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를 보는 순간 이 영화는 무조건 봐야지, 했다. 영화 장면들은 포스터만큼 아름답진 않고 대신 음악이 심장을 후빈다. 특히 현악기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투박하면서도 차갑다가 때로는 격정적이고 때로는 툭, 내려앉게 만든다.

 

짝을 못 찾아 사람이 아닌 동물이 된다면 랍스터가 되고 싶은 남자의 이야기다. 남자는 아마도 아내의 외도 때문에 새로운 짝을 찾아 나선 거 같다. 오프닝에서 카메라가 위에서 남자를 비스듬하게 비추자 남자가 말한다. 그 자식은 안경을 써, 렌즈를 써? 여자가 답을 한다. 당신처럼 안경을 써요. 하고. 그리고 남자는 짝을 찾는데 실패하면 동물이 되는 공간 속으로 들어간다. 남자가 랍스터가 되고 싶은 이유는 바다에서 살고, 장수, 죽을 때까지 번식한다. 랍스터를 욕망하는 요소를 나열하면 지극히 동물적이다. 남자가 겪은 인간 세계 역시 동물적이라는 걸 암시한다.

 

오로지 짝을 찾는데만 집중하는 공간의 규율은 커플은 비슷한 사람만이 될 수 있다는 것. 처음에는 그럴듯하게 들린다. 비슷한 사람들이 아니면 사랑할 수 없다는 공식. 이 공간에서 사랑은 겉으로는 비슷한 취향에 방점을 찍은 거 같지만 실은, 사랑이란 감정은 무의미하며 동물계에서처럼 일차원적 성적 욕구만을 돌볼 뿐이다. 누군가를 짝으로 택하기 위해서 개인의 고유 취향은 일정 정도 무시되거나 숨길 수 밖에 없다. 피도 눈물도 없는 여자를 짝으로 택한 남자는 자신이 기르던 개의 죽음 앞에서도 잔인함을 연기하다 속내를 들키고 이 커플은 깨진다. 과연 사랑이 교집합만으로 유지될 수 있나, 하는 질문을 던진 채 챕터 원이 끝나고 챕터 투가 시작된다.

 

이번에는 그 이상한 호텔을 나와서 반란군을 만난다. 이 조직의 규율은 사랑하면 안 되는 것. 남자는 "감정을 생기게 하는 건 감정을 숨기는 것 보다 더 어렵다"고 여겼던 터라 이 반란군의 규율은 따르기 쉬워보인다. 처음에는. 하지만 곧 근시인 여자를 알게 되면서 진짜 사랑이 싹튼다. 이 조직에서는 어떤 육체적 행위도 금지되고 걸리면 처벌을 받는다. 이번에는 육욕을 억압한 정신적 사랑이 가능할까, 로 영화는 진행된다. 억압된 육욕은 정신적 사랑을 더욱 고조시키고 결국 두 사람은 도시로 탈출하기로 결심하지만 대장이 알아차리고 여자를 장님으로 만든다. 눈이 먼 여자와 남자는 탈출을 한다. 마지막 장면이 의미심장하다. 여자를 닮으려 남자는 자신의 눈을 멀게 하려는 행동을 취하면서 영화가 불쑥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간다. 바닷소리가 계속 들리면서 무언가 남아있는 장면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하면서 영화가 끝이 난다. 남자는 결국 여자와 같은 장님이 되어서 랍스터처럼 장수하며 번식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취향의 문제도 아니고 육욕만의 문제도 아니다. 사랑은 상대의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이다. 사랑이 탄생하고 지속되려면 장애물은 필수인 것처럼 보인다. 사랑을 다루는 희비극의 오랜 공식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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