝내 하지 않고 못 간다고만 말한다. 자신의 뻘짓을 그 누구한테도 말하고 싶지 않은 심정, 이 또한 공감가고.
무용수로서의 길은 요원해보이고 매달 집세는 압박스럽기만 하고. 암울하기만 한데 볕은 찬란하다, 포스터는 빛나는 햇살 속에서 프란시스 하가 생계를 위해 사무직을 받아들이고 잠시 나와 몸을 움직이는 모습이다. 곧 넘어질 것 같으면서도 간신히 균형을 잡는다. 머리칼은 이리저리 흔들린다. 사실 이십대의 비혼 여성의 불안한 심리를 다뤘는데 프란시스 하를 연기한 그레타 거윅의 연기는 훌륭하다. 늘 무언가에 쫓기는 것 처럼 달리거나 빠르게 걷는다. 여유없는 생활을 몸으로 보여주면서 보는 이가 같이 안달이 나게 만든다. 그레타 거윅의 프란시스 하에 한참 몰입하다 보면 도쿄에서 소피의 전화를 받게 된다.
소피는 약혼자를 떠나 뉴욕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재회를 하고 침대 위에 누워서 사랑한다는 말을 서로 주고 받는다. 퀴어 코드로 읽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친자매나 가족애 같은 걸로 받아들였다. 친자매도 친구도 늘 내 생각과 같을 순 없다. 다음날 소피는 자고 있는 프란시스를 남겨두고 약혼자의 삼촌(?) 장례식장으로 달려간다. 그래, 사람한테는 여러가지 사랑이 필요하다. 우정도 필요하고, 싸우다가 화해하는 이성 간의 사랑도 필요하다. 밥도 필요하고 빵도 필요하듯이. 이렇게 생각하면 소피의 행동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프란시스의 순도는 높아서 한 종류의 사랑만을 좇는 낭만주의자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없는 사랑을 추구하는 이를, 낭만주의자라고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