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네 안 하네 하는 뉴스가 연일 이어지는 중에 대테러 작전을 다룬 영화를 봤다. 기분이 묘했다.  CIA는, 9.11 이후 폭탄 테러를 알카에다란 집단으로 보고 응징을 해 왔다. 이 영화는 오사마 빈라덴을 잡기까지, 한 CIA 요원이 12년 간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았다. 파키스탄에서 빈라덴이 숨어있다고 추정되는 집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그 집에 기거하는 사람 중에는 여자들, 아이들도 있다. 제로다크서티 시간, 즉 가장 어둠이 짙은 오전 12시 30분에 특수부대 요원들이 중무장을 하고 기습한다. 잠을 자다 깬 이들은 무방비 상태로 죽어나간다. 그들이 테러리스틀인지 혹은 테러리스를 지원하고 있는지는 심증만 있다. 이들 입장에서는 중무장한 특수부대원들이 테러리스트다. 자정 무렵 조용한 마을에 계속 이어지는 폭탄과 총소리로 마을 사람들을 깨운다. 영화에서 보여진 단편을 보면, 파키스탄에서 미국인들은 테러리스트다. 테러를 막겠다고 온 이들은, 자신들이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테러리스트 정의를 고민 좀 해 봐야한다.  

 

마야란 신참 요원은 잔인한 고문을 보지 못 봐서 눈을 질끈 감았다. 시간은 흐르고 신참 요원은 잔인한 고문을 지시도 하고 테러리스트를 추적하는 일 외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잔인하고 건조한 사람이 돼 간다.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빈라덴을 쫓는데 보낸다. 빈라덴의 실체는 모호하기만 하다. 봤다는 사람도 거의 없고. 마야는 직업적 신념으로 빈라덴을 구체화한다. 정황과 포로들의 진술로 모호했던 빈라덴이 어느 순간 명확해진다. 유연했던 신념이 굳으면 집착과 동거를 하고 개인의 고집이 더해져서 구체화된다. 참일 수 있던 명제가 거짓일 수 없는 진리로 변한다. 그 진리를 처음 만들어낸 이는 자신의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파키스탄 외곽에 수상한 집이 빈라덴의 은신처라고 어느 누구도 확신이 없는데 마야는 확신한다. 그러나 빈라덴을 사살한 후 마야는 그 확신을 잃어버린다. 과연 그는 오사마 빈라덴인가? 오사마 빈라덴은 정말 알카에다 조직을 움직이는 인물이었나? 우리는 미국의 보도에 따라 오사마 빈라덴이 테러리스트 그룹을 이끌었고 이제 그 우두머리가 죽었으니 테러 조직은 와해될 거라고 잠정적으로 믿는다.

 

영화는 빈라덴의 죽음으로 끝나지만 나는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닫는다. 빈라덴 죽음 후 뭐가 달라졌는가? 미국은 응징이란 카드를 찢어버렸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란 태도가 가져오는 재앙의 폭격을 맞는 이는 따로 있다. 김정은과 측근들이 미사일 발사로 피해를 입는 건 미국이 아니라 한반도에 사는 비무장한 민간인이다. 미국은 많은 나라에 자신들이 만든 무기에 그나라의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붓게 만든다. 어제 우리 언론에 요격 능력을 흘리며 안심시키려고 한다. 실제 무기의 성능은 검증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요격 파편이 튀어도 괜찮고 계속 전진하는 막강한 성능을 가지는 건사이버 공간에서나 가능한 법이다. 요 며칠 속보로 뜬 뉴스를 읽다보면 영화 속에서 민간인들이 죽어가는 과정이 다른 때보다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뭐 물론 나는 한국인이기에 설마 정말 미사일을 쏘겠어, 하는 편이다. 적을 이기기 위해 더 무장하면 할 수록 평화와 안전은 더 위험해진다는 걸 모르진 않을텐데. 빈라덴의 죽음이 해피엔딩이 아니듯이 북한은 미국과 한반도 위협이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길 바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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