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독립영화에 애정을 가지고 싶은데 자꾸 외면하게 된다. 이 영화는 영문제목 <Jesus Hospital>이 더 어울린다. 독립영화들은 대체로 메시지도 있고 어떤 이슈를 제기하면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기능적 측면에서는 훌륭하다. 어떤 도구를 위해 영화를 이용하는데 좀 영리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나는 보는 편이다. 한 편의 영화가 한 편의 논문이나 식상한 뉴스보다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미지가 주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예시가 종종 있어왔다. 영화에서 카메라는 문학작품에서 문체와 같은 역할을 한다.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신중하게 그 문체를 이용하는 게 작가인데 이 영화는 의문이 든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영리하지 못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클로즈업과 핸드헬드를 이용해 뭘 얻고자했으며 관객한테 뭘 전달하고자 했을지, 과연 고민했을까? 물론 독립영화라 제작상의 여건을 헤아려보려고 하는데 카메라 워킹의 단조로움은 감독의 게으르고 닫힌 사고의 결과물은 아닌지 묻고 싶다.

 

한국독립영화하면 이제는 답답함부터 떠오르는 건 내 게으른 사고 탓도 있지만 독립영화 감독들의 구태의연함도 한 몫한다. 말은 쉽게 한다고 테러 당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 톤 자체가 왜 이렇게 극한 지점까지 몰아 붙이며 유머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는가. 나는 유머야 말로 독립영화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본다. 독립영화는 동시대를 사는 이들한테 강력한 한 방을 먹이는 힘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 한 방이 힘을 발휘하기 전에 극한 리얼리즘에 번번히 파묻힌다. 코미디여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힘을 빼고 유연할 필요가 있다. 장준환 감독의 <이매진>이 왜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지 좀 알았으면 좋겠다. 만들어진 지 십 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이 영화의 우의성과 창의성은 현재성을 지니고 있다. 뉴스나 신문에서 보는 사회적 사건들이 주는 피로감을 그대로 전달하는 일은 영화가 할 일이 아니라 기자들이 할 일이다. 그 피로감에 고개를 돌리는 독자와 시청자들한테 이건 외면할 일이 아니라 마주하고 생각해 볼 일이고 분노할 일이라고 사유하게 이끄는 게 영화 감독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피로감과 무기력에서 몸을 일으키고 두 눈을 크게 뜨고 필요하다면 두 주먹도 꽉 쥐게 하는 일.

 

이 영화는 혼수상태에 빠진 노모를 둘러싸고 안락사란 문제를 다룬다. 가족이란 테두리 안에서 안락사 여부를 두고 촘촘한 관계를 다뤘고 그 촘촘한 관계 뒤에는 사회적 모순까지도 희미하게 다루는 훌륭한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영화 촬영술과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무거운 톤 탓에 장점보다는 피로감이 먼저 찾아온다. 영화가 다룬 여러 가지 문제들에 분노하기 보다는 영화에 분노하게 되며 씁쓸해지니 내 탓인가, 감독들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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