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왜 수학이 싫어졌을까?>, 올리비에 페이용
기억 속에 나는 수학을 싫어했던 어린이가 아니었으나 점점 수학을 싫어하는 청소년으로 자랐고 성인인 지금은 숫자도 잘 못 읽어서 은행 거래할 때 웃긴 헤프닝이 벌어지곤 한다. 삼십만원을 입금해야 하는데 삼만원을 입금하고 삼십만원이라고 우기는 둥-.-; 수학적 사고가 일상에서 많이 필요하다는 걸 조금씩 인식하면서 수학이란 학문의 실체에 궁금증이 일었다. 그래서 수학 주변부를 다루는 책을 탐독했던 적이 있다.몇 권을 읽은 후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은, 수학은 연산이나, 방정식, 미적분, 함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학의 본질은 철학의 본질과 비슷한 학문이라는 것이다. 철학이 사물의 현상이나 본질을 언어로 탐구한다면 수학은 탐구 도구가 숫자라는 것. 수나 숫자의 개념은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일반인은 정수의 세계에서 산다. 1 다음에 2는 몹시 임의적 정의다. 1과 2 사이에는 실은 무수한 무리수들이 존재하는데 우리는 그 무리수들은 무시하고 1 다음에 2라는 질서체계를 사용하길 약속한다. 이건 일반인의 이야기고. 수학 교육이 실은 사람들한테 수학을 멀리하게 만든다. 과거에 공식 위주의 교육이었다면 현재는 언어로 수학을 설명한다고 한다. 언어가 만들어내는 복잡한 개념에 사람들이 진저리를 치고 수학과 점점 이별을 한다.
수학자들은 어떨까? 수학자의 미의 개념과 미학자나 예술가의 미의 개념이 다르다. 수학자가 어떤 조각작품을 볼 때 점, 선, 면등으로 이루어진 다각형과 곡선의 패턴을 인식한다고 한다. 그 패턴이 질서정연할 때 수학자는 그 조각품을 아름답다고 말한단다. 수학자들은 우리가 사용하는 질서 밖의 세계를 탐구하는 이들이다. 수학자들이 하는 일은 수학사 2000년이란 긴 시간동안 제시된 문제들에 대한 접근방법을 찾아내고 그 접근법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증명하는 사람들이다. 즉 살아가는 원리와 마찬가지다. 인생에 장애와 문제는 원래 있기 마련이고 문제에 대한 대처법을 찾아내서 적용해보고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는 일을,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 한다.
이 다큐는 수학의 필요성을 슬며시 제시하는데 필요성에는 완전 동의하지만 수학적 접근법을 제시하는 건 다큐감독이 할 일이 아니라 수학자의 몫이리라.
2. <ID: 시카고걸>, <홈스는 불타고 있다>
두 편 모두 시리아 내전에 관한 다큐이다. 솔직히 시리아 내전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집트, 튀니지에서 SNS로 독재정권이 퇴진한다는 이야기는 기억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CNN을 틀면 이방인이 보기에 중동지방 소식은 대동소이하다. 이렇게 말하는 걸 들으면 시리아 반군에 참여하고 있는 젊은이들은 절망할 것이다. 이 젊은이들이 간절히 원하는 게 국제사회의 관심과 개입인데.....
화면 속에 비친 홈스란 도시는 한때 건물이었던 형상만 남은 잔해들로 가득하다. 건물들이 폭격에 종이조각처럼 구겨지고 주저앉아 있다. 그나마 멀쩡한 형태의 벽면을 지닌 곳도 숨어서 총을 쏘기 위해서 잘라지고 구멍을 파냈다. 철저하게 고립된 도시를 정부군이 매복을 해서 틈만나면 반군을 저격하고 있다. 반군은 정부군한테 무기를 훔치고 힘겹게 외부지원을 받으며 버티고 있다. 이들은 뭘 하던 사람이었나? 평범한 학생이었고,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반군지도자는 아시아 축구계에서 유망한 골키퍼였다. 처음 시위는 축제처럼 광장에서 북소리에 맞춰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독재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무차별 포격으로 비무장한 시민을 학살했다. 광장에 모였던 이들은 노래와 춤을 거두고 무기를 들었다. 평화시위가 무력앞에서 무기력하게 되자 평화적 수단으로 자유를 얻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나는 이 말에 코끝이 찡해지면서 무슨 말인지 너무도 잘 알겠다. 현재 한국에서도 평화적 외침이나 시위는 무기력할 뿐이니...
<ID: 시카고걸>은 시카고에 사는 대학 신입생이 SNS를 통해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이야기다. 산발적 소규모의 시위를 큰 하나의 시위로 묶는 일을 하고, 현장 동영상을 유투브나 CNN에 노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집트나 튀니지가 단시간에 정권이 퇴진했는데 시리아는 벌써 3년 째라고 한다. 물론 희생자도 많을 수 밖에 없다. 시카고걸 역시 무기력함을 느끼고 비밀반군에 참여할 걸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무기력함을 느끼는 나라의 국민의 마음을 절절히 공감하게 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