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목이 왜 이렇게 요상한가 했더니 영어제목이다. 원제는 <아델의 삶-챕터 1과2>이다. 이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나는 이 영화를 아델의 성장기로 보고 싶다. 챕터 1에서 고교생 아델이 성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중에 엠마를 만나서 사랑한다. 그 사이 고등학생이었던 아델은 교사가 되고 엠마와의 첫사랑의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야기가 챕터 2에서 이어진다. 오프닝이 고등학교 교실에서 프랑스 문학 시간에 책을 학생들이 읽는 장면인데 교사가 되어 아델이 아이들한테 책을 읽히는 장면이 영화가 끝날 무렵에 등장한다.

 

줄거리를 쓰면 평범한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중요한 점은 아델한테 첫사랑은 엠마가 여자라는 점. 엠마는 미술학도이고 지적이며 야망까지 있다. 아델은 독서를 좋아하고 엠마 전시회 때 엠마 친구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좋아하는 꼬맹이들을 가르치는데서 행복을 찾는다. 두 사람이 만나 첫키스를 할때  타오르는 해까지도 가릴 정도로 격렬하다. 시작은 태양에 맞설 정도로 눈부시고 격렬했지만 이성 커플처럼 권태기로 접어든다.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 차이의 틈이 점점 커지고 서로 한눈 팔기로 접어든다. 왜 아델의 성장기인가 하면 두 연인의 관계는 끝까지 회복되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델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엠마의 전시회를 찾지만 관계 회복이란 있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파란 원피스를 입은 뒷모습이 롱쇼트로 비춰지며 영화가 끝난다. 마침내 아델을 카메라가 놔주고 아델은 카메라를 벗어나면서 첫사랑과 작별을 고하는 법을 배운다. 모두가 그러는 것처럼.

 

이 영화 밖에 있는 아델의 삶 챕터 3에서는 새로운 사랑을 할 거고 아델의 삶의 챕터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언젠가 커밍아웃을 하든 아웃팅을 당하든 또 다른 시련을 겪고 아델은 계속 살아갈 것이다. 잠시 눈물이 흘러 콧물과 뒤범벅 될테지만 다시 긴 머리를 쓸어서 안 흘러내리게 묶는 일상적 행동처럼 관계의 상처에 딱지도 생기고 굳은 살도 박혀서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2. 이 영화의 런닝타임도 3시간이다- 요즘 왜 이리 감독들은 영화를 길게 만드시는지. 하지만 완전히 몰입시킨다. 영화가 시작하면 제일 먼저 답답하다. 카메라는 아델의 클로즈업에만 관심이 있다. 카메라는 끝까지 아델의 얼굴에만 집중하고 카메라가 아델이 아닌 다른 피사체를 잡을 때는 아델이 보는 시점으로, 그것 역시 클로즈업으로만 잡아낸다. 게다가 핸드헬드다. 무슨 촬영을 이렇게 하나 투덜거리다가 영화 상영 한 시간쯤 후에는 완전히 아델의 심리에 말려든다. 내가 카메라고 아델이 된다. 카메라맨이 아니면 감독이 아델을 연기한 아델 에그자코풀로스를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다가 어느새 아델의 자연스러운 매력에 완전히 빠진다. 이 소녀가 대체 연기를 하고 있는걸까, 아니면 실제 모습일까 혼동이 일기 시작한다. 숱많은 엉킨 짙은 금발 머리칼을 아무렇게나 묶어 올리고 불안할 때면 초조하게 흔들리는 눈동자. 행복할 때 입술이 살짝 벌어지면서 머금는 미소, 그리고 엠마를 응시할 때 조차도 행복한 듯하면서 초조한 시선처리. 카메라가 클로즈업을 주로 사용하면서 아델의 섬세한 표정을 계속 보여주는 거에 적응하다보면 지속적인 핸드헬드 클로즈업 울렁증에서 어느새 벗어나있다. 이런 집요한 한 가지 촬영술은 위험한 모험이었을 텐데 이 영화는 승리한 것 같다. 엠마를 연기한 레아 세이두 역시 아델만큼 매력을 뿜어낸다. 아델과 달리 창백하고 쇼커트를 하고 한번씩 씨익하고 미소를 날리는데 아델과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게다가 카리스마까지.

 

3. 이 영화는 레즈비언 커플의 정사씬이 꽤 길고 자세히 묘사된다. 왠만한 베드씬은 영혼 없이 보는 편이라 지루한데 이 영화는, 충격적이었다. 깐느 영화제 상영 당시에도 논쟁이 가장 많았단다. 정사씬 촬영을 할 때 감독이 두 여배우를 강압적으로 대하고 촬영하는데 열흘이나 걸렸다고 한다. 보면서도 두 배우들 몹시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의 특이한 점 또 하나가 음악을 최소한 사용한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음악은 양날의 검이라고, 늘 생각한다. 지나치면 영화의 무게를 덜고 너무 없으면 건조하고. 정사씬에서 전혀 음악이 사용되지 않고 두 배우의 숨소리가 마치 사운드트랙처럼 사용된다. 신체 페티쉬도 극단적이라 비난해야하지만 비난하기 전에 시각적으로 아름답다. ㅠㅠ인체비율을 중요시하는 그리스 조각들처럼 두 여배우의 나체가 묘사된다.ㅠ

 

4.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은 식사 장면이다. 식사 장면 역시 클로즈업인데 스파게티티를 끊어 먹거나 쭉 흡입하는 장면이 인물을 바꿔가며 반복해서 나온다. 소스가 인물들의 입술에 묻고 면이 입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성적이면서도 이상하게 불안한 파티의 소란스러움을 전해준다. 보통 파티 장면을 묘사할 때 음악이라든지 전체 분위기를 보여주기 마련인데 감독은 특이하게 스파게티 면 흡입 장면으로 파티의 시끌벌적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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