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자동차 페어에 참가하기 위해서 알트라란 자동차 회사가 캠핑카를 전시하기 위해 직원들이 파리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동안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다. 도로에서 차들로 꽉 막힌 아무 것도 아닌 풍경을,  섬세한 시선으로 경쾌하게 담아낸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자신만의 공간을 할애받는다. 코를 후비든 하품을 하든 담배를 피우든 그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는 자유를 얻는다. 혼자만의 공간에 있다보면 타인에 대한 배려심은 줄어든다. 보행자가 서로 부딪치면 미안합니다,를 말하기로 되어있다. 앞차와 뒷차가 부딪치면 운전자들은 소리부터 지르거나 자신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시끄러운 경적으로 불쾌하다는 의사를 표현한다. 자동차로 자유를 얻지만 이웃과의 연대감을 잃는다.

 

중간에 검문에 걸려 경찰서에서 캠핑카의 존재에 대해 해명하는 에피소드가 꽤 길게 이어진다. 캠핑카의 기능을 하나하나 경찰한테 설명하는 과정을 보다보면 사람은 왜 캠핑을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다. 알트라 회사가 만든 캠핑카는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사소한 기능까지 조그만 차 안에 설치했다. 며칠 쯤, 텔레비전, 전기 면도기, 커피머신, 뜨거운 샤워 없이 사는 자잘한 불편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알트라 캠핑카는 말한다. 그럼 왜 캠핑을 가나. 그냥 호텔에서 자거나 집에 있지. 캠핑에서 필요한 건 이런 전자기기들이 아니라 전자기기들과 거리를 두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알트라 캠핑카를 실은 차가 암스테르담에 도착하기 전에 고장이 난다. 차를 고치기 위해 네덜란드의 한 시골에서 윌로씨 일행이 머문다. 차가 없는 짧은 시간동안 낯선 이들간에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잠자리를 제공하고 제공받고 식사를 함께 하고 이야기를 한다. 차를 잊어버린 순간 사람들이 서로한테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이건 지나간 과거에 대한 향수일 뿐. 알트라 캠핑카를 실은 차는 마침내 자동차 페어에 도착한다. 박람회가 끝난 후에 도착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의 관심은 폭발적이고 다시 도로는 주차장처럼 꽉 막힌 차들로 가득하다. 각자 작은 공간에 앉아 운전자들은 고독한 자유를 즐기면서 오도가도 못한 채 앉아 있다. 보행자는 우산을 들고 불평없이 막힌 차들 사이로 곡예를 하며 길을 건넌다. 편리함은 인간의 인내심을 빼앗아 버리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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