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의 공동체 - 신형철 산문 2006~2009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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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성일 씨가, 이 세상에서 제일 읽기 힘든 글이 안 본 영화에 대한 글이라고 했다. 나는 여기에 하나 더해서 안 읽은 책에 관한 글도 포함시키겠다. 이런 편견으로 신형철 씨의 글을 멀리 해 오다 산문집이란 말에 들춰봤다. 이 글은 독자가 안 읽은 시, 안 읽은 책에 관해 쓰고 있다는 걸 전제로 했던 것 같다. 이미 신문이나 여러 지면에 실렸던 글들 모음이기도 하기에. 비평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안 본 책이나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나아가 그 책을 찾아 읽고 영화를 보러 극장으로 향하게, 행동을 부추기는 이가 비평가라고, 생각한다. 이 에세이는 바로 비평가의 의무를 다하는 글모음이다. 이 책의 첫부분이 시에 관한 글들이다. 상상력 부족으로 시를 전혀 안 읽는데 글을 읽고 있노라면 나도 좀 시를 좀 읽어봐야 겠다,는 기특한 생각이 찾아온다. 행간을 읽어내는 저자의 탁월한 시선 덕분이다.

 

2.

책머리에 제목에 관한 변이 실려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본문 전에 있는 그저 문장이었다. 책을 읽은 후에는 책머리에 쓰인 말이 느낌표가 되었다. 종종 혼자 남겨진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감정이나 정서를 말로 풀어냈을 때 말은 무기력하게 된다. 말은 순간적이고 정서를 공유하기에는 너무 찰나적이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르셀이 마들렌느 과자를 커피에 담그면서 과거에 체험했던 특별한 정서로 회귀하는 걸 말로 할 때, 말은 덧없고 무기력하다. 글은 어느 날 행간에서 마르셀이 찾아낸 기억 속으로 시간 이동을 하는 게 뭔지 알 기회를 준다. 유레카 순간에 밑줄을 긋고 언제가 다시 읽어 보겠다는 다짐으로 노트에 옮겨 적는다. 이 때 글은 위안이 되고 작가가 남겨둔 공감의 여지에 교집합을 만들게 된다. 바로 이런 맛 때문에 독자는 책을 읽고 작가는 책을 쓴다는 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모호한 존재와 정서를 공유하는 흔하지 않는 순간을 위해서.

 

3.

또 하나는 반성. 나는 내가 끼적인 글을 다시 고치지 않고 바로 등록하기 버튼을 눌러버린다. 전업 작가도 아니고 개인적 글이란 생각에 맞춤법 좀 틀리면 어떤가, 하는 게으름이 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맞춤법만 틀리는 게 아니라 다음 날 읽으면 비문도 많고 주어와 동사의 불일치도 빈번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도 '교정'이란 걸 좀 하기로 마음먹었다. 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좀 갖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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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0 23: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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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1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