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즈 미켈슨, 이 분 <더 헌트>에서 아주 진지하고 강직한 인물을 연기했는데 여기서도 비슷한 이미지다. 메가박스에서는 상영 전에 <한니발>시리즈물 광고가 나온다. 이 분이 한니발 렉터로 나오던데 이 분 때문에 보고 싶다. 역할이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외모도 강직하게 생기셨다. 프랑스 영화라 이 분이 불어를 하시는데 아주 낯설었다. 발음은 그닥 좋지 않은데 목소리와 표정이 안 좋은 발음을 압도하는 위엄을 지니셨다.
2.
나는 평소에 어떤 물리적 폭력도 반대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 내 극단적 생각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부유한 상인인 미하엘 콜하스가 부당하게 자신의 재산을 귀족한테 빼앗겨서 재판을 청구하려했으나 기각당하고 청원하러 갔던 아내를 잃고 악덕 귀족과 전쟁을 벌이는 서민 대장이 된다. 그러나 현명한 공주가 나타나서 폭력을 종식시키고 미하엘의 소원대로 재판을 한다. 이게 두 시간 가량의 줄거리인데 강한 인상을 남긴 건 재판 결과다. 미하엘은 법이 집행할 수 없는 걸 무력으로 이루었다. 무력은 상대편 뿐 아니라 아군한테도 피를 요구하는 속성이 있다. 미하엘도 알고 있다. 공주가 대화를 하기를 원했을 때 무장해제하고 자신의 의도대로 재판을 하기를 원했다. 재판으로 부당하게 뺏긴 좋은 말 두 필을 찾고, 다른 이들의 희생도 보상을 받았다. 재산을 뺏은 귀족은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미하엘이 원하는 모든 게 이루어졌다. 이제 미하엘의 차례. 그는 사람들을 모아 사람을 죽이는 전쟁을 했다. 그는 교수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교수형을 미리 짐작하면서 진짜 그가 교수형을 받으려고 나무에 걸린 목줄로 올라갈 때 받는 배신감. 법은 그러니까, 공평하면서도 억울한 심리는 끝까지 어루만질 수 없는 허점을 지니고 있다. 법치주의의 맹점이지만 공공질서와 안녕을 위해서는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게 아닌가.
이 영화는 미하엘한테 감정이 이입될 수 밖에 없다. 재산과 아내를 잃은 그를 외면한 법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폭력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래서 미하엘이 교수형을 받으니까 분노같은 게 치민다. 그가 왜 폭력을 선택했는지, 법은 이해하지 않고 그가 폭력으로 저지른 결과만을 판단한다. 폭력을 피하려면 미하엘은 부당함을 참았어야했나. 이 영화를 보니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폭력은 나쁘다는 명제를, 나는 참으로 만들어 놓았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모든 폭력이 나쁜 건 아니다, 를 참으로 만들어야하는 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