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무런 정보 없이, 기대 없이 봤는데 전반부의 긴장감이나 영화를 풀어가는 방식이 좋다. 한국영화도 스토리텔링을 이끌어 가는 방식이 꽤 세련되게 진화하고 있다. 사건이 끝나는 날에 사건을 시작해서 15년 전의 플래시백과 현실이 교차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스릴러가 관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인데 심봤다, 까진 아니지만 설득력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천국과 지옥>에서 많은 걸 가져와서 저절로 연상할 수 밖에 없었다. 소재도 유괴고 수사를 진행 방식은 완전 똑같고. 그럼에도 영화 내용상 꽤 적절하게 잘 사용해서 긴장감도 있고 다음 장면에 대한 기대감도 돋게 한다.

 

2. 공소시효 만료를 소재로 한 영화인데 상업영화가 제기할 수 있는 범위에서 문제 제기를 한다. 피해자한테 증거 보존의 불확실성 같은 이유로 공기관이 범인 잡기를 공식적으로 포기한다는 말이니, 피해자는 억울하기만 할 수 있겠다. 기억에 남기로는, 대체로 영화가 공소시효 만료를 기다리는 가해자의 입장에서 시작한 거 같은데 이 영화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서술된다. 피해자의 감정과잉이 지나치게 신파로 흐른 감이 좀 아쉽다. 물론 현실에서 이런 일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내 이런 말에 내 목을 조르고 싶을 수도 있을 듯.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분명히 긋는 일이 터무니없이 보일 수도 있을텐데 나는 아직 영화로 본다. 영화는 영화다..뭐.

 

3. 시점에 따른-형사, 15년 전 피해자, 그리고 복수로 드러날 현재의 피해자-다층 플롯으로 진행된다. 여기까지도 참 좋다. 그런데 한국영화의 한계를 후반부에서 드러낸다. 내가 싫어하는 가족중심주의로 모든 걸 설명하려고 한다. 헐리우드 영화가 가족 중심주의가 제거되서 싸이코패스가 등장해 흥미없는데 한국영화는 너무 가족에 범행 동기를 맞춰 흥미를 반감시킨다. 그러니까 이런 류의 스릴러물이 앞으로 나아갈 길은 싸이코패스와 가족중심주의, 그 어디쯤 위치하는 알맞은 지점을 찾는 거라고 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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