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Art and Life (Paperback)
존 러스킨 지음 / Penguin / 200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존 러스킨 책 번역본들로 나와 있는 건 너무 지엽적인 것만 돼 있다. 원서를 검색하다가 제목을 보고 주문할 수 밖에 없다. 다른 책이 해외주문인데 이 책은 국내에 이미 들어와 있는 책인지라 더더욱 주문할 수 밖에 없는 구조. 막상 읽어보니 내용은 좀 뜻밖이도 하다. 두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고딕의 본질The Nature of Gothic과 나머지 하나는 철의 작품 "The Work of Iron.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책을 주문할 때 대체로 목차를 안 보는 걸 깨달았다. 주로 제목만으로 주문을 하는 내 경향을 파악함. 앞으로는 목차도 훑어볼 것.고딕건축 및 고딕예술에 관한 글이라는 걸 알았을 때, 왜 제목에 라이프가 들어가나 분노했으나 책장을 넘기면서 분노는 잦아들고 밑줄 긋는 자세로 바뀌었다. 내가 아는 고딕이란 기독교 문화 절정기에 사치스러운 건축물이라는 단편이다. 러스킨이 제시한 고딕의 특징은 고딕의 기원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러스킨이 주장하는 고딕의 특징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Savageness

2. Changefulness

3. Naturalism

4. Grotesqueness

5. Rigidity

6. Redundance

 

고딕의 원시성 내지는 야만성이라니. 원래 고딕이란 단어는 북유럽의 고트족이 풍기는 야만적 특징을 지칭하는 비난조의 용어라고 한다. 남동유럽의 건죽과 대조적으로 견고함과 조잡함rudeness을 보여주는 말이라고 한다. 어찌보면 고딕을 당연시 받아들이고 그 기원에 대해 의문조차 갖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고딕의 기원은 알려진 바대로 위대하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 거침 혹은 무례함을 설명하는 러스킨의 시각도 무지 흥미롭다. 러스킨은 거침을 자연주의와 연결시킨다. 그리스인들이 예술에서 완벽을 추구하고 이집트인들이 완벽하진 않지만 "평균"에 도달하는 장인정신을 추구한 반면에 고딕은 "Do what you can, and confess frankly what you are unable to do; netiher let your confession silenced for fear of shame. And it os perhaps, the principal admirableness of the Gothic of the labour of inferior mind; and out of fragments full of imperfection, and betraying that imperfection in every touch, indulgently raise up a stately and unaccusable whole."(12쪽)

 

즉 고딕은 더 높은 것에 대한 완벽보다는 더 낮은 본성의 완벽함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리스 예술이 허용하지 않고 이집트인들이 간과한 점을, 고딕이 성취한 셈이다. 변화의 특징에 대해 러스킨은 고딕을 넘어 일상성으로 시선을 확장한다. 변화란 일상의 단순함을 인식하지 못하면 일어날 수 없는 일다. 우리가 변화란 단어의 의미를 매우 편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변화 혹은 변화 가능성은 일상성에서 파생한다. 러스킨이 구름을 예로 든 대목이 있다. "wether the clouds be bright or dark, there will be transfiguration behind and within them."(15쪽)

 

이 대목에서 왜 이 책 제목이 삶에 관하여, 로 정해졌는지 알게되었다. 예술은 언제나 변화를 주어야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우리가 변화란 단어에서 기대하는 정도는 무지 큰데 러스킨이 주목하는 변화는 그야말로 주목해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일 수 있다. 변화가 너무 자주 반복되면 변화가 주는 기쁨은 곧 단조로움으로 변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변화의 미묘한 정도나 강도에 주의를 기울이면 기쁨은 나의 몫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삶의 원리가 아닌가!

 

덧. 두번 째 꼭지는 철의 산화과정 예찬이라고 해도 될 듯한 글. 시각은 새롭지만 수긍하기에는 갸우뚱하게 만드는 예찬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