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멜라를 소개합니다>란 영화를 찍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은 액자식 구성이다. 영화 촬영 현장을 담는 영화는 여러 편 봤지만 재미있는 영화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이 감독의 갈등과 고뇌 혹은 촬영장에서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담아서 영화를 보면서 함께 힘들기는 하지만 다시 보고 싶지 않은 류의 영화로 분류된다. <아메리카의 밤>도 큰 줄거리는 비슷하지만 접근 방식에서 소소한 잔재미를 주는 상황들을 나열한다. 한 편의 영화를 찍는 기간 동안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돌발 상황들을, 관객은 들여다 본다.

 

출연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풀어내는 각각의 사연은 이렇다. 한 때 총명하고 한 연기 했던 여배우가 나이들어 대사 외우는 것도 힘들어하고, 입양을 하고 싶어하는 남자주인공이 촬영이 끝나기 전에 사고로 죽고, 우울증에 걸린 동안 주치의한테 치료를 받다 사랑에 빠져 결혼한 여주인공이 촬영 중 바람을 피워 위기를 맞는다. 또 애인과 함께 있고 싶어 스크립터로 소개한 여자가 한 번 본 스턴트맨과 달아나자 장 피에르 레오는 영화를 포기하려 한다. 소품 담당을 하는 이는 끊임없이 불평을 해대고 가끔씩 영화의 의도를 몰라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데 많은 이들의 노력이 함께 한다는 상징적 오프닝과 엔딩은 광장신이다. 행인들이 지나가야할 타이밍을 지적하는 분주한 소리에 어떤 장면이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모두 각자 주어진 역할을 할 때 카메라가 담아내는 영상이 바로 우리가 보는 이미지다. 이 모든 걸 핸들링하는 이가 감독이니 감독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지만 삶이 계속 되듯이 촬영도 계속 된다.

 

영화를 찍는 동안 현실과 영화는 그 경계가 무너지기도 하지만 "영화는 실제 삶보다는 더 단순하고 매끄럽다" 어떤 돌발 상황이 일어나도 대안을 생각해 내야하는 감독이 있으니까.  "삶은 더 복잡한데다 어떻게 해결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결론이. 촬영이 끝나도 삶은 계속 되니까.

 

덧. 트뤼포 감독의 작업 스타일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낮에는 촬영을 하고 밤에는 다음날 대본을 쓰는 진정한 멀티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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