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이 영화를 보면 영화 제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선댄스 영화제 펀딩으로 제작 되고 관객상과 심사위원상을 받은 영화다. 선댄스 영화제는 어떤 면에서 아주 미국적이라는 편견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ㅠㅠ 어떤 면인가 하면, 마틴 스콜세지가 미국이 아니라 독일에서 태어났다면, <어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를 다른 관점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영화를 통해 접하는 미국이란 나라의 정서는 매우 피상적이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사총사의 삶을 보고 뉴요커의 아침으로 베이글과 커피 한 잔을 먹어도 근사하게 보이게 하는 블링블링함이 존재한다. 실제로 매일 아침 베이글과 커피 한 잔을 마시면 하루가 우울한 게 아니라 삶 자체가 우울하다. 그러나 그곳이 뉴욕이라고 말하면 뉴요커가 아닌 이들의 눈에는 우울은 낭만으로 둔갑한다. 뉴욕, 아침, 베이글, 커피란 단어가 연상케하는 이미지가 미국 영화를 망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극단적 생각까지 들었다.

 

이 영화는 런닝타임 대부분을 오스카 그랜트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보낸다. 한 시간까지는 인물을 참 잘 설명하고 있다고 감탄했다. 오스카는 대마초 중개인이지만 생계를 위해서고 실제 성격은 다정다감하고 평범하다. 다정하고 현명한 엄마가 있고 사고쳐서 얻은 딸일 걸로 짐작되긴 하지만 총명한 딸한테는 자상한 아빠다. 즉 오스카는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인물이다. 오지랖도 넓다. 하지만 직장에 지각해서 해고당하기도 한다. 그는 마트 직원인데 지각으로 짤린다. 즉 오스카의 다정다감한 성격은 마트 근무에는 무용지물이다. 근무에 필요한 조건은 다정다감 같은 특성이 아니라 정시 출근이다. 노동자의 삶이 피곤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성격이 아니라 규격화된 인간이라는 걸 늘 보여줘야 하는 탓이다.

 

아무튼, 오스카의 성격은 충분히 묘사되고도 남았는데 영화는 계속 오스카의 성격만 묘사한다.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하고 한 시간 반이 지나서야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고 문제 제기를 하자마자 영화가 끝이 난다. 이 영화는 인종차별에 관한 시선을 담고 있고 감독이 의도한 게 인종차별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백인 경찰이 흑인을 대하는 데 왜 그런가에 대한 묘사가 전무하다. 그래서 보는 이한테 인종차별적 문제제기 보다는 총기 소지 문제점으로 보게 한다.물론 이 문제 제기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오스카와 친구들이 새해 첫날 카운트다운을 기념하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가 우발적 싸움에 이르고 백인 경찰은 과잉 대응을 한다. 그러나 백인 경찰이 과잉 대응에 이르는데 집중하지 못했다. 영화에서만 묘사된 과잉대응의 첫번째 원인은 감정 자극이다. 감정 자극은 인종간의 문제라기 보다는 개인 성향의 문제로 볼 수도 있다.

 

이 영화도 독립영화고 영화 언어를 꽤 잘 사용한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는 방법에서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워밍업이 너무 길다. 관객은 이미 지친 상태라 마지막 한 방을 보고도 덜 반응하게 된다.

 

2.

나는 미국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무의식 중에 미국적인 것을 은연 중에 경멸과 증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습관을 가졌다. 왜 그런가. 영화 탓이다. 개신교를 기반으로 하는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영웅을 꼽는다. 이야기의 중심이 영웅을 탄생시키 위한  것일 때가 많다.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한 인간상을 꼽으니 영웅이 아닌 사람을 묘사하는데는 서투른 면이 있다. 그래서 미국영화 하면 영웅이 떠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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