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에 돌란의 데뷔작 <하트비트>를 아주 재미나게 봐서 자비에 돌란 영화라기에 봤는데 분노 게이지 급상승했다. 런닝 타임을 확인 안 한 내 잘못이기도 한데 168분이나 된다. 두 시간이 넘어도 영화가 끝날 생각을 안해서 언제 끝나나만 줄기차게 생각했다. 이 말은 영화의 흡입력이 약하다는 말도 되겠다.
간략히 요약하자면, 결혼 비슷한 생활을 잘 해 오던 서른 다섯 살의 남자가 갑자기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면서 사랑하는 여인과 이별 재회 이별, 재회를 반복하는 이야기다. 이 영화의 가장 커다란 미덕은 성소수자를 다루는 영화가 흔히 범하는 사랑의 삼각형이나 이성애에서 보여주는 주도권을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이커플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들이 주로 두 사람 간의 밀당 주도권을 다루면서 소재가 주는 문제의식과 달리 내용은 관습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이 영화는 적어도 그렇지 않다. 이 영화는 평범한 삶을 살았던 남자가 어느 날, 성 전환을 했을 때 부딪치게 되는 주변 상황을 다룬다. 여자가 되기 전에 사랑했던 여자를 여자가 된 후에도 계속 사랑한다. 이 말은 성소수자가 원하는 게 육체적 인것을 초월한 것이고 사랑의 본질이 육체가 아니라 그 사람이 지닌 태도와 존재 그 자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의도나 메시지는 참신하고 좋은 데 지루하다는 게 함정.
내가 왜 지루하게 봤나 했더니 여주인공이 너무 비호감이다.-.-; 여주인공이 중요한 축인데 한때 남자였던 여자를 사랑하지만 여주인공은 남자를 필요로하는 여자다. 그래서 다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하지만 여전히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을 사랑한다. 두 사람의 사랑은 중요한 이야기의 축인데 정서적 교감 묘사가 부족하고 주로 성적인 부분에 맞춰져 있어서 이들이 수 년이 흐른 후에도 서로 만나 사랑하는 게 어색하게 와 닿는다. 두 사람이 재회할 때 구체적 에피소드들이 감독의 의도와는 다르게 육체적 관계에 한정되는 단점이 있다.
또 지루한 이유는 영화 스타일이다. 사실 두 시간으로 만들면 좋을 영화인데 전반부에 너무 늘어지고 후반부에 뒤늦은 갈등을 늘어놔서 갈등 수습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소모한다. 갈등을 늘어놨으니 수습은 당연한데 그게 타이밍이 안 맞는다.
그리고 내 편견 탓도 지루한 데 한 몫한다. 감독은 캐나다 출신이다. 캐나다 영화를 많이 보진 않았지만 볼 때마다 뭔가 정서적으로 이질감이 느껴진다. 어떤 사람이 친근하게 대해서 나도 친해져볼까 마음먹었는데 그 사람이 갑자기 데면데면하게 구는 거 같다고 할까. 뭔가 깊이있는 내용을 다루면서도 사람의 마음 깊은 곳까지는 어루만지는데 2% 부족한 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