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ve Affairs of Nathaniel P. (Hardcover)
Adelle Waldman / Henry Holt & Co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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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꽃누나>를 봤다. 배려심 돋는 김희애가 하루 종일 일행과 떨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회였다. 당연히 컨셉이었겠지만 폭풍공감으로 몰입도 200%였다. 나만 혼자 있을 때는 외롭다가도 무리지어 있다보면 지치고 혼자 있는 시간을 그리워하게 되는 게 아니라는 위안 비슷한 걸 얻게 된다. 특별히 모나지 않고 그룹 속에 있을 때 그룹 구성원들과 잘 지내도 한편으로 채울 수 없거나 신경을 건드리는 그 무언가를 참아내고 있게 되는 걸 발견하게 된다. 너무 미묘해서 말하면 하찮고 속 좁아 보이기에 말 안하고 넘어가지만 그런 먼지같은 느낌들이 쌓여서 어느 순간에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사람을 멀리하게 되는 심리. 이런 심리를 다루는 소설이다.

 

한국 소설이라면 읽다 말았을 확률이 높게 짜증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소심하고 때로 찌질한 먹물인 네이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데 미덕도 많이 존재한다. 네이트의 연애담을 통해 관계에 대한 성찰이다. 연애담이기지는 하지만 연애담하면 연상되는 통념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다. 네이트는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서 하버드에 들어가서 상류층 친구들을 사귄다. 같은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면 편안하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속하지 못한 계층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부인할 수 없다. 상류층 출신의 친구들이 보여주는 속물근성을 내심 비웃으면서도 그 속물근성이 중산층이 흉내 낼 수 없는 급이 있다는 걸 잘 묘사한다.

 

이 소설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도 남녀 관계를 묘사하지만 남녀 관계를 초월한 어떤 계급적, 혹은 인간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열등감과 동경이 얽혀 빚어내는 반응을 관찰하고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네이트는 프리랜서 작가로 일정한 직업적 성공이 불투명한 상태고 수입과 지출을 계산하는, 친구들과는 다른 처지로 이성을 볼 때 지적 욕구를 더 중요시 했었던 것처럼 보인다. 네이트 역시 이성한테 어필하는 부분이 그의 지적인 부분이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상은 이상일 뿐이다. 네이트가 감정적으로, 지적으로 좋아하는 한나와 한나와는 전혀 다른 부류에 속하는 그리어의 대비는 흥미롭다. 한나와의 관계에서는 네이트가 자신감을 갖지 못했다. 한나는 주체적이고 무언가를 결정할 때 네이트의 도움이 필요없는 독립적이며 명석했다. 한나의 장점이 네이트를 주춤하게 했고 둘 사이에 이상 기류를 형성하게 한다. 가령, 뜨거운 밤을 보낸 후 다음 날 한나가 네이트한테 아침을 차려주고 싶어하는데 네이트는 의아해 한다. 한나처럼 자립적 여성이 아침식사로 베이글이 좋은 지 계란 요리가 좋은 지 묻는 건 네이트한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고 한나한테 너 먹고 싶은 걸로 하라고, 하는데서 한나가 분노한다. 하지만 지적 생물체라는 게 이런 시시한 일에 화내는 걸 수치스러워하기에 분노를 숨기고 씩씩대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작은 균열이 점점 커지면서 큰 구멍으로 발전한다.

 

흥미로운 건 네이트한테 안정감을 주는 여성상이다. 그리어인데 그녀는 한나와 달리 육체적으로 육감적인 편이고 지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자신만의 생각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그리어가 우리가 생각하는 여자, 하면 보통 떠오르는 이미지이다. 문학에 대해 이야기 하기 보다는 요리할 때 나는 냄새라든가, 자신의 감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네이트의 친구들 모임에 갔다오면 그리어는 늘 불쾌하다고 했는데, 몇 분은 그리어의 이야기를 재밌게 들어주다 다시 그 지적인 토론하는 일상적 태도로 돌아가서 그리어가 소외되는 느낌을 받곤했다. 한밤 중에 기분이 안 좋다면 네이트를 필요로 한다는 지 , 네이트를 위해 요리하는 걸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그리어. 네이트는 편안함을 느끼고 수 명의 여자친구들을 거쳐 네이트의 기질과는 다른 그리어한테 안착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네이트의 입장은 외로운 것보다 고정적으로 만나는 여자친구가 있는 게 더 낫고,  더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맞는 말일 수 있지만 어쩐지 네이트 혹은 네이트로 대표되는 남자의 이성관에 여성 작가가 체념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똑똑한 여자는 분명히 매력적이고 사랑받을 만하지만 곁에 두기에는 부담스럽다, 뭐 이런 작가의 세계관이 투영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작가가 콜럼비아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고 프리랜서란다. 여자 작가가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남자가 바라보는 이성관, 그리고 남자의 심리를 묘사했는데 나는 작가가 혹은 작가 주변에서 느꼈을 남자 친구에 대한 심리가 느껴진다. 궁극적으로 남자가 여자에 대해 갖는 이상이나 환상은 자신을 돋보이게 해 줄 수 있는 짝이 아닌가, 하는 부정적 생각이. 네이트는 마초적 성향이 전혀 아니고 오히려 초식성에 가까운데도 그러는 거 보면 Y염색체의 비밀은 유전의 법칙이 우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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