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박사는 누구인가?
이기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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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굳어져서 책이 잘 안 읽힐 때 주로 소설을 찾게 된다. 편애하는 몇몇 작가들을 제외하고는, 소설책을 사려고 지갑을 열 때 인문서들에 비해 몇 배로 고민 하면서 사게 된다. (이러면 안 되는데) 비용대비 거둬들일 즐거움과 몰입의 효과를 미리 시뮬레이션해 본다. 리뷰도 미리 찾아보기도 하고 작가도 좀 조사해보고. 소설은 읽다가 재미없으면 안 읽게 되고 성격상 책을 처분도 못 해서 더 신중해는 거 같다. 내 편견은 당연히 객관성이 없기에 어떤 작가의 소설은 무조선 사기도 한다. 이기호 작가는 그 중 한 명이다.  이기호 작가는 김영하 작가 만큼 팬을 거느릴 필력과 유머가 있다고 믿는다. 저평가된, 혹은 이기호 작가의 장점을 독자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게 안타깝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소설집은 술술 읽히지 않았다. 책 읽을 때 요즘 심각하게 장애를 느끼는 내 탓도 있지만 작가의 탓도 있다. 예전의 발랄함이 사라지고 강박관념이 좀 보인다고나 할까. 사회적 약자들이 여전히 주인공이고 주인공들의 평범하지 않은 행동 또한 비슷하니 주제의식도 여전하다. 하지만 좀 무거워지고 스토리를 전개가 힘들어지는 느낌이 든다. 혹은 주인공들이 아주 소심해졌다고 할까? 인물이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인물들이 쭈뼛거릴 때 그 인물을 대하는 인물들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작가가 어떤 뻘짓하는 주인공들의 관찰자로 다가온다. 예전에는 이런 느낌이 없었던 거 같은데....(물론 내 기억은 불확실하다). 피식하는 맥빠진 웃음이 나오면서 다음 페이지가 별로 안 궁금하게 전개된다. 내가 변해서일 수도 있고 작가가 정말 변해서일 수도 있고. 전작들에서 인물들은 불안에 휩싸여 즉흥적으로 움직여서 통통 굴러가는 공같아서 열심히 그 공을 따라 달렸었는데, 이번 소설집은 그게 없어 좀 아쉽다. 그래도 이기호 작가의 작품집이니까 일독할 가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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