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아란 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순간에 두 자매, 저스틴과 클레어가 종말을 맞이하는 방식이 아주 다르다. 피할 수 없다면 의연하게 맞서는 저스틴 VS 피할 수 없더라도 피할 수 있을 거라는 헛된 희망으로 아들을 데리고 허둥지둥 질주하는 클레어.

 

두 사람은 종말 전은 어땠을까.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저스틴의 결혼식을 지루할정도로 성스럽고 세세하게 준비하는 클레어. 동생에 대한 애정이 넘쳐서라기 보다는 어떤 의식에 대한 강박을 지닌 세속적 인물이다. 보기 드문 대저택에 걸맞는 미장센을 지휘하는데서 클레어는 삶의 보람을 느끼는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에 결혼식 주인공인 저스틴은 두 시간이나 늦게 식에 나타나고 정갈해서 숨 쉬는 호흡까지도 박자를 맞추어야 할 거 같은 분위기에 질식할 것 같다. 한 순간, 익숙했던 모든 것들에 버럭 화가 나고 역겹다. 테이블 세팅을 두 팔을 휘둘러 밀어버리는데서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듯이, 저스틴은 알고 있는 인간 관계를 휙 쓸어버린다. 자신의 육체만을 탐하는 남편, 자신의 승진을 발표하는 사장, 모든 일에 삐딱한 시선을 가진 엄마, 속물인 형부. 지구가 사라진다는데 형식적(우리가 사교적이라고 부르는) 인간 관계가 뭐가 중요한가.

 

저스틴의 신경질적인 모습은 익숙하다. 우리도 저스틴처럼 일상의 크고 자잘한 모든 일을 밀어버리고 새로 시작하고픈 충동과 욕망을, 가끔씩 느낀다. 우리는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다고 믿기에 저스틴처럼 호기롭게 행동하지 못한다. 대신 머릿속으로 지구 멸망과 준하는 상황을 종종 만들어 폭파한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이미지만큼 깔끔하게는 아니지만. 저스틴의 히스테릭한 기질과 클레어의 속물 근성은 한 인간의 양면이다. 우리는 대체로 클레어처럼 행동하고 평소에는 무의식에 저스틴을 가둬둔다. 저스틴이 의식으로 나오는 순간 현실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곧 다시 클레어로 변해 현실을 수습하는 행동을 반복하니, 우리는 두 캐릭터를 조종하는 감독이다. 오늘은 저스틴이 의식으로 나온 날로 지구가 멸망해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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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9 00: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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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3 19: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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