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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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출간하자마자 주문했고 배송이 늦어져 힐링 캠프를 먼저 봤다. 힐링 캠프를 보고 나니 더 책이 궁금했는데 세 번의 미배송을 신고한 후 결국 퀵으로, 책은 아주 어렵게, 화요일 저녁에야 내 손에 들어왔다. 이 책 탈고 후 힐링 차원에서 힐링 캠프에 나왔다고 했는데 이 책의 많은 요점들을 힐링 캠프에서 말했다. 책이 궁금하신 분들은 사서 읽으시고, 안철수 님은 출마를 선언하셔야한다. 이 책이 대선 출마 결정을 위한 출사표라고 했는데 대한민국에, 현재 이 만큼 존경할 수 있는 인물이 있나, 싶다. 그의 개인적 명예를 위해선 그는 출마를 하지 않는 게 옳다고 믿지만 안철수가 집권하는 대한민국에서 살아보고 싶다.

 

"안철수식 정치"란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그가 원하든 원치않든, 정치권에 위협적 존재로 다가선다. 정치인의 자질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설왕설래하는데 정치인의 자질에 대해 좀 끼적일테다.

 

먼저 정치란 뭔가. 우리말 사전에는 "정부를 운영하는 일"이라고 나와있지만 영영사전을 보면 "권력을 얻기 위해 음모를 포함한 모든 행위"라고 적혀있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정치 개념이란 영영 사전의 개념을 내포하는 거 같다. 나꼼수에 홍준표가 나왔을 때, "안철수와 악수하는 순간 이 사람의 손은 더러운 정치판에 있을 정치인의 손이 아니라 학자의 손"이라고 했다. 이 말은 정치권이 일삼는 음모를 견딜 수 없는 영혼이란 말로 나는 해석했다. 우리는 왜 정치, 정치인을 존경은 커녕 혐오하는가. 지능 높은 협잡꾼이란 생각이 뇌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탓이다. 이는 정치권이 오랜 기간 보여준 왜곡된 가치, 혹은 세계관 때문이다.

 

안철수의 출마를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그의 검증되지 않은 정치력을 운운한다. 기업을 운영하는 일과 국가를 운영하는 일은 정말 많이 다르다. 현재 우리는 누구보다 그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국가는 곧 기업이라는 마인드의 소유자를 대통령으로 뽑아 놨더니 나라를 공사판으로 만들어 놨다. 우리는 모두 국가는 기업이 아니며 국민은 사원일 수 없다는 걸 배운 기간이었다. 한국처럼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통령의 모든 자질 중 철학이 가장 중요하다.

 

대통령은 모든 국정 전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아니다. 그 어느 누구도 그럴 수도 없다. 그래서 각계 전문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통령은 최종 결정권을 가졌다.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자문위원이 구성될 거고 결정이 내려질 거고 세금의 사용처가 결정된다. 안철수는 소통과 공감을 강조하는데, 이는 정말이지 시의적절한 구제책이다. 그의 말대로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급식예산을 삭감하고 외국인 영어강사 확충에 예산을 쏟을 수 있었다. 어떤 정책을 실행하기 전에 전문가들의 진단과 실행 후 예측을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지고 누구의 말이 더 좋을 지 판단하는 솔로몬의 지혜를 가져야한다. 사소한 판단의 실수도 커다란 재앙이 돼버리기 일쑤니까.

 

이런 일에 경험이 많다면 좋겠지만 대통령이 될 경험은 많을 수 없다. 그러니까 누가 대통령이 돼도 비슷하다. 실전 경험도 마찬가지다. 장관이나 정부 부처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다면 판을 읽는 눈이 생길 수 있을 것이지만 어느 한 분야에만 제한적일 것이다. 그렇담 안철수의 경험을 운운하는 건 정치권의 협잡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대통령 한 사람이 국정을 운영해야한다는 생각은 버려야한다. 그리고 누가 운영을 해도 만족한 결과가 당장 나오기엔 불가능하다. 안철수가 대통령이 혹시 된다하더라도 일 년만에 경기가 회복되고 서민 물가가 안정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십 년 후, 혹은 이십 년 후, 그의 말대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일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정책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울 수 있다.

 

사실 많은 일이 자신의 생존과 가족의 생존 문제로 귀결 되기 때문에 벌어진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추적자>란 드라마는 (아마도)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경유착의 밀도를 꽤나 사실성있게 그렸다. 강동윤이란 대선 후보자의 철학은 모두의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강동윤의 적은 실제로는 재벌 회장 장인이었다. 두 사람이 적이자 한 카테고리에 속하고 이들과는 다른 카테고리에 속하는 이들이 백홍석과 그의 동료들(황반장, 조형사, 용식이)다. 백홍석이 법과 맞서기로 한데는 가족이 있고 혈육같은 황반장이 잠시라도 백홍석을 배반한 이유도 가족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가장은 뭐든 하고 우리 사회는 가족을 위해서 한 일이라면, 도의적으로 공감한다. 그래서 황반장의 배신을 꽤 낭만적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바로 여기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 재벌 회장도 아들과 딸을 보호하기 위해 검찰을 산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두 같은 마음이다. 차이는 네 가족이 내 가족이 아니라는 타자화에 있다. 내 자식을 위해서라면 다른 가족의 자식은 죽어도 된다. 그래서 현재 정치권은 드라마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게 다 타자화, 즉 공감 결핍에서 생긴다. 공감이 일어난다면 재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돈을 쓰는 게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남아도는 돈을 기부할 수도 있고 돈이 없는 사람은 돈 때문에 친구를 등쳐 먹지 않아도 될 수 있다. 생존이 보장되고, 아파도 치료비 걱정이 없고 , 어디서 살지 막막하지 않다면 노동을 팔며 영혼을 잠식당하기 보다는 노동을 놀이로 전환하는 날이 올지 모른다. 이런 꿈을 꾸게 해 줄 사람은, 안철수. 그리고 그가 보여준 그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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