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실이 중요한가 국익이 중요한가 하는 물음에 "진실이 국익이다"란 대사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이런 신념을 가진 사람은 소수다. 다수한테 국익을 위해서라면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개인의 영역으로 치환하면 이런 생각은 더 그럴듯해진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진실은 저너머에 묻어둬도 괜찮다고들 한다. 그럼 진실은 뭘까? 진실의 실체는 신기루같다. 진실을 알고 싶은 사람한테만 진실은 가치가 있다. 우리는 진실을 신뢰한다고 말할 수 있나? 진실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믿고 싶은 걸 진실이라고 믿는 능력자들이다.

 

2. 황우석 박사가 전세계를 상대로 벌인 사기극이 가능한 이유 속에 우리의 공모가 있다. 영화 속에서 아무도 줄기세포를 못 보고 전해 듣기만했다. 의심은 있지만 거세게 몰아치는 거대한 믿음의 파도에 맞서기에 개인 혹은 집단은 너무 이기적이다. 논문에 이름 등재, 각 개인의 난치병 치료를 위한 모정이나 부정, 광고 수익을 위해 여론 몰이를 하는 언론, 그리고 국익이 자신의 이익이 될 거라는 기대감을 지닌 국민의 집단적 광기. 사기극에 필요한 요소다. 줄기세포가 없다는 게 밝혀지면서 받았던 충격이 영화를 보면서 되살아났다. 맞아 그랬었지.... 줄지어 자발적 난자 기증까지. 그리고는 수십억 년 전 과거처럼 잊고 있었다.

 

3. 영화는 실제 사건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사실적이고 어떤 영화적 기교를 뽐내지도 않는다. 자극적이지 않게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다. 진실을 알리려는 한 피디를 비롯한 방송국 팀원들의 진실보도에 대한 절대적 확신을 우리는 목격한다. 진실을 규명하려는 측에서 보면 모든 게 의문투성이다. 황박사는 연구보다는 로비스트처럼 보이고 연구원들은 밥줄 잡고 있기에 바빠보인다. 영화가 말하고 싶은 건 황박사의 사기극 재구성을 통해 잊혀진 황박사를 다시 한 번 욕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의 속성을 들여다보라고 하는 거 같다. 영화를 본 후 비난의 화살은 우리 자신한테로 겨눠져야한다. 오늘 신문에 홍콩인들이 거리 시위를 하는데 뭐 그정도 가지고 시위를 하냐는 웃픈 글이 실렸다. 한국인은 다 참는데..하는 조롱조의 글이다.

 

4. 문득 그 시절이 그리웠다. 소수라도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지닌 사람들이 있었던 때도 있었다니, 안 믿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