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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 ㅣ 화폐전쟁 1
쑹훙빙 지음, 차혜정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 경제란 뭔가에 대한 강한 회의심이 들었다. 결국 소수 금융재벌들의 패권 다툼으로 출렁이는 한 분야가 경제란 말인가? 우리는 경제란 기차에 탑승해야 한다. 것도 꼬리칸에.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임금상승률은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게 설정된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아는 게 사는데 무슨 차이가 있나. 언제나 물가는 임금보다 비싸다는 걸 알아도 유산상속자가 아니라면 살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한다. 물가 상승률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노동자들이 행동을 취하면 마지못해 임금은 오른다. 그리고는 얼마 안 있어 공공요금을 비롯해서 물가는 줄줄이 오른다. 그러니까 기업들은 임금상승을 기다렸다가 오른 임금 상승분을 날쌔게 채가는 거다.
이 책은 현재 화폐 시스템으로 정착하기 까지의 화폐 및 금융사를 전반적으로 다룬다. 케네디가 죽은 것도, 레이건이 피습당한 것도 모두 배후에는 국제 금융재벌이 있다고 추측한다. 두 사람 모두 금 본위제 화폐를 다시 부활시키려고 했었다. 저자는 중국의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금 보유량을 늘려야한다고 한다. 왜 금인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궁금하긴 햇지만 왜 금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IMF때 온 국민이 국가를 구하기 위해 금을 내놓을 때도 의아해 하기만 했다. 화폐는 사실 일종의 약속이다. 누군가 마음이 변해 약속을 어기면 그 화폐는 가치가 없어진다. 서브모기지 사태로 달러의 위상은 약화되면서 기축통화로 어떤 화폐가 대안일지를 다루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유로는 너무 불안정한 화폐라고 했다.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혀서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화폐지만 자국의 이익에 위반될 때는 언제든 깨질 수 있는 화폐라 기축통화로서의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위안화를 대안으로 조심스럽게 점쳤다. 일단 사용 인구가 많은데 아직까지 국제 사회에서 중국이 행사하는 경제적 입김이 기축통화로서 시기상조라고.
이 책을 읽다보니 간과한 게 금의 가치다. 금은 통화로서의 가치가 역사 내내 떨어진 적이 없다. 나도 책 한 권 읽고 간단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을 왜 간과하게 된걸까? 선물이나 하고 액세서리나 만드는 값 나가는 금속쯤으로 보게 된 걸까. 저자에 따르면 근대 금융재벌들의 음모 탓이다. 금융재벌들은 은행을 통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고 돈을 늘린다. 현재 금융파생상품의 수익률이 현저히 떨어졌는데 미국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종류의 파생상품은 경악 그 자체다. 최근에 죽으면 보험금을 받는 생명보험을 담보로 대출을 하는 상품이 있단다. 사망보험금의 30-40%를 미리 쓸 수 있는 상품이란다. 그리고 그 사람이 죽으면 사망보험금은 은행이 가져간단다. 아직까지 수익률이 높진 않다고는 하지만 돈의 흐름을 좇는 인간의 머리 속에는 숫자로만 가득 차 있는 게 아닌지. 현대판 파우스트가 아닌가.
이 독서의 목적은, 뭐 거시적으로 경제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 내 노후 준비에 도움이 될까였다. 우리나라는 복지국가가 아니다. 보편적 복지가 거론되고 있기는 하지만 가야할 길은 멀고 증세에 대한 저항도 크다. 나부터도 국가로부터 받은 게 없다고 생각해 세금은 아깝다고 여기는 후진적 마인를 소유한 1인이다. 그러니다보니 내 노후, 유사(질병, 사고) 시를 모두 내가 책임지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 틈새를 이용하는 게 보험회사고. 건강 관리에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데이터나 기사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오늘 기사에는 먹고 사는 게 가장 부담이란 머릿기사를 봤다. 전세는 희귀하고 월세 부담에 관한 기사가 줄줄이 이어진다. 현재도 과거에도 부동산 정책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돈의 흐름을 좇는 이들의 머리속에 문제가 있다. 정말 금이 대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