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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무의식 - 정신분석에서 뇌과학으로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김명남 옮김 / 까치 / 2013년 1월
평점 :
뇌과학 서적인 줄 알고 주문했는데 심리학 서적에 가깝다고나 하겠다. 새롭지 않은 무의식이다. 우리는 왜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나에 대한 답을 준다고 하는 책이다. 간단히 말하면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사용하는 무의식은 전의식subliminal이다. 의식 이전의 의식. 그러니까 영장류 이전에 생물체한테도 있었던 소뇌가 작용하는 원리 탓이라고 할 수 있을 듯. 가령 누군가 우리를 눈앞에 주먹을 가져다 댄다면 생각없이 우리는 눈을 감고 몸을 움츠릴 것이다. 이런 걸 일일이 생각하면서 한다면 뇌는 과부하가 걸려 우리는 늘 탈진 상태에 있을 것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진화에 필요한 기능은 계속 유전자를 통해 전해지고 뇌의 뉴런 회로는 그 기능을 무조건적 반사로 만들어버리고 뉴런은 좀 더 고차원적인 다른 일을 하는데 매진한다.
우리가 행동을 할 때도 진화론적으로 비슷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펩시 콜라보다 코카 콜라가 상큼하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는데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펩시의 맛이 더 좋다고 한다. 그러면 왜 코카 콜라 시장 점유율이 늘 펩시를 이기나. 바로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코카 콜라의 상큼한 광고들이 박혀 있어 코카 콜라를 늘 더 높게 평가한다는 거다. 이런 예가 책 한 권에 가득 차 있다. 이 책을 읽고 뇌에 관해 생각하는 게 아니라 광고주들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왜 그렇게 미친듯이 탑스타들로 광고를 찍어대는지. 어찌보면 자본주와 광고인들이야 말로 인간 무의식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신경과학에도 분과 학문이 많은데 이 책은 그 중 사회신경과학이라고 하는데 심리학과의 경계가 뭔지 헷갈린다. 과학적으로 무언가 좀 얻기를 원했던 내게는 실망만 주는 책이다. 전두엽을 활용하는데 우두머리라고 생각하는 인간한테 소뇌 시절에 타고난 본능 때문이라니, 설명이 너무 간단한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