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지 이야기인가 했는데 꼭 그렇진 않다. 라이프지 사진작가 데니스 스톡과 전설의 제임스딘의 우정 아닌 우정을 다룬 영화다. 안톤 코르빈 감독의 전작 <컨트롤>, <아메리칸>을 보면, 뭐랄까, 고독한 개인의 심리에 몹시 관심있어 하고 고독 속에서 유일한 구원은 사랑이나 우정이라고 한순간 믿는다. 그러다 감정이 바닥까지 내려가면 모든 걸 포기하는 인물에 좀 관심을 보이는 것같다.
이 영화는 제임스 딘을 재현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데인 드한이 아무 말도 안 하고 고개를 45도 쯤 숙이고 눈을 치켜뜨면 제임스 딘이 슬쩍 보이긴 하는데 결정적으로 너무 통통하다. 살을 좀 빼셨어야지. 안톤 코르빈의 영화는 분위기는 참 좋은데 인물의 심리를 다루는데 항상 2% 부족하다. 제임스 딘의 우수나 공허한 표정은 왜 그런건지. 묘사가 부족하다. 실제로 알 수 없을 수도 있다. <컨트롤>도 영화 전반적 분위기로 시대상을 전달하는데 아주 세심한 연출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정작 조이 디비전의 보컬이었던 이안 커티스의 내적 불안과 동요를 잘 표현하지 못했다. <라이프>도 당시의 시대상과 배경은 잘 재현했다. 워너 브라더스 사장이나 인터뷰 장면 등등. 특히 비오는 타임스 스퀘어에서 코트 깃을 한껏 올리고 담배를 물고 있는 제임스 딘의 재현은 거의 넋이 나갈 정도다.
하지만 왜 제임스 딘은 삐딱했는지에 대한 고찰은 좀 부족하다. 사료상 알 수 없더라도 바로 그 부재한 정보를 메꾸는 일이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의 역할이 아닐까. 아쉬운 점이다. 데니스 스톡이 우수에 찬 예술가를 찾아봐야지, 하는 말을 한다. 안톤 코르빈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데니스 스톡이 제임스 딘의 공허한 표정에 끌려 사진을 남겨서 우리는 그 공허하고 반항심 가득한 눈빛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