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족력으로 조기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여자 이야기다. 어느날 갑자기 불청객으로 찾아오는 병. 그리고 병을 대하는 자세. 기억은 한 개인을 구성하는 결정적 요소다. 엄마의 자궁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나와 빛을 처음 대한 날을 우리는 생일이라고 한다. 생일을 잊어버지 않으려고 매일 기록하는 여자. 무엇을 좋아했는지 안 떠오를까봐, 그리고 마지막 기억까지 지워지고 죽고 싶다는 생각도 못할까봐, 극한 상황이 되면 수면제 다량복용법 동영상까지 노트북에 넣어 놓는 여자. 수치심이나 삶에 대한 의지까지 잊는 막다른 골목에서도 육체는 기능할 수 있다. 사는 건 기능하는 게 아니라 선택하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지니는 것이다.

 

2.

미국 영화는 가족을 다루는 방식에 강박증이 있다. 고난은 모두 함께 해서 이겨내야한다는 성서론적 관점이 지배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가 계속 떠올랐다. 비슷한 소재를 다뤘는데 정말 다른 관점으로 사실적이고 감동적이다. 개인은 가족 구성원이기 전에 별개의 개인이다. 남편, 딸, 그리고 딸의 남편이 아내, 엄마, 장모의 병을 바라보는 입체적 관점을 제시한다. 그 속에 실재하는 직관이 들어있고. <스틸 앨리스>는 병이란 고난마저도 스펙터클화해서 동화처럼 만드는 경향이 있다. 깊이가 없다는 말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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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5 04: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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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5 12: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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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5 17: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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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8 14: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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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9 00: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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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2 17: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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