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탄트 메시지 - 그 곳에선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
말로 모간 지음, 류시화 옮김 / 정신세계사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한 친구가 최근에 까뮈의 책을 다시 읽고 감명을 받았단다. 사실, 많은 고전이라고 분류되는 책들은 어릴때는 이해할 수 없다. "젊은 날에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때는 사랑인 줄 모른다"는 노랫말처럼 젊음은 많은 것을 놓치고 젊음에만 집중을 하는 경향이 있다. 살다보면 계획은 틀어지기 마련이고 무수한 우연은 필연을 낳고 필연 속에는 개인의 의지가 들어있다는 걸 서서히 깨닫게 된다. 인생은 결코 뜻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흘러가는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어렴풋이 깨달을 때쯤, 모든 고전은 유의미하게 된다고 믿는다. 친구가 까뮈의 부조리를 깊이 깨닫고 추천한 책이다. 그런데 받고 보니 정신세계사 책이고, 류시화 번역이다. 이 두 가지 사항만으로 유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
나는 차라리 돌베개나 울력에서 나온 책을 선호하는 편이라, 책 자체는 좋은 말로 가득차 있는데도 내게는 울림보다는 약간 교조적으로 다가온다. "좌뇌 사회"에 살고 있고 좌뇌 사회를 떠날 수 없는 이한테 호주원주민 참부족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동화처럼 보인다. 우뇌에 호소하는 시적 감수성에 기반한 지혜를 풀어놓는다. 다 옳은 말이다. 신은 인간이 필요해서 만든 것이며 공동체 멤버와 물질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공유하는 아주아주 이상적 공동체를 말한다. 그런데 너무 이상적이면 그럴듯함이 사라진다. 호주 아웃백을 맨발로 걷고 자연이 주는 식량을 먹고 밤이면 별로 가득한 하늘을 이불삼아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시간은 저자만의 독특한 경험으로 구경하는 심정으로 읽게 된다. 즉 이 책이 가진 장점이 저자의 과도한 의욕으로 저자의 경험 자체를 타자화하게 만든다. 이 지점에서 공감이 사라지고 이야기만 남는 아쉬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