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영화니 오락영화 관점에서 바라보자. 기시감이 심하게 들고 시나리오 짜임새가 헐겁지만 한국 오락영화로서 꽤 괜찮다. 최근 한국 오락영화는 일정 수준은 유지하는 거 같다. 이 영화는 결함이 분명히 있지만 미덕도 많다. 미덕을 좀 끄적여야지.
1. 먼저 액션씬. 액션 장면이 많이 등장하지만 감동적이진 않다. 편집 기술로 인물들의 주먹다짐을 좀 흘리게 표현해서 속도감은 있지만 섬세함이 없다. 아마도 속도감이 주는 긴장감을 택한듯한데 나는 이런 편집법이 덜 지루했다. 주먹다짐은 한 시간 가량 분량을 차지할 거 같은데 다른 영화들보다 덜 지루하게 느꼈는데 아마도 속도감 덕분인 거 같다.
가장 독창적이었던 씬은 조은지가 류승룡을 차로 추적하는 씬이었다. 양화대교에서 벌어졌고 차량 흐름은 보통 뉴스보도 만큼 평이했다. 이 평이한 장면에서 카메라의 위치 선점으로 이 장면은 영화 통털어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는다. 카메라의 위치가 사람이 도로를 주시하는 눈높이가 아니라 범퍼나 범퍼 아래 높이였다. 그 효과는 평범한 양화대교 차량 흐름에서 도로의 아스팔트가 광각으로 스크린을 차지한다. 이동하는 속도와 광각의 효과로 시야는 좁아지지만 아스팔트의 질감은 선명하게 휙휙 들어와 눈을 지배한다. 한 대상이 좁은 각도로 시각을 지배할 때 파생되는 공포심을 잘 이용했다. 다만 이 장면이 좀 짧아 아쉽다.
2. 배우들이 차린 성찬. 포스터에 보이는 류승룡 때문에 보러 갔지만 누가 나오는지 몰랐다. 류승룡은 선이 굵어 손해 보는 면이 있을 거 같다. 이 영화에서 마지막 부분에서 눈에 핏발 설 정도로 눈빛 연기를 쏟아내지만 다른 배우들에 비하면 변신라고 하기에는 당연한 구석이 있다. 인상적인 거 단단한 근육질의 몸. 저 나이에도 몸을 저렇게 만들다니 그 인고의 시간을 가늠하면서 애도를..;;; 오히려 인상적인 배우는 유준상, 김성령이다. 유준상은 유약하고 뺀질거리는 이미지(내 고정관념-_-)를 완전히 버리고 야비한 또라이 역할을 하는데 아주 신선하다. 배우들은 정말이지 타고나는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김성령. 살짝 어설프기도 한 면이 있지만 기존의 캐릭터처럼 날카롭지만 또 한편으로는 완전히 다른 터프한 강력계 형사반장으로 나온다. 여리여리한 몸으로 류승룡과 맞장 뜰 때 상당히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그 아우라만은 인정해주고 싶다. 그리고 조은지. 이 양반은 <런닝맨>에서도 형사역이었는데 여기서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개성강한 외모로 감초처럼 잘 등장하는데 흥행으면 좋겠다. 그리고 조여정. 아주 예쁘장하게 생겼는데 표정이 없는 축에 속한다고 평소에 생각해왔다. <표적>에서 배우로서의 가능성이 보인다. 표정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보여준다.
3. 내용면에서는 시의성. 줄거리는 시의성을 띄고 공감 백퍼센트다. 광역수사대 책임자가 돈을 위해 청부살인을 하는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다. 우리가 요즘 매일 접하는 기사와 싱크로율 백퍼센트. 영화와 현실의 간극은 분명히 존재한다. 영화에서는 정의가 승리한다. 현실에서는 부정부패를 다 들추어내는 거 까지는 영화처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의가 승리할 수 없다. 영화에서 구현하는 권선징악은 전적으로 개인한테 의존한다. 허구에서는 수퍼맨 같은 영웅이 존재한다. 현실에서는 어떤가. 개인은 무력하고 개인들이 연대해도 무력감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인식하고 한탄으로 끝이 난다. 영화에서는 인식하고 행동하고 개혁으로 이른다. 영화와 현실의 공통점이라면, 시스템은 부패를 척결할 수 없다는 것. 요즘 매일 보도되는 관료주의와 공권력의 유착이 빚어내는 부조리를 보면 현실은 영화 보다 더욱 더 스펙터클하고 영화같다. 현실이 영화고 영화가 현실이 되는 슬픈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