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지막 장편소설 1 - 존 파울즈 일기 1949-1965
존 파울즈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나는 작가, 아니 모든 사람들의 사생활을 엿보는 (인정하기 싫지만) 일종의 관음증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가 참 궁금하다. 왜 이런 게 궁금할까. 한가해서? 지루해서? 스펙터클을 원해서? 셋 모두가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작가들의 사적 기록을 보관해서 출판한 책들을 유난히 애정하는 편이다. 존 파울즈의 광팬은 아니지만 존 파울즈의 작품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사적인 삶에 대한 호기심이 역시나 발동했다.

 

파울즈가 옥스퍼드를 졸업하고 이십대 중반에 프랑스, 그리스에서 영어 선생으로 체류할 시절의 일기들이다. 후반부에 스페인 여행 일기도 있다. 일기문이기도 하지만 몹시 수다스럽고 사적인 일들과 심경이 담겨있다. 큰 흐름을 보면 프랑스와 그리스, 짧은 스페인 여행에서도 파울즈의 짝사랑이 적나라하게 적혀있다. 편집을 아마도 이런 흐름에 맞춰 한 것도 같고.

 

모든 것에도 올인한다기 보다는 머리로 생각하는 인간형인듯 한데 소설을 쓴다는 행위는 바로 이런 이성적 관찰을 분출하는 통로인지도 모르겠다. 프랑스 푸아티에에서 가진 짧은 연애담에서 파울즈는 스스로를 자기중심적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비인간적이라고 본다. 자신마저도 분석하는 기질이며 이를 잘 인식하고 있다. 이런 사람이 꽤 종종 자연에 감동과 위안을 받는다. 일기의 많은 부분이 산책하는 길에서 본 식물들, 새에 관한 묘사에 할애한다. 집에서도 부모나 친척과 섞이기 보다는 손님처럼 부모를 판단하는 버릇이 있다.(나도 종종 그렇지만;;;) 그의 장점이자 단점은 어디에도 몰입하지 않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점.

 

카뮈의 <작가 수첩>에 몹시 감명을 받은 적이 있어서 그 비슷한 느낌을 기대했었는데 파울즈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계속 읽기 좀 힘들기도 하다. 2권은 안 읽을 거 같다. 내 사고가 발전하는데 도움을 주기보다는 관찰자의 자세와 언어화에 대한 성실함을 일깨우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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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4 00: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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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0 15: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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