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오미 왓츠가 나와서 주저없이 봤는데..영화가 참 울림이 없다. 어린 시절부터 단짝인 릴과 로즈. 결혼 후 아들들이 스무살이 된다. 두 아들을 보며 자매같은 두 여인이 자신들의 작품에 감탄을 한다. 여기까지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과 똑같다. 그리고는 이야기가 급전환되면서 서로의 아들과 연인이 된다는 이야기다. 플롯은 정말 파격적인데 영화가 줄거리를 따라가느라 세부적인 걸 쳐버린다. 그렇다고 세부적인 게 전혀 없냐면 그렇지도 않다. 네 모자가 저녁 식탁에 앉아서 두 여인의 젊은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고 두 아들은 엄마들의 젊은 날을 공유하기도 한다. 씬 자체는 좋은데 그 씬 안에 영혼이 빠졌다고 해야하나. 인물들의 연기도 괜찮은 편인데 이렇게 영혼 없는 씬을 만들기도 쉽지 않은 듯. 섬세한 감정선이 중요한 영화인데 아무래도 촬영을 잘못한듯. 이 영화는 인물들의 감정선에 초점을 맞춰야할 듯한데 사건 중심으로 흘러서 관객이 인물한테 시선을 기울일 시간을 주지않는다. 그래서 인물들이 갑작스럽게 서로한테 감정을 갖고 고뇌하는 게 관객한테는 전혀 와닿질 않는다. 화면은 빛으로 가득하고 바다가 주는 생동감이 있어 배경은 빼어나게 아름다운데 중요한 게 빠진 영화다.
2.
막장 드라마와 예술의 차이가 뭘까, 영화보면서 잡생각을 했다. 틸다 스윈튼이 주연한 <아이 엠 러브>를 보고 나왔을 때 친구가 한 말은 막장중에 막장이라는 말을 했다. 아들의 친구랑 사랑에 빠져서 아들이 죽게 되고 아들 장례식날 아들 친구를 따라 집을 나가는 엄마. 줄거리만 쓰고 보면 요즘 흥행하는 드라마들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친구의 말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아이 엠 러브>는 아들의 친구를 사랑하면서 겪게 되는 엠마의 감정선에 초점이 맞춰지고 그 감정선을 그리는데 감독이 다룰 수 있는 영화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그래서 아주 우아하고 시네마틱한 명품영화가 되었다.
<투 마더스>는 <아이 엠 러브>보다 더 막장이고 훨씬 더 비도덕적이다. 아들들은 또래의 여자와 결혼해서 아이들도 낳고 평범한 가정을 이룬다. 그 과정에서 겪었을 인물들의 감정변화를 카메라가 다루지 못한다. 해변에서 할머니로 자리바꿈을 한 엄마들의 내적 미묘함이 빠진 인물들의 재회씬은 그냥 어느 날의 피크닉같다. 당연히 <투 마더스>는 명작보다는 막장 드라마 쪽에 가까이 간다. 모든 게 밝혀지고 인물들이 눈물을 흘리며 사랑의 고통을 말하는데도 인물들만 슬퍼한다. 문득 정신차리고 보면 저들은 왜 울고 있는 걸까, 하는 질문을 하고 있다. 두려운 게 사랑하는 대상의 상실인지, 육체적 욕정인지, 감정에 무디어지는 나이듦인지, 정체가 모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