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지나치게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기사를 한 때 본 적이 있지만 그 이후로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잊고 지냈다. 이 다큐를 보면서 여러 가지가 떠올랐다. 제목처럼 구글이 종이책을 전자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여러 가지 일들을 다룬다. 문제점으로 제기 되는 점이 개인의 사생활 침해, 저작권 침해, 구글의 독점이다. 사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전세계 도서관 책을 구글검색으로 볼 수 있다는데 좋은 거 아닌가, 하게 된다. 과거 논문이나 자료를 복사하기 위해 국립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 직접 가야했는데 지금은 일정 사용료만 지불하면 PDF파일로 받아서 읽을 수 있으니 시간도 절약되고 편리한 게 사실이다. 모든 일에는 장점만 있는 게 아니라 부수적으로 단점이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가령, 안경이 불편해서 콘택트렌즈를 사용해서 편하지만 눈이 점점 건조해져서 나중에는 눈동자에 렌즈가 붙어서 안 떨어지는 일도 감수해야한다. 눈 나쁜 사람한톄 안경인지, 콘택트렌즈인지, 라섹 수술인지 선택의 가능성이 있는데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몇 개의 대안 중 최선이라고 여겨지는 선택을 각 개인이 하는 것이다.
구글지도가 도로 설정을 보여주면서 본의 아니게 자동차 번호판이라든가, 집의 번지를 노출시키는데 악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나는 희박하다고 본다. 너무 안이한 생각인가? 그렇게 따지면 멤버십 카드에 대해서도 걱정해야한다. 멤버십 카드는 loyalty card다. 즉 내 정보를 마케팅에 이용해도 동의하고 그 회사 제품만 사겠다는 충성을 바치겠다는 카드다. 그리고는 눈곱만큼한 캐시백이나 포인트를 적립받는다. 그것도 운영사의 입장에 따라 소멸 되기도하고 얼마 이상을 모아야 쓸 수 있는, 아주 제한이 많다.그런데도 우리는 기꺼이 자기 정보를 팔아 적립금을 받는다. 물론 구글과 멤버십 카드는 다른 점이 있다. 구글은 동의를 구하지 않는 거고 멤버십 카드는 내 동의하에서 이루어진다. 알면 괜찮고 모르면 안 된다는 걸로 비약할 수도 있겠다.
구글은 무료 검색엔진을 운영하지만 이익집단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사람들이 검색어를 더 세부적으로 입력할 수록 구글의 가치는 높아진다. 책은 지적재산권이 걸려있지만 구글은 각 도서관이나 단체랑 비밀리에 계약을 맺고 헐값에 전자도서 스캔을 한다. 전세계 자료를 구글이란 매체를 통해 하나로 열람하는 기능에 관심있어 보이지만 가장 커다란 위험은, 구글이 지식을 독점할 수 있다는 것. 만약 그렇게 된다면 구글이 부르는 값을 주고 자료를 사거나 열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걸, 전문가들이 걱정한다. 구글은 아직까지 그런 생각까지 실제로 나아가지 않을 수 있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럼 이 위험을 누가 가장 크게 감지하는가? 바로 같은 데이터를 구축하려는 아마존같은 회사다. 이 말은 구글이 안 하면 아마존같은 회사가 할 것이다. 아마존도 같은 목적을 지니고 있기에 구글이 무시하고 있는 저작권을 보호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구글에 전쟁 선포를 한 프랑스와 독일이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장은 구글 검색 자료가 주로 영어로 되는 것에 주목한다. 구글링으로 알 수 있는 것 주로 영어자료일 수 밖에 없는데 접근 자료에 대한 언어는 사람의 의식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문제기도 하다. 당연히 도서관장은 불어 자료를 위해 대통령의 지원을 얻었다고 한다. 즉 프랑스가 구글에 대항하는 궁극의 이유는 헤게모니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언어는 지식과 문화 뿐 아니라 생활 습관까지도 지배하는 중요한 도구라는 걸, 과거 식민지를 거느렸던 나라들은 잘 알고 있다. 구글링으로 기사를 검색할 경우, 특히 과월호 잡지에 실린 글들은 당연히 영어고 영어권의 담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저작권 침해도 그렇다. 저작권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사람한테는 저작권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저자들은 이미 저작권법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평생 책 한 권 달랑 내고 게다가 절판되어 아무도 찾지 않는 책이 있다고 치자. 그러다가 구글링으로 조회수가 올라가서 구글이 그 사용권을 독점하게 되면 구글은 저자한테 다시 저작권을 돌려줘야하나? 유투브에서 결제를 하고 싸이 뮤직비디오를 봐야한다면 싸이가 세계투어를 할 수 있었을까? 돌맞을 소리인지도 모르겠지만 죽어가는 작품이 다시 살아나는 건 어떤 계기가 있어야한다. 바흐의 작품이 잊혀졌다가 한 푸줏간 주인이 바흐의 악보로 고기를 쌌고 손님이 그걸 알아봐서 악보가 발굴되었다. 일단 노출되지 않으면 저작권이 무슨 의미가 있나. 몬세라트 수도원 도서관장은 수도원 자료를 구글에 무료로 게재했다고 한다. 자료가 있다는 걸 많은 사람이 알길 원해서다. 그러니까 저작권 운운하는 것도 일부 힘있는 작가와 출판사들의 목소리처럼 들린다. 시장에서의 헤게모니 싸움이 저작권법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구글은 저작권 때문에 소송 중이라고 한다. 그래도 구글 라이브러리는 계속 되고 있고.
구글이 봉사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구글한테 선행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구글을 이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구글이 아니어도 언제든 구글같은 생각을 가진 기업이 나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