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월 매주 화요일, 아트나인에서 자크 타티 영화를 상영한다. 행복하다. 한 십 여 년 만에 다시 보는데 청정한 웃음을 유발하는 영화다. 구리지 않고 슬랩스틱하면서도 억지스럽지 않은 웃음을 짓게 한다. 바로 이런 점이 윌로씨의 힘이겠지. 영화사적으로도 중요한 영화다. 재밌기도 하고.

 

2. 말대로 영화는 윌로씨의 휴가 기간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휴가가 소재인 영화를 짧고 화려한 휴가 시스템을 지닌 한국인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프랑스 휴가 시스템을 이해하기 전에 나는 가장 신기했던 게 호텔 투숙객들이 세 끼를 모두 호텔에서 먹는 장면이었다. 식사가 준비되면 학교 수업종처럼 웨이터가 종을 친다. 종소리가 울리면 해변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호텔 입구를 향해 일시에 전진한다. 호텔 로비이자 식당은 투숙객들이 만들어가는 작은 세계다. 매일 아침부터 잠들때까지 해변과 호텔 실내에서 마주치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밥은 같이 먹고. 물론 다른 테이블에서지만. 아무튼 지금도 이런 장면은 여전히 신기하다.

 

3. 이 영화는 그러니까, 한달이나 휴가를 갈 수 있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휴가를 어찌 보내나, 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휴가를 온 사람들이 한 작은 마을 해변가에 있는 한 호텔에 모인다. 이름도 해변호텔Hotel de la Plage. 아침에 일어나 체조를 하거나 신문을 보거나 일광욕을 하거나 하는 모습이다. 끊임없이 프레임과는 별개로 아이들이 소리치며 노는 소리, 멀리서 일어나는 소리, 누군가 문을 열고 닫는 소리도 이미지만큼이나 이 영화의 중요한 요소다. 이미지가 소리와 결합하면서 휴가지의 들뜬 분위기가 완성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풍경이 단조로움을 피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윌로씨의 마임적 행동이다. 윌로는 사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트러블메이커다. 그가 있는 곳에서 자잘한 사건이 일어나고 웃음을 유발한다. 물론 함께 지내는 이들의 반응을 세세하게 담았다면 관객이 마냥 편하게 웃을 수만을 없었을 것이다. 한밤 중에 폭죽 창고에서 실수로 폭죽을 터트리는 소동을 벌이면 호텔방 창 불이 하나 둘 씩 켜지는 것으로 윌로씨와 휴가를 함께 하는 이들의 반응을 생략한다. 호텔방 창에 불이 하나 둘 씩 켜지면서 안에서 일어날 짜쯩을 상상하게 되기에 더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4. 또 하나, 감독의 다음 영화들에서 다루는 물질문명 비판의 전조가 <윌로씨의 휴가>에서도 보인다. 많은 에피소드들이 자동차를 중심으로 벌어진다. 휴가객들은 총성같은 소리를 내는 자동차를 몰고 나타난다. 마을에는 레저용으로 말들이 있다. 사람은 신문물에서 편리함과 옛것에서 향수와 휴식을 추구하는 양면성을 지녔다. 조용한 휴식을 위해서 소란함을 이용하는 비논리적 사고를 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우리가 휴가를 필요로 하는 마음과 휴가를 준비하고 떠나는 과정을 보면 합리적 휴가란 영원히 있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자동차는 윌로씨의 휴가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