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제나 처럼 욕망에 관한 영화다. 하나의 이야기를 네 사람의 욕망의 층위가 충돌해서 바라보는 네 쌍의 관점에서 재구성한다. 숙희-사기꾼 백작, 사기꾼 백작-아가씨, 이모부-사기꾼 백작, 숙희-아가씨.
숙희와 사기꾼 백작의 욕망은 귀족 아가씨의 돈이다. 사기꾼 백작과 아가씨는 각기 다른 욕망인데 돈과 변태 이모부로부터의 탈출, 변태 이모부와 사기꾼 백작의 욕망은 야설을 상상하는 쾌락주의자 이모부와 업계에서 동업자와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데 사랑에 빠졌다가 몰락하는 백작. 그리고 우정과 사랑 사이에 있는 숙희와 아가씨. 사실 이 네 쌍의 욕망은 인간의 근본적 욕망 모두를 아우른다. 물욕, 성욕, 사랑. 인간의 기본 욕망을 이루는 필수 구성요소. 처음에는 하나의 욕망을 목표로 계획을 세우지만 사람은 그렇게 단순한 사고를 하지 못한다. 셋은 분리될 수 없다. 사랑에 눈이 멀면 돈은 하찮고 욕정에 눈이 멀면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 욕정과 사랑의 경계 또한 희미해서 선을 그을 수도 없고. 그래서 인생은 꼬이고 처음 계획과는 전혀 다른 곳에 가 있는 게 인생이고.
2.
사기꾼 백작은 가장 변화 무쌍한 인물인데 다른 말로 하면 영혼이 흔들리는 갈대와 같다. 그래서 자신의 꾀에 자신이 넘어가는 아주 유약한 인물이다. 반면에 아가씨는 어린 시절 부터 야설책을 읽도록 훈련받았고 성인이 되서 모노 드라마를 연기하는 배우가 되는 치욕을 겪고 강철 멘탈을 기른다. 이모의 자살을 목격하고도 때를 기다리며 음모를 꾸미고 결국 두 남자를 파멸로 몰아넣는 팜므파탈이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아가씨는 실은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고 거부하며 대담하다.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도 알고 숙희도 갖고. 표면적으로는 여성 승리의 서사이다.
3.
결말은 아가씨와 숙희의 사랑의 승리인 거 같은데 몹시 불쾌하다. 왜 이렇게 불쾌한가. 두 여체를 묘사하는 방식이 남성적 관음성에 봉사하기 때문이다. 수위 높은 베드씬 역시 몹시 그렇고. 그래서 여자들이 이모부와 사기꾼 백작을 엿먹였는데도 여성 승리의 서사로 안 여겨지는 이 찝찝함. 여성의 승리에도 여자 관객이 불쾌한 엔딩이라니.
4.
더불어 영화는 굉장히 역동적이다. 사건의 전개도 그렇지만 카메라 움직임은 거의 전능하고 관능적이다. 멀리 있다 갑자기 인물한테 돌진해 달려들기도 하고 아래서 위로 갑작스럽게 솟아오르기도 해서 마치 카메라가 살아있는 하나의 캐릭터같기도 하다. 카메라가 인물을 거침없이 빨아들이는 느낌. 그래서 영화가 더 탐욕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