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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ically Speaking: A Deeper Look at Creating Stronger Images (Paperback) - A Deeper Look at Creating Better Images
Duchemin, David / Pearson P T R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사진은 우리한테 어떤 의미일까. 존 버거가 지적했듯이, 실제와 사진을 우리는 동일시 하지 않는다. 늘 사진이 못 나왔다고 말한다. 이 말 속에는 사진은 우리가 거울에 비추어 보는 실제 상보다 더 낫기를 바라는 욕망이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사진은 언어만큼 친숙한 매체이다. 모두 한 대 이상의 카메라를 소유하고 있지만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디지털 카메라를 잘 다루는 사람은 얼마 없어 보인다. 이 책에 관심있는 사람은 디지털 카메라가 구현할 수 있는 이미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몹시 회의적 태도를 취했다.
나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세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디지털 이미지가 뽐내는 사진술에는 고개를 돌리게 된다. 하지만 나 역시 카메라 소유자인지라 피사체를 담아내는 고유한 방식에는 몹시 흥미를 가지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큰 배움은, 질감texture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프레임을 구성하는 구도와 빛을 나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빛은 변덕스럽다. 빛의 양이나 고도는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질감을 눈여겨 봤다. 사진 찍을 때 질감은 거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빛이 없는 날에는 아예 셔터를 누르기를 포기하곤 했는데 원하는 빛이 없을 때, 바로 질감에 신경쓴다면 빛이 있는 날 만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 같다.
그리고 프레임 구성. 혹시 누군가 내게 프레임 구성에 대해 묻는다면, 이 책을 덮고 고전 회화를 보거나 존 버거의 <본다는 것의 의미>, 존 러스킨의 <드로잉>을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사진을 회화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저자가 직관으로 셔터를 누르는 일은 게으른 거라고 말한다. 돌이켜보면 내가 셔터를 누르고 있을 때는, 사실 직관적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물론 나는 사진 작가도 아닐 뿐더러 사진을 잘 찍는다고 인증받은 적도 없다. 다만 아름다운 순간을 손 안에 든 카메라에 담는데 관심이 있을 뿐이다. 셔터를 누르는 행위에는 각자의 목적과 동기가 존재하겠지만 요즘처럼 카메라가 흔한 시대에 꼭 특별한 목적과 동기가 없을 수도 있다. 이 책은 심도와 셔터 스피드 등 DSR 사용자라면 눈여겨 볼 챕터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의 대명사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떠올리면 심도와 셔터 스피드가 중요한 지 잘 모르겠다. 사진은 기다림과 인내의 결과물이고 무엇보다 카메라 소지자가 바라보는 시선의 결과물이다.
이 책에는 시각 언어라는 제목 아래 여러 요소를 나열하고 있지만 카메라 주인의 시선에 따라 영혼 없는 사진이 될 수도 있고 울림을 줄 수 있는 사진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시선은 어디에서 나오나? 관찰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존 러스킨의 <드로잉>은 관찰이란 무엇인가를 안내하는 책이다. 사진은 창조적이면서도 창조가 아니다. 기존의 사물과 사물들의 배치에서 의미를 찾아 프레임 안에 담아내는 일이다. 사진작가들은 내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에 돌을 던지겠지만 나는 일반인이다. 그리고 두쉬민의 책은 사진 전문가보다는 일반인을 위한 책이다. 두쉬민의 책을 열 권 읽는 것보다 존 버거나 존 러스킨의 책을 한 권 읽는 게, 일반인이 사진을 찍는데 훨씬 더 도움이 될 거 같다고 하면, 두쉬민, 이 양반 기운 빠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